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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의 저서,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의 목차를 통해 본 귀촌의 현실.

시골은 그런 곳이 아니다?

On May 29, 2014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불만뿐인 것 같은 70대 할아버지이자 귀촌 생활 47년 차인, 귀촌 선배의 리얼 귀촌 팁. 귀촌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집까지 알아본 사람이라면 ‘멘붕’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 본 칼럼은 소제와 따옴표 안의 내용은 마루야마 겐지의 <시골은 그런것이 아니다>(바다 출판사)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혹시 풀밭에서 허브 키우고, 나무 그늘에서 삼림욕하며, 아침마다 새소리에 눈을 뜨는 낭만적인 꿈을 꾸고 있진 않은가? 제주의 독집을 개조해 이효리처럼 커다란 반려견 몇 마리와 뛰노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은? 지난해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로 촌철살인 에세이를 출간했던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신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살펴보자.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목차부터 심상치 않다.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불만뿐인 것 같은 70대 할아버지이자 귀촌 생활 47년 차인, 귀촌 선배의 리얼 귀촌 팁. 귀촌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집까지 알아본 사람이라면 ‘멘붕’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1 고요해서 더 시끄럽다
“시골이 고요하리라는 믿음부터가 환상이었음을 절감합니다. 전원 지대가 조용할 때는 농한기뿐이고, 그 외의 계절은 온갖 농기계가 내는 엔진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떠들썩한 굉음으로 가득하고, 쌀 건조기가 내는 소음 등은 밤새도록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닙니다! 집 근처에 경운기 한두 대씩은 꼭 보이는 마을이 있다. 밤에 아주 캄캄하고 농부인 노인들만 사는 곳이라 나름 농번기에는 시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시골이라도 나처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여느 아파트촌과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아닙니다! 제주도의 대부분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고 주거지와 농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농기계 소리로 시끄러울 일은 없다. 집 안에서 파도소리가 들리고 아침에는 새소리에 잠을 깬다. 다만 개발 열풍으로 어디서나 공사 소음이 들리는 게 괴롭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2 시골에 간다고 건강해지는 건 아니다
“맑디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신선한 먹을거리에 둘러싸인 대자연 속에서 도시 생활로 완전히 망가져버린 건강을 되찾을 거라는 이기적인 바람을 간절히 품고 이주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애써 환경을 바꾸더라도 생활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맑은 물도 공기도 고요함도 그저 잠시 위안을 주는 정도의 조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컨대 술과 담배, 폭음과 폭식, 밤샘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동의합니다! 이곳에서 사귄 사람 중 하나는 임신이 몇 년째 안 된다며 병원을 다니고 점도 많이 보러 다닌다. 술 담배를 아주 심하게 한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동의합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의 습관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건강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편하고 없는 것이 많은 삶이 당신을 서서히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3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
“전망이 좋은 고지대에다 햇볕이 잘 드는 경사진 남향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홀려 선택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참극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암벽 붕괴나 산사태가 일어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산에서 솟아나는 물이 필지 안으로 흘러드는 조건이 마음에 들고, 도시에 사는 친구를 초대했을 때 자랑이라도 하고 싶어 그곳에 살게 되면 토사류에 휩쓸려 변을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토사류라면 제법 큰 하천에서 발생하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평소 졸졸대는 그야말로 실개천이라고도 볼 수 없는 작은 개천에서도 생깁니다.”

동의합니다! 서울로 치면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 정도겠지만, 강원도에서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면 최근 시내에 생긴 아파트. 구조와 전망도 좋은데, 정말로 절벽 끄트머리에 붙어 있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동의합니다! 풍광 좋은 곳이 꼭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여행과 생활이 다르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끼는 지점. 특히 제주 바닷가 마을은 높은 습도와 거친 바람이 주는 괴로움이 생각보다 크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4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시골 생활이 좋은지 나쁜지는 별개의 문제고, 시골 사람들과 도시에서 온 사람들 사이에는 넘고자 해도 넘을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있습니다. 무리하게 그 벽을 허무는 등의 일은 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설령 관계를 지속하더라도 서로 얼마나 다른지 부각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사실만 절감합니다.”

동의합니다!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는 엄마들과 단체 카톡 방이 있는데 하는 이야기라곤 먹는 얘기뿐, 건설적인 대화는 전혀 없다. 문화적으로 할 것이 먹는 것밖에 없어서 사람들이 그 이상 나아갈 줄 모른다는 점이 안타깝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아닙니다! 토박이들에게 쉬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긴장이 오히려 많은 것을 망친다. 마을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한, 무리하게 허물 벽 자체가 없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5 지나친 친절에 감동하지 마라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상에 마침 당신이 나타나 순식간에 좋은 표적이 됩니다. 너무 많이 수확해서 처치 곤란한 채소나 과일을 듬뿍 안고 찾아옵니다. 당신은 크게 감격할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방 사정 따위는 개의치 않고 아무 때나 찾아오는 깔끔치 못한 왕래에 피로를 느낄 것입니다. 게다가 성장 과정, 직장 경력, 가족 구성 등을 캐물을 뿐 아니라 예금 잔고가 얼마인지까지 파고드는 통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결국에는 논두렁길 저 너머에서 오는 모습만 봐도 몸이 오싹해집니다.”

동의합니다! 처음 왔을 때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인상 깊었다.
먹다 보면 오래 앉아 있게 되니까 여러 말이 나올 수밖에. 요즘엔 나 역시 새로 온 사람에 대해 이것저것 캐묻는 것을 발견하고 좌절 중이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동의합니다! 동네에 나타난 외지인은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에 괴롭다면 표현할 것. 아무리 시골 사람들이라도 그만큼 눈치가 없진 않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6 두메산골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모국으로 돌아갈 돈은 없고 돌아가더라도 먹고살 길이 막막한 외국인들이 범죄에 무방비 상태인 데다 성선설이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는 인정 많은 시골에 잔류하는 것입니다. 낮에 찾아오는 판매원도 주의하기 바랍니다. 가족에 대해 넌지시 묻거든 집에 아들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십시오.”

동의합니다! 외국 노동자가 많이 와서 일하고, 실제 그 부근에서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아닙니다! 제노포비아를 조장하는 발언이다. 낯선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면, 나부터가 외지인 아닌가? 시골 마을은 인간 CCTV망도 확실해서 범죄에 대한 공포는 느껴보지 못했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7 텃밭 채소, 처치가 고민이다
“처음 수확한 채소를 식탁에 올렸을 때의 감동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우선 너무 많이 거둔 채소가 고민거리가 됩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확해야 하는 일에 진절머리가 나고 말 것입니다. 도시라면 가까운 이웃에게 나눠줄 수라도 있을 텐데, 주변이 죄다 농가이다 보니 아까워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간신히 출하 단계에 이르더라도 수입으로 연결하려는 생각은 꿈에도 해서는 안 됩니다. 채소의 형태만 띠었을 뿐, 맛과 크기 및 양 등에서는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칩니다. 그 수준에 이르려면 목숨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곳은 텃밭 가꾸는 사람이 많아, 내 또래 엄마들은 농작물을 철마다 시장에 가지고 나가 팔기도 한다. 여기선 용돈 벌이로 자주 있는 모습. _귀촌 5년 차 주부(30세)

아닙니다! 농사는 힘든 일이 맞다. 그러나 텃밭 수준의 규모라면 죽을 만큼 괴롭진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요령도 생긴다. 농사의 고됨은 밥상의 신선한 채소로 충분히 보상받는다. _귀촌 3년 차 카페 운영자(35세)


◆ 마루야마 겐지의 리얼 귀촌 팁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을 확실히 알려면
정보를 얻는 데 효과적인 장소가 병원 대합실입니다. 거기에 모인 노인 중에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도 경계심이 적기 때문입니다. 병원 대합실은 그런 종류의 정보가 넘치는 곳입니다. “음, 그런 데는 살지 않는 게 좋을걸. 험한 꼴을 당할 테니까.” 이런 말까지 듣는다면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더라도 곧바로 단념하고 다른 곳을 찾아봅시다.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평소 수제품 창을 직접 만들어 둡니다. 적이 침입하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분을 토하면서 적의 명치 언저리를 노려 기세등등하게 내찌르십시오. 찌른다기보다는 창과 함께 기를 쓰고 덤비는 식의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차가 있다면
고속도로에 잘못 들어가 역주행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로 여생을 헛되게 하는 비극에 말려들기 전에, 운전면허증 갱신 때 그 지역 경찰이 반환을 권하면 순순히 따르십시오. 차를 운전하지 않게 되면 일주일 치의 장을 한 번에 몰아서 보고, 그때만 택시를 이용합니다. 한 달에 네다섯 번 타면 자가용 유지비보다 덜 들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가진 것이라곤 불만뿐인 것 같은 70대 할아버지이자 귀촌 생활 47년 차인, 귀촌 선배의 리얼 귀촌 팁. 귀촌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집까지 알아본 사람이라면 ‘멘붕’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Credit Info

2014년 06월 01호

2014년 06월 01호(총권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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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소영
PHOTO
김영훈, Dollar Photo Club, ㈜다우기술,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