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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상사의 카톡, 괜찮아요?

On May 28, 2014

지난 4월, 프랑스에선 퇴근 후 업무 관련 이메일 메신저 등의 연락을 금지하는 법안이 승인됐다. 당신은 어떤가? 부럽지 않은가?

카톡! 구남친도 아닌데, 새벽 2시에 울리는 상사의 업무 카톡. 자는 척하며 안 열어 보자니 깜빡이는 불이 신경에 거슬린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가 보급화되면서 회사원들은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의무감(?)에 시달린다. 일명 ‘디지털 워킹 타임’이 늘어난 것. 프랑스에선 강력한 대책을 세웠다. 프랑스민주노동연합(CFDT)과 프랑스일반관리자연합(CGC) 등이 이끌어낸 업무 시간 외 연락 금지 법안을 지난 4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최종 승인한 것이다. 아직은 일부지만, 회사는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 전화와 메신저는 물론이고 메일도 발송해선 안 된다. 이제 프랑스 국민들은 주 35시간의 업무 시간과 6주간의 유급 휴가와 더불어 퇴근 후 회사를 잊고 살 권리까지 챙겼다. 하긴 독일 노동부도 지난 3월, 비상시를 제외하고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 시간 외의 전화 및 이메일 연락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주변 워킹 우먼들은 역시나 부러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바다 건너 일일 뿐이다. <그라치아> 페이스북을 통해 퇴근 후 카톡 보내는 상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10% 정도만 분개했을 뿐, 다수가 “누군들 보내고 싶어서 그랬냐”는 반응이다. 어라? 답글을 단 사람들이 모두 상사인가? 그들은 사회생활에서의 융통성을 강조하고, 일이 터져 수습하느니 차라리 지금 응답하겠다, 오죽하면 보냈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댓글을 달았다. ‘급한 업무일 때만’이란 조건이 붙어서일까? 카톡 보내는 상사에게 넓은 아량을 보여줬다.

더 놀라운 점은 “몇 시까지 업무 연락이 용인될까”란 질문에 다음 날로 넘어가지 않는 시간(그렇다, 밤 12시), 심지어 새벽이나 일요일 아침 7시도 오케이, 대다수는 밤 8~9시까진 괜찮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9시? 2013년, 밤 9시까지 연장 근무를 시킨 애플 프랑스 지사에 1만 유로의 벌금을 물린 프랑스 정부도 있는데? 내가 다닌 회사들은 밤 10시부터 야근 수당이 나왔다. 9시는 야근으로도 안 치는 분위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집에서 카톡 받는 것쯤엔 관대해진 건지도. 우리나라 직장인의 시계는 따로 도는가?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동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자. 우리나라 노동자 3명 중 2명이 휴일이나 퇴근 후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았다. 카톡 등의 정보 통신 기술 활용 효과를 묻자 ‘생산성이 향상된다’(25.7%), ‘업무 효율성이 향상된다’(30.3%)는 답변도 꽤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카톡으로 업무 지침을 내리니, 생산성은 향상되겠지. 하지만 대기조의 근로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사생활 침해(36.3%), 업무량 증가(22.5%), 피로도 증가(22.5%)로 조사됐다. 99.9%의 스트레스 지수를 예상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그라치아> 독자들의 의견처럼 짜증 나고 스트레스는 받지만 어쩔 수 없다는 중론이다.

어느 웹 에디터도 반포기 상태로 동의했다. “해외 휴가 중에 카톡을 꺼놔서 편집장님에게 욕 먹었거든요.” 온라인 담당은 항상 온라인이어야 한다는 거다. 생각해 보니 나도 주말에 어시스턴트에게 연락한 적이 있다. 미안하다는 사족을 붙였지만 어쨌든 보낸 건 보낸 거다. 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사이끼리 이해해 줘야 할까. 우리가 아량이 넓은 걸까, 프랑스가 ‘오버’인 걸까.


36% 디지털 업무 지시 불응에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3명 중 2명 휴일이나 퇴근 후 SNS를 통해 업무 지시를 받은 노동자.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169건 2012년 인권위에 접수된 ‘정보화 기기에 의한 노동 인권 침해 상담’ 건수.


And you said...@facebook.com/graziakorea
“우린 정말 괜찮아요!”


상사가 밤늦게까지 자주 연락하는데, 어쩔 수 없는 업무가 대부분이더라고요. 이젠 자정만 넘기지 않았으면 해요. _Jinny Han

야근과 돌발 상황이 많은 회사만 다녀서 그런지, 퇴근 후나 주말에 연락 주고받는 게 일상이에요. 새벽엔 종종, 일요일 아침 7시에도 받아봤죠. 더 큰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면 이 정도 연락은 괜찮아요. _Sung Jin Kim

내 업무고 중요한 일이라면 무조건 응해야죠. 새벽이어도요. 다른 사람이 해결하다 큰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물론 출근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아요. _허재용

사생활 침해, 퇴근 후까지의 일 연장…. 스트레스받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직장인끼리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어요. _이원석

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데 저도 간혹 후배들에게 업무 시간 외에 이메일을 보낼 때가 있어요. 직접 받아야 하는 전화가 아닌 카톡이나 이메일의 경우 응답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잖아요. 카톡은 저녁 9시까지면 괜찮지 않을까요? _Mine Park

EDITOR : 김나랑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4년 31호

지난 4월, 프랑스에선 퇴근 후 업무 관련 이메일 메신저 등의 연락을 금지하는 법안이 승인됐다. 당신은 어떤가? 부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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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01호

2014년 06월 01호(총권 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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