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이슈

[밀회]의 김희애는 친구에게 뺨을 맞고도 회사를 다닌다. 성공이 보장된다면 당신도 이만큼 할 수 있는가?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요?

On May 09, 2014

드라마 [밀회]에서 ‘삼중 첩자’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으며 온갖 궂은 일을 겪는 ‘오혜원’. 언제나 뒤돌아서는 순간 다시 꼿꼿하고 우아해지는 내공을 보여준다.

1 사적인 심부름.
2 언어폭력.
3 물리적 폭력.
4 상사나 동료의 비리 묵인.
5 상사나 동료의 비리에 협조.


모두 화제의 드라마 <밀회>에 나오는 ‘억대 연봉자’, 최근 극 중에서 ‘부대표’로 승진한 오혜원이 겪는 일이다. 그래, 나도 ‘이건 드라마니까’라고 웃으며 넘기고 싶다. 그런데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자꾸 마음이 불편해진다. 울컥하라고, 발끈하라고 제작진이 의도한 장면마다 착실하게 반응한다.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촘촘한 암중모략의 한복판에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답은 뻔하다. 나 역시 조직에 속한 직장인이기에. 나도 선배들도 친구들도 모두 한 번 이상은 겪어봤거나 지금도 겪는 중이어서 그렇다.

원래 남의 돈 받아 먹고사는 일이 치사하고 힘든 거라는 도시 생활 백서는 개별 상황에선 그다지 위로가 안 되니까. 사적인 심부름? 여전히 이건 만연해 있다고 보면 된다. 꼭 강압적인 상황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하기에 인간적인 코드를 들이밀수록 오히려 거절하기 힘들다는 함정이 있다. 상사의 초등학교 아이 숙제를 대신 해주는 친구도 있다. 미묘한 ‘밀당’은 종종 편 가르기로 이어진다. 오혜원처럼 삼중 첩자가 되어 두뇌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직업도 아닌데, 나 역시 사회 초년 시절 선배에게 “너는 대체 어느 줄에 설 거니?”라는 드라마 같은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언어폭력? 복불복이지만 여자의 외모에 대한 지적질을 문화로 착각하는 ‘남초’ 대기업이 가장 난코스다. 듣는 이가 불쾌감을 느끼는가의 여부가 판단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는 성희롱의 기준에 준하면 언어폭력이 적용되는 폭은 더욱 넓어진다. 물론 ‘물리적 폭력과 상사의 비리에 협조’ 등의 레벨에 이르면 ‘아, 이건 드라마였지’ 싶어지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 보면 오혜원이 직장인으로서 겪는 딜레마 쪽이 스무 살 차이 나는 천재 미남 피아니스트가 나만 바라보라며 덤비는 상황보다 오히려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그라치아> 독자들 역시 허울만 멀쩡한 오혜원의 지난한 커리어에 공감대를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범법 행위인 비리에 협조하거나 성적·물리적 폭력이라면 몰라도, 사적인 심부름이나 언어폭력 정도는 감내하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오혜원처럼 억대 연봉이라면 뭐든 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긴 ‘성공을 위해서’라는 전제 자체가 취업이 자아실현이나 자존감 확인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된 지금 시대엔 투정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로 본 서울 노동 구조 변화 및 직장인 자화상’ 보고서에 따르면 19세 이상의 서울 직장인(취업자) 중 65.1%가 ‘평소 직장을 잃거나 바꿔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으니까. 그렇지만 오혜원의 생존법 역시 배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이 정도의 강한 멘탈은 타고나는 게 아닐까. 친구이자 상사에게 뺨을 맞고도 의연하게 맞받아치는 건 기본, 회장님의 내연녀에게 ‘최고 멋쟁이로 차려입고 앉아서 있는 놈들 심부름이나 하면 말귀 하나는 제대로 뚫려 있어야지’라는 비난을 돌직구로 들으며 물 잔을 뒤집어쓰는 수모를 겪고도 금세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통화를 한다. 물론 절대 눈물을 글썽이거나 목소리가 떨려선 안 될 테니, 나라면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 정말 세상엔 만만한 일이 없다.

And you said...
@facebook.com/graziakorea


‘여자’이기 때문에 더 민감한 부분도 있습니다. 술을 따르는 것도 ‘여자’라는 이유로 괜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죠. 어쨌든 어느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커피 심부름은 ‘내 커피 타면서 그대들 것도 타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한다면 딱히 불쾌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상사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면, 눈감고 넘어갈 수 없을 것 같아요.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잖아요. 회사를 말아먹으며(?) 성공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_Eliana Park

저는 상사의 사적인 일까지는 할 수 있지만 뺨까지 맞는 상황은 참지 못할 것 같아요. 아마 참을 수 있는 한계는 제 자유가 침해되지 않는 선까지가 아닐까 싶네요. 저에게 언어적 혹은 물리적 폭력이 가해지지 않고, 제가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는 선까지 말이에요! _Jinny Han

저라면 직속 상사보다 훨씬 위 간부나 상사에게 제대로 증거 모아서 말하고, 법적으로 보상받은 후 그 일을 그만둘 겁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웃으며 해결할 거예요. 괜히 업계에 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면 다른 직장으로 옮겨도 피곤할 테니까요. 한마디로 참지는 않겠어요. _Yoon-Ah Seo

그녀에겐 너무나 절실했기에 자존감 대신 실리를 선택한 거 같지만, 그런 선택이 한편으로 이해되면서도 저라면 불가능할 거 같네요. 결국 인생의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보이는 삶에 치중한다면 오혜원 같은 삶을 선택할 테고,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렇게는 못하겠죠. 겉모습만 화려한 그녀의 빈껍데기 같은 삶이 부럽진 않아요. _Jay Kim

정말 놓치기 싫은 커리어라면 때론 ‘오혜원’처럼 뺨을 맞는 상황까지도 불사하고, 상사의 비리를 묵인하거나 협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돈 벌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그만한 돈을 준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그 사람의 연봉과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더라고요. _강수정

EDITOR : 박소영
PHOTO : JTBC

발행 : 2014년 29호

드라마 [밀회]에서 ‘삼중 첩자’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으며 온갖 궂은 일을 겪는 ‘오혜원’. 언제나 뒤돌아서는 순간 다시 꼿꼿하고 우아해지는 내공을 보여준다.

Credit Info

2014년 05월 01호

2014년 05월 01호(총권 29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소영
PHOTO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