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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derful -Full Lady

On April 30, 2014

'미스코리아 진'으로 호명된 1988년 이후 김성령에게 다시 봄이 찾아왔다.

◀ 티셔츠 발맹(Balmain). 팬츠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슈즈 마이클 코어스 (Michael Kors). 시계 보메 메르시에(Baume & Mercier). 팔찌 모두 이카트리나 뉴욕(Ekatrina New York).

아하하하. 아직까지도 김성령의 가늘고 높은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만 두 편(<표적>, <역린>)에, 1인 3역을 맡은 연극 연습으로 지쳤을 법도 한데 김성령은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녀 표현을 빌리자면 김성령은 ‘거의 반백 년을 산 사람’. 현장의 최고 연장자를 웃겨주기는커녕 그녀 덕분에 웃을 때마다 미안할 정도였다.

“내가 이기적이라서 그래요.” 그녀가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알고 보면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 불편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다 나 좋자고 이러는 거예요.” 그러다가 촬영장 한편에 준비된 김밥을 집어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 이거 어디 거예요? 앞으로 애들 소풍 갈 때 사줘야겠다. 친구들 김밥 그만 얻어먹으라 하고. 아하하하” 하고 또 웃었다. 경국지색의 ‘완판녀’와 두 아들을 키우는 소탈한 워킹 맘의 괴리가 즐거웠다. 이날 김성령은 봄처럼 예뻤다.



오늘 촬영 어땠어요?
날씨도 좋고 모든 게 다 좋았어요. 힐링한 것 같아요. 이곳에서 <상속자들>의 그 유명한 학부모 회의 장면을 찍었거든요.
그때 생각도 나고.

최근에 화보 정말 많이 찍었잖아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게 남아 있어요?
오늘 딱 그걸 해본 것 같은데요? 그동안은 주로 카리스마 있거나 화려한 쪽이었는데, 오늘은 내추럴하고 화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김성령은 어느 쪽이죠?
절대 카리스마 쪽은 아니에요. 그런데 절 처음 본 사람들은 상당히 긴장해요. 알고 보면 진짜 편한 사람인데. 아하하하.

단호한 편일 것 같아요.
그런 면은 있어요. A형이라 그런지 완벽을 추구해서(웃음). 나이 들수록 유해져야 하는데 어째 점점 더 단호해지는 것 같아요.
실수 안 하려고 그래요, 되도록.

<추적자>, <야왕>, <상속자들> 같은 드라마로 사랑받았지만, 전 영화 속 김성령을 더 좋아해요. <의뢰인>의 사무장 같은 모습 말이에요.
영화 속의 제 모습이 조금 더 새롭죠? 이상하게 드라마는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만 들어와요. 누구의 화려한 엄마 이런 역할.
영화 쪽에서는 저를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의뢰인>도 의외의 캐스팅이었고, 곧 개봉할 <표적>도 그렇고. ‘어? 나한테 왜 이런 역할을 주지?’ 생각할 정도로요.

  • 레이스 원피스 이자벨마랑. 키 펜던트 목걸이 티파니. 약지에 착용한 반지 피아제.

<표적>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맡았어요? 액션 신도 꽤 있어 보이던데.
냉철하면서도 ‘촉’이 발달한 베테랑 형사예요. 그동안 남들 액션 연기하는 게 정말 부러웠거든요. 이 영화 때문에 한여름에 액션 스쿨에 가서 연습했는데, 저보다 훨씬 어린 배우들 사이에서 칭찬받았잖아요. 잘한다고(웃음).

못하는 게 있긴 해요?
아하하하.

<표적>의 창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 싶다고 하던가요?
기존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 굉장히 터프한 걸 많이 요구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보이진 않을 거예요.
제가 기본적으로 워낙 우아해서. 아하하하.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인데, 평소 거친 말이나 욕 같은 건 잘 안 하나 봐요.
네. 농담 삼아 하면 주변 사람들이 “하지 마. 어쩌면 그렇게 안 어울려?” 그래요. 사투리도 잘 안 어울리지만, 욕은 제가 생각해도 정말 아니에요.

‘기존의 김성령’이라는 표현에서 각기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우아하고 누군가에게는 차가울 테지만 전 ‘귀여운 백치미’부터 떠오르거든요.
정말 다행이죠. 예전에는 이거 한 가지뿐이었어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힐링캠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 정말 잘한 일인 듯해요. 사람들이 저더러 ‘반전’이래요. <힐링캠프> 덕분에 <상속자들>에도 캐스팅된 거고요. 이제는 대중이 김성령을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느껴주는 것 같아 좋아요. 저의 체온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던데 원래부터 그런 거예요? 아니면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 건가요?
어릴 때는 부끄러움도 많고 내성적이었어요. 자신을 드러내는 데 촌스럽고 서툴렀다고 할까? 부모님이 워낙 곱게만 키웠거든요.
미스코리아 되고 갑자기 세상에 던져지니 힘들었죠. 얌전하게 보이려고만 하니까 당연히 연기도 안 되고. 카메라 앞에서 늘 경직돼 있었어요. 뻔뻔해지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그나마 스스로 편안해졌다고 느낀 때는 언제였어요?
드라마 <신드롬>을 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그게 2012년 2월이니까, 불과 얼마 안 됐죠.

원피스 토즈(Tod’s).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키 펜던트 목걸이 티파니(Tiffany & C

<힐링캠프>에서 남편 분이 출연해 “당신 정말 많이 노력했잖아”라며 눈시울을 붉히던데 그 ‘노력’의 동력이 뭐죠? 사람이 관성을 버리기가 쉽지 않잖아요.
어느 순간 자신이 진심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 오히려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제가 저를 기특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전 항상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정말 잘하고는 싶은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덤빈 거죠. 나이 마흔에 대학도 다시 가고 연기 레슨도 받고. 운동도 몸매 때문이 아니라 뱃심이 있어야 발성이 좋아진다고 해서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멜로 드라마>라는 연극 무대에도 선 거고요.
그때가 2008년이었는데 둘째 낳은 지 2개월 만에 합류해서 애 백일 때 첫 무대를 올렸어요. 그날 관객들한테 백설기도 돌렸죠(웃음). 출산 후 부기가 채 가시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는데도 고집을 부렸어요. ‘아니야, 나 할래. 할 수 있어!’ 그걸 하면 제가 성장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끝나 보니 아니었어.
아하하하.

연기를 진짜 좋아하나 봐요.
그런데 타고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만큼 타고난 재능이 어디 있나요. 오랜 시간 일을 해왔는데 그걸 더 잘하고 싶어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뭔가를 헤집고 다니는 사람을 전 별로 본 적이 없거든요.
어릴 때 배우를 꿈 꾼 적은 없었지만 이 바닥에 들어와 연기를 하게 된 이상 잘하고 싶은데 성에 안 차는 거죠. 계속 목마른 느낌?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거예요.

최근에 급격한 관심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제가 10대나 20대도 아니고 신인도 아니라서 별로 체감을 못하고 있어요.

CF가 엄청 들어온다면서요?
‘왜 이러지?’ 싶다니까요. ‘40대 최고 여배우’ 같은 설문 조사에서 1위를 했을 때 오히려 신기했어요. 왜? 내가 왜?

‘돈을 더 벌어야겠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인기를 누려보겠다’가 아니라 ‘내 부족함을 채우고야 말리라’ 하는 의지가 보여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사람 같아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맞아요. 그런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 대표작 딱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표작이 생기면 만족할 것 같아요?
그럼요! 그러면 모든 걸 내려놓고 편안해질 것 같아요.

또 다른 작품으로 그 작품을 넘어서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럴까요? 전 요즘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제가 거의 반백 년을 살았거든요. 농담처럼 “난 환갑잔치 안 하고 반백 년 파티할 거야”라는 말을 항상 하는데 내 인생을 위해, 여배우로서의 인생을 위해 어떤 그림이 좋을지 떠올려보고 있어요.

비대칭 원피스, 슈즈 모두 끌로에(Chloe′).

스스로는 연기를 못한다고 자신하는데(웃음), <의뢰인>이 좋았던 이유가 스타카토 같은 캐릭터라서요. 소위 말하는 극의 ‘감초’인데, 한국 영화에서 그런 역할은 남자 배우들밖에 못했거든요. 잠깐 등장해서 극을 조였다가 훅 빠져야 하니까 보통 내공이 필요한 게 아니죠. 그런데 그게 가능한 여배우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저한텐 아주 중요한 얘기예요. 요즘 그런 반응을 실감하고 있거든요. 감독님들이 영화 속 작은 역할에 저를 쓰려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맡으면 그 캐릭터가 커 보이고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껴요. <표적>도 그런 케이스고요.

요즘 40대 여배우들이 각광받고 있잖아요. 20~30대 여배우들보다 더 예쁘고 생기 넘쳐요. 작품 선택도 더 과감하고요. 그건 시대가 만들어준 게 아니에요.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리인 거죠.
이런 말은 적어둬야겠네요(웃음). 저 역시 동년배인 김희애 씨를 보면 항상 멋있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혹시 <밀회> 보세요?
그럼요. 정말 버릴 게 없는 작품이에요. 보면서 ‘아~ 저거는 내가 더 잘했겠다’ 이러다가 ‘아니다, 저건 내가 절대 못했겠다’ 이런 생각도 하고.

이상형인 강동원과 그런 작품 한 편 해야죠(웃음)?
에이~(웃음), 강동원이 나 싫어할 거야.

중년 여배우로서 두려운 선택이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럼요. 그런데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든 매번 그래요. 그럴 때는 그냥 주변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감독이든, 동료 배우든, 헤어 메이크업 팀이든.

오늘 촬영한 스태프들이 “이렇게 까탈 안 부리는 여배우도 처음”이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니에요. 저도 충분히 예민한 사람이에요. 오늘 촬영팀은 늘 같이하던 팀이 아니라서 내심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이것도 도전이었어요. 제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거니까 그냥 믿고 가는 거죠.

굉장히 좋은 배우의 덕목인 것 같아요. ‘나를 도구로 쓰세요’ 하는.
처음부터 원톱이었던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클 거예요. 전 그 마음 이해해요. 하지만 전 마음에 안 드는 자리에도 있어봤기 때문에 그들보다는 덜 두려운 거예요.

40대 여배우를 스크린에서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얼굴이 자연스럽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남자 배우들에 비해 여배우들은 성형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스크린이 워낙 크니까 표정이 조금만 부자연스러워도 관객이 거기에 영향을 받거든요.
뭐, 그래도 결국 감독들은 성형해서 예쁜 사람 쓰던데요(웃음)? 전 나름 제 얼굴에 자부심을 갖고 있거든요. 남들이 제 클로즈업 컷 보면서 “어머, 김성령도 많이 늙었다”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배우는 자연스러울 때 가장 예쁜 것 같아요.

화이트 재킷 에이치에스에이치 . 목걸이 티파니. 체인 시계 불가리.

드라마 많이 챙겨 보세요?
요새는 <참 좋은 시절>이 좋아요. 김희선 씨 사투리 연기도 좋고, 윤여정 선생님이 등장하는 장면도 감탄하면서 보죠. TV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2회까지 다 챙겨 봐요. 두 편만 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쓰리 데이즈>, <신의 선물-14일> 등 다 봤어요. 요즘 드라마들 왜 이렇게 재밌어요?

배우로서 뒤늦게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요?
나이가 조금만 더 어렸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런데 기회가 늦게 찾아온 것에도 다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제가 조금 더 일찍 철이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있어요. 어릴 때는 연기가 부족해도 ‘난 미스코리아니까’ 하면서 얼버무리고, 조연 배우들이 잠깐 촬영하고 현장 구석에서 쉬는 것 보며 부러워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에 대한 꿈을 키워서 그런지 ‘현장만 가면 정말 행복해요’ 이런 모드예요. 정말 놀랍다니까요.

그래서 많이들 불안해하잖아요. 오직 하나만 보고 달리니까.
그럴 수도 있죠. 이 바닥에서는 꼭 열심히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김창완 선배가 “끝까지 가면 프로”라고 했던 말이 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남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듣기 좋은 말이 뭐예요?
몰라요. 지인들 말로는 ‘예쁘다’고 하면 제가 되게 좋아한다던데요? 아하하하.

가장 듣기 싫은 말은요?
모르겠어요. 아! 저한테 지적 좀 해주세요. 지적당하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남의 시선 때문에 자아가 다친다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봐요.
그런 것 같아요. 전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누구와 감정 다툼이 있을 때도 일단 그 사람 말이 다 맞다고 가정하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도인의 경지인가(웃음)? 생각이 정말 많아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지금 <미스 프랑스> 연극 연습 중이죠? 왜 이 타이밍에 연극을 하세요?
재충전이 필요해서요. 계속 달려가면 뭔가에 걸려 넘어질 것 같아서.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큰 압박으로 느껴지는데 그게 재충전이 되나요?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연극 무대 설 때 청심환을 정말 많이 먹어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서. 제가 무대에 자신이 있어서 서는 건 아니라는 얘기예요.

결국 두려워서 하는 거네요.
맞아요. 두려워서 해요. 두려움을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요.



김성령의 터닝 포인트

  • 의뢰인(2011)
    도리어 변호사(하정우)의 살핌을 받는 사고뭉치 사무장 역.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연기했어요. 화장도 거의 안 하고 표정도 전혀 꾸미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연기가 즐겁더라고요.”

EDITOR : 조세경, 김현민
PHOTO : 김보성
HAIR : 이지혜
MAKEUP : 원조연
ASSISTANT : 진정아
LOCATION :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 하우스

발행 : 2014년 29호

'미스코리아 진'으로 호명된 1988년 이후 김성령에게 다시 봄이 찾아왔다.

Credit Info

2014년 05월 01호

2014년 05월 01호(총권 29호)

이달의 목차
EDITOR
조세경,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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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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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MAKEUP
원조연
ASSISTANT
진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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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애스톤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