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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호 EDITOR'S LETTER

On April 25, 2014

아아, 이런!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EDITOR IN CHIEF 안성현



아아, 이런!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결국 다이어트의 계절이 돌아왔지 뭡니까. 옷이 가벼워지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거, 우린 너무 잘 알잖아요? 겨우내 패딩 프로텍터의 호위를 받던 러브핸들과 히트텍 안에서 숙면을 취하던 팔뚝 살들이 기지개를 펴는 요즘. 부끄러움을 금치 못해 숨길 곳을 찾아보지만 그게 참 여의치가 않습니다. 나의 살들이여, 너희가 편히 쉴 곳은 대체 어디인거냐? 다급히 외쳐 봐도 소용없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길었던 지난겨울, 전 뭘 했던 걸까요? 곳간에 쌀가마니 채우듯 살덩이를 차곡차곡 비축했으니 말이죠.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말 걸 모르지 않았는데 말이죠. 알죠, 알아요. 게으름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거. 전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것처럼 다이어트가 사회적 악이네, 여성성을 정치하려 드는 거네, 하는 의견에 동의하진 않아요. 사회는 늘 아름다움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뿐이니까요. 구시대에는 통통한 몸이, 20세기에 들어서는 날씬한 몸이 그 기준이 되었던 것 뿐. 게다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건 인간의 본성인데, 그걸 추구하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태생을 거스르는 일 아닌가요? 외계인도 뱀파이어도 아닌데 지구에선 지구의 기준을! 통탄스러운 게 있다면 16세기에 태어나지 못했다는 겁니다. 당시엔 잘 먹고 살집이 있고 그래야 미녀였다니까요. 통통한 여자를 휘감은 풍성한 드레스 자락은 요즘말로 럭셔리의 상징. 물론 제가 부잣집 마나님으로 태어났을지, 비썩 마른 하녀로 태어났을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죠. 부유한 귀족들이 음식의 양으로 평민들과 자신을 차별화했던 시대.
당시 문서들을 보면 ‘폭식의 연회’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엄청난 양의 산해진미를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주지육림의 파티. 먹을 게 귀한 시절의 일이죠. 그리고 뚱뚱한(지금 기준으로) 게 트렌드였던 때의 일이고요. 그땐 음식을 조절해서 살은 뺀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아무도 안했겠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뱃속에 물질적 부를 축적하는 게 어이없어진, 아니 뱃속의 부를 잘게 쪼개 공중분해 시키고 하다못해 장 속에 있는 티끌까지 산산조각을 내야 청담동 스트리트에서 파워워킹을 할 수 있는 시대. 심지어 40대를 훌쩍 넘고 아이도 몇 있는 아줌마들조차 오혜원(드라마 <밀회> 속 김희애)의 몸을 달라고 떼창을 하는 시대.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가지 않는 한 우린 그런 시대를 살아야 하잖아요?
복부에 삼단 케이크를 달고 다니는 주제에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우리 어디 한번 봄맞이 지방 대청소 한번 해볼까요? 일단 이번호 그라치아 162페이지 ‘슬로우 바디’ 칼럼이 바쁜 워킹우먼에게 지침이 될 겁니다. 하루 종일 러닝 머신을 끼고 살 순 없는 워킹 우먼들이라면 3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이 방법이 안성맞춤일 테니까요. 우리가 뭐 올림픽을 앞두고 체급 조절하는 운동선수도 아니고 말이죠. 이 칼럼에 소개된 생활수칙을 90일 정도 따르다보면 체질이 변하든가 살을 부르는 습관이 없어지든가, 둘 중 하나는 될 것 같네요. 스무 살 연하의 추파를 받지는 못할지언정 스무 살 연하에게 ‘어머님’ 소리는 안 들을 수 있을 것도 같고요.

그럼, 우리 모두 파이팅입니다.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4년 29호

아아, 이런!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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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1호

2014년 05월 01호(총권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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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