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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모자라'에 이어 '보름달'로 다시 떠오른 선미.

이제 몸이 좀 풀렸어요

On March 13, 2014

선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Full Moon]이 공개된 날, 거의 밤 12시가 다 돼서야 그녀를 만났다. 며칠 전 선미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사진은 영화 <제5원소>의 스틸이었다. 그러니까 밀라 요보비치의 그 파격적인 오렌지 헤어와 붕대 패션 말이다.

  • 화이트 톱 노케제이. 하나로 연결된 진주 장식의 링과 브레이슬릿 빈티지헐리우드.

선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이 공개된 날, 거의 밤 12시가 다 돼서야 그녀를 만났다. 선미가 화보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는 말에, 솔직히 매니저나 소속사 마케팅 담당과 얘기하는 자리인 줄 알고 갔다. 그런데 그곳에 선미가 있었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보니 무대를 마치자마자 급하게 달려온 모양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여린 체구에 소녀 같은 생기가 눈빛에 묻어 있어 자못 놀랐다. 선미는 아직 어리고 발랄하고 당찬 여자애였다. 며칠 전 선미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사진은 영화 <제5원소>의 스틸이었다. 그러니까 밀라 요보비치의 그 파격적인 오렌지 헤어와 붕대 패션 말이다.

“어떤 여자 가수가 찍어도 상관없는 화보는 하고 싶지 않아요.” 비비드한 봄 컬러의 드레스에 적당히 귀여운 슈즈를 신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미는 “그저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이미지는 싫다”고 말했다. 거기서 선미의 뭔가를 봤다. 박진영이 왜 원더걸스 시절에도 눈에 잘 띄지 않던 어린 막내를 솔로 무대에 세웠는지 그 이유도 보였다. ‘24시간이 모자라’ 때 이미 확인하지 않았던가. 무대의 여백을 기어이 홀로 채워내고야 마는 그녀의 박력을.

화보 촬영 날, 선미는 의외로 긴장한 듯 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는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람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순하게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우리의 목표는 애초부터 이거 하나였다. 오직 선미만이 할 수 있는 걸 하자. 드디어 플래시가 터지고 첫 모니터링을 했을 때, 그제야 그녀가 웃었다. “이 정도면 그냥 휙 넘어가는 페이지가 되진 않겠죠?”

  • 발행 : 2014년 26호
  • 배움터를 에두르며 각층을 연결하는 디자인 둘레길.

(왼쪽)시스루 소재의 도트 블라우스, 슬리브리스 톱 모두 폴앤앨리스(Paul & Alice). 가죽 쇼트 팬츠, 스터드 장식 헤드밴드 모두 스타일난다(Style Nanda).(오른쪽) 보디슈트 칼이석태(Kaal E.suktae). 앵클부츠 율이에(Yuul Yie). 가죽 네크리스 알렉산더 맥퀸 by SSG분더샵(Alexander McQueen by SSG Boon the Shop). 진주 링 엠주(Mzuu).

그래서 오늘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요?
처음에는 걱정됐는데 결과물을 보니 원하던 것들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좋아요.

섹시하던데요?
아하하. 솔직히 섹시는 잘 모르겠고, 노출 있는 의상을 입었지만 야한 느낌이 없어 맘에 들어요. 신비로워요.

이렇게 직접 화보 콘셉트를 먼저 제안하는 가수는 거의 없어요.
진짜요? 다 그러는 거 아니었나요?

원래 일할 때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에요?
네. 이번 앨범 콘셉트 잡을 때도 그랬어요. ‘이거 해, 저거 해’ 하란다고 ‘네’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저도 원하는 게 뚜렷이 있으니까 절충하는 선에서 어필하곤 하죠.

어렸을 때도 그랬어요? 원더걸스 때 말이에요.
아니요. 원더걸스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죠. 그런데 이제 솔로 가수인 데다 데뷔한 지 벌써 8년 차잖아요. 저한테도 어떤 소신이라는 게 생기더라고요.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게 뭐예요?
안무요. 뮤직비디오 보면 비 내리는 지붕 위를 걷는 신 있잖아요. 그게 제 아이디어예요. 이번 앨범 콘셉트가 뱀파이어니까 동작이나 느낌 하나하나를 그에 맞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 튜브 톱 미니드레스 펜디(Fendi). 도트 패턴 스타킹 월포드(Wolford). 진주 장식 골드 네크리스 엠주(Mzuu). 실버 링 마리아 블랙 by SSG분더샵(Maria Black by SSG Boon the Shop). 체인 브레이슬릿 스타일난다(Style Nanda).

전반적으로 살짝살짝 움직이는 안무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절제된 안무를 보면서 여유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난 크게, 세게 춤추지 않아도 충분히 무대를 채울 수 있어’ 하는 자신감이 보였어요.
맞아요. 제가 욕심을 더 냈다면 오히려 다른 걸 그룹들과 비슷하게 보였을 거예요. 느낌을 살리는 데 주력한 건 현명한 선택 같아요.

그런 선택은 가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박진영 프로듀서는 선미 씨한테 뭘 봤을까요? 솔로 데뷔를 밀어붙인 것도 그렇고.

아직도 그걸 모르겠어요. 아주 오래전에 이런 말을 하신 적은 있어요. 넌 스스로 모르고 있는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고.
넌 아직 하나도 안 보여준 것 같다고.



선미가 예전에 어떤 아이였는지 궁금해서 원더걸스의 ‘아이러니’ 데뷔 무대를 다시 찾아봤어요.
앗! 저도 얼마 전에 그 무대를 찾아봤는데 통했네요.

선미 씨는 왜 봤어요?
그냥 7년 전에는 제가 어땠을까 궁금해서요. 차마 끝까지 볼 수가 없던데요? 정말 어리고 미숙하고…, 그런데 귀여웠어요(웃음).

그때가 16살이었잖아요. 그날의 공기나 기분이 생각나요?
네. 생생히요. 그날 사전 녹화였거든요. 녹화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는데 매니저 오빠가 저한테 왜 그렇게 인상을 쓰느냐고, 너는 콘셉트가 순수 천사고 백치미니까 그냥 무조건 웃으라고 했어요. 으하하.

그러고 나서 ‘24시간이 모자라’ 무대를 다시 봤어요. 이 곡은 선미 씨한테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처음으로 혼자 선 무대이고, 또 한국에서는 거의 5~6년 만에 서는 무대였어요. 그러니까 사실 감이 많이 떨어졌을 거 아니에요.
다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는 준비 운동 같았어요. 몸이 풀려야 무엇인들 할 수 있잖아요. 본 경기 전에 서서히 근육을 풀 듯, 내가 솔로로서 해나가야 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다져본 무대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만족스러웠나요?
네, 저는요. 제가 가진 걸 다 안 보여줬어요.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그때 다 꺼냈으면 전 더 이상 할 게 없잖아요. 지금 보면 물론 아쉬운 무대들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솔로 가수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중에게 제시하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아요.

▶ 메시 소재의 롱 원피스 비나제이란제리(Vina J. Lingerie). 크리스털 장식의 베스트 곽현주(Kwak Hyun Joo). 실버 스틸레토 힐 폴앤앨리스 (Paul & Alice). 보디슈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10년 원더걸스를 탈퇴하고 2013년에 솔로로 컴백했잖아요. 그사이에 뭐 했어요?
전 그냥 이 기억밖에 없어요. 집에서 공부하고, 회사 가서 연습하고, 다시 집에서 공부하고.

그땐 심적으로 어땠어요?
한동안 다운돼 있었죠. 저한테는 힘들었던 시기예요.

그러다 다시 업된 순간은요?
박진영 PD님한테 ‘24시간이 모자라’ 곡 받고 나서.
그게 작년 3월이에요.

‘자, 이제 솔로로 출격할 때가 됐다’ 이거였나요? 어느 날 갑자기?
네, 맞아요. 그냥 어느 날, 정말 갑자기. 왜 그때였는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에서 박진영 프로듀서가 원하는 방향이 뭐였어요?
머리 색깔만 몇 번을 바꿨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번 무대가 ‘무조건 세게’였다면, 이번 앨범에는 소녀 같은 순수함을 담았어요.
그렇지만 뭔가 알 건 아는(웃음)?

타이틀곡 ‘보름달’은 박진영 프로듀서의 곡이 아니에요. 용감한 형제와 처음 작업했는데 어땠어요?
용감한 형제 오빠가 굉장히 무섭다는 소문을 들어서 긴장 상태로 스튜디오에 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친절하세요. 사근사근하시기까지(웃음).

이번 ‘보름달’ 무대는 스스로 어떻게 평가해요?
빈틈이 자꾸 보여요. 그런데 제 성격에 평생 만족스러운 무대는 못 만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무리 ‘잘했다, 잘했다’ 해도 저는 늘 아쉬워요.

첫 무대를 보고 박진영 프로듀서가 뭐라고 하던가요?
잘했어, 잘했는데…(웃음). 사람들이 이 무대를 보고 ‘아,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네가 더 좋아져야 한다고요.

남성 팬이 더 많아요, 여성 팬이 더 많아요?
여성 팬이오.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물어봤어요.
신기하게도 여자 분들이 제가 춤출 때 나오는 보디라인이나 분위기를 좋아하세요.

각‘선미’잖아요. 그 비결은 뭐예요? 타고났다는 말은 듣기 싫어요(웃음).
각선미래…(웃음). 운동이에요. 스쿼트.

◀ 슬리브리스 원피스 아메리칸어패럴(American Apparel). PVC 소재 패턴 칼라 세컨플로어(2econd Floor). 체인 브레이슬릿 올세인츠(All Saints).

평소 말할 때 목소리와 이번 타이틀곡의 목소리 사이에 간극이 있는데, 노래할 때 힘들지 않았나요?
맞아요. 아직 저의 원래 목소리와 딱 어울리는 노래를 못 만난 것 같아요.

박진영 프로듀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말할 때 목소리와 노래할 때 목소리가 똑같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아, 그러니까요.

곡을 그렇게 만들어달라고 해요(웃음).
처음에는 제가 편하게 느껴지는 발성과 창법으로 ‘보름달’을 불렀는데, 박진영 PD님이 곡의 여릿여릿한 느낌과 거리가 멀다고 했어요. 나중에 ‘선미 사운드’라고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릴까 봐요. 원래 목소리로 박력 넘치게 부르는(웃음).



지금 대중에게 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안에서 언제나 충돌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소녀의 모습, 아니면 좀 더 성숙한 여자의 모습. 그런데 지금 이렇게 혼란을 느끼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원더걸스가 그렇게 유명한 그룹이었는데도, 선미에 대해서는 아직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룹 활동 때 제가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저라는 아이가 있었다는 건 알지만 어떤 아이인지는 모르는 거죠. 지금으로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선미가 지금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우고 있는 걸 보면 감탄스럽기도 해요.
전 이런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좋아요! 주로 이런 댓글에 눈길이 가고요. ‘Tell Me’, ‘Nobody’를 부르던 그 마르고 어린 소녀가 지금 3분 동안 무대를 혼자 채우는 게 놀랍다고. 그 4년간 대체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웃음)?

그러게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웃음)?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런 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축적된 오기? 무대에 서는 걸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그걸 4년 동안 안 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다시 무대에 섰을 때 에너지가 완전히 가득 찬 상태였던 거죠.

지금의 자신이 좋아요?
네.

어떤 점에서요?
그냥 제가 많이 대견해요(웃음). 데뷔한 지 8년 정도 되면 사실 느슨해질 수도 있을 텐데 전 항상 긴장하고 있거든요. 좋은 무대를 위해서 언제나 고민하고 엄청 스트레스받는 모습이 좋아요. 여전히 무대가 절실해요.

STYLIST : 남주희
HAIR : 피트(이가자 헤어비스 청담점)
MAKEUP : 함경식(아쥬레)
EDITOR : 김현민
PHOTO : 박경일

발행 : 2014년 26호

선미의 첫 번째 미니 앨범 [Full Moon]이 공개된 날, 거의 밤 12시가 다 돼서야 그녀를 만났다. 며칠 전 선미가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사진은 영화 <제5원소>의 스틸이었다. 그러니까 밀라 요보비치의 그 파격적인 오렌지 헤어와 붕대 패션 말이다.

Credit Info

2014년 03월 02호

2014년 03월 02호(총권 26호)

이달의 목차
STYLIST
남주희
HAIR
피트(이가자 헤어비스 청담점)
MAKEUP
함경식(아쥬레)
EDITOR
김현민
PHOTO
박경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