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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랜맨]의 '사차원' 뮤지션으로 돌아온 한지민. 이야기를 나눌수록 궁금해지는 영민한 배우 한지민의 현재 진행형.

She Rocks!

On January 21, 2014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이후 약 1년 반, 영화 [플랜맨]의 엉뚱한 ‘사차원’ 뮤지션으로 돌아온 한지민. 당신이 알던 단아한 모습의 그녀가 그렇듯 마이크를 잡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한지민 또한 아직 전부를 보여준 건 아닐 테지만,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멀리서 볼 때보다 대화를 나눌 때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

  • 블랙 라이더 재킷 카이아크만(kai-aakmann).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소녀. 칭찬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하고 언니에게 걸려온 남자 친구의 전화조차 바꿔주지 않던 바른 생활 소녀는 어느덧 연기 생활 10년 차 배우가 됐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늦바람이 났다. 명동 한복판에서 거리 모금에 나서는가 하면, 찜질방에 가거나 한강 공원을 평범하게 거닐 뿐이지만 그녀에겐 엄청난 변화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진 만큼 즐거워졌다.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이후 약 1년 반, 영화 <플랜맨>의 엉뚱한 ‘사차원’ 뮤지션으로 돌아온 한지민.
당신이 알던 단아한 모습의 그녀가 그렇듯 마이크를 잡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한지민 또한 아직 전부를 보여준 건 아닐 테지만,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멀리서 볼 때보다 대화를 나눌 때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 이 정도 근성과 에너지라면 앞으로도 오래 그녀를 작품으로 만나게 되리라. 그래서 더 주목하게 되는 한지민의 현재 진행형.

시나리오를 다 읽기도 전에 상대역이 정재영 씨라는 말을 듣고 결정했다고요?
아무 정보 없이 읽었는데 캐릭터가 마냥 활발하기만 한 게 아니라 엉뚱한 매력이 있는 데다, 기타 치며 노래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끌리더라고요. 읽다 말고 전화를 걸어 남자 배우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정재영 선배님이라는 거예요. 그때 제 마음은 이미 다 기울어진 채였죠. <플랜맨>은 회사 관계자들보다 오히려 제가 더 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내어 선택한 작품이에요.

직접 노래를 불러야 하는 뮤지션 역할이에요.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워낙 음악을 좋아하는 데다 어릴 때 놀 만했던 곳이 노래방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기타를 처음 배우며 직접 부딪쳐보니 이게 그냥 머리로 할 일은 아니더라고요. 노래 역시 구강 구조를 그려가며 몸이 악기라는 관점으로 배우니까 생소하고 어려웠죠.
다행히 OST 프로듀싱을 해준 뮤지 씨가 노래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셔서 재밌게 했어요. ‘개나 줘버려’, ‘유부남’, ‘삼각김밥’, ‘플랜맨’까지 총 네 곡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개나 줘버려’ 같은 노래는 녹음하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어요.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을 땐 ‘유부남’이란 노래가 제일 반응이 좋았대요. 멜로디도 좋은데 가사까지 끝내줘요. ‘핸드폰 왜 두 개니, 내 이름은 왜 남자니’ 이런 가사들인데, 한번 들으면 빠져들걸요?

이제 음원 차트에 도전하는 건가요?
잘 부탁합니다! 하하. 사실 관객들이 영화 볼 때 몰입에 방해만 안 됐으면 좋겠어요. 밴드에서 노래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어설플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죠.

블랙 원피스 이로. 블랙 라이더 재킷 카이아크만. 워커 페르쉐. 네크리스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

첫 작품 <올인>이 2003년이었으니 드라마 데뷔만 해도 10년 전이에요. 그사이 뭐가 가장 변했을까요?
일단 사람 자체가 변했죠.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는데, 제가 봐도 잘 못하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겠는 거예요. 사실 전 뭐 하나 칭찬받으면 더 잘해야지 하며 달리는 타입인데, 남들은 새침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주눅이 든 상태였어요. 현장에 가도 혼자만의 세계에 있는 느낌?
빨리 집에 가고 싶고, 어쩔 줄을 모르던 그런 시절이 있었죠.

그사이 충분히 도망갈 수도 있었잖아요.
도망갈 용기조차 없었던 거죠. 저는 친구들과 놀 때도 떡볶이 집이나 겨우 갔다가 바로 집으로 오는 그런 아이였어요. 동네가 아니면 별로 가본 곳도 없고, 또래에 비해 움츠려 있는 아이.
혼자 지하철을 타본 것도 고3 때가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치열한 과도기를 겪은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노력을 하면 발전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 후로는 무서워도 현장에서 씩씩하게 대답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됐어요. “네, 다시 하겠습니다!” 너는 대답 하나는 잘한다는 소리도 들어가며. 그때는 제게 작품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거죠.


요즘은요?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삶에서 연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죠. 물론 여전히 연기는 더 잘하고 싶어서 계속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이긴 해요. 그래도 요즘은 영화든 드라마든 조금이라도 다르게 도전할 게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게 돼요.

대중적으로 한지민을 알린 건 신인 무렵의 <이산>과 지난해 <옥탑방 왕세자>가 가장 컸죠.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가장 힘들게 마쳤던 작품들이거든요. <이산>은 사극이기도 하고 3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는 일명 ‘원투스리 촬영’ 방식이어서 감정선 잡기도 어렵고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옥탑방 왕세자>는 그 직전에 노희경 작가님 작품이었던 <빠담빠담>을 마치자마자 쉬지도 못하고 들어갔는데, 계속 ‘쪽 대본’으로 휘몰아치니까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도 굉장히 많이 받고,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해 주시는 걸 보면.

<플랜맨>에 들어가기까지 1년 남짓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작정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시간이 빈 거라서 마음 놓고 쉴 수도 없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외국에서 어학연수라도 받는 건데. 그런데 저는 작품을 안 할 땐 정말 평범하게 할 거 다 해서 사람들이 “너 그래도 되냐”고 말할 정도예요.

예를 들면요?
음, 찜질방에 거리낌 없이 가는 정도? 작아서 그런지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해요. 어릴 때 못 해본 걸 이제야 해보는 느낌도 있어요. 그땐 정말 왜 그랬는지. 대학생이니 술도 먹고 MT도 가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서라기보다 그냥 해 떨어지면 집에 가는 타입 있잖아요, 꽉 막힌 스타일. 굉장히 보수적이었어요.

동네에서 저희 언니가 예뻐 유명했는데, 저는 그 예쁜 아이의 무서운 동생으로 유명했어요. 남자 친구들 전화 안 바꿔주고, 밤늦게 전화하면 안 된다며 막 끊고. 미쳤죠. 하하. 어느 순간 ‘내 젊음은 한정된 건데 후회할 수도 있겠구나. 낯선 사람과도 불편하지만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뒤늦게 늦바람이 난 거죠. 요즘은 동대문도 가고, 한강 공원에도 가고, 자유롭게 돌아다녀요. 꽁꽁 싸매봤자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귀찮게 안 해요.
사실 제가 연예인을 봐도 신기하고 반가운걸요. 저를 알아봐 주는 것도 감사하죠. 배우에게 정말 무서운 건 잊히는 거니까요.

비교적 최근의 변화인가요?
서른 즈음부터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친구들 셋과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자유롭고 재밌더라고요. ‘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맛본 거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고 술 마시고 해도 제가 실수하는 건 아니니까 그 자체로 좋더라고요.
음, 주로 어울리는 무리가 언니와 형부인 게 조금 문제긴 하지만요.

그래도 스트레스받을 땐 어떻게 풀어요?
뭔가 딱히 행동으로 하진 않는데. 아, 술은 안 마시려고 해요. 힘들 때 마셔봤는데 감정이 더 극대화돼서 이건 뭐, 세상에서 제일 슬퍼지더라고요. 스물아홉 살쯤에 되게 힘들었거든요. 일도 그랬고, 사랑의 아픔도 있었던 것 같네요. 노희경 작가님이 제겐 멘토 같은 분인데,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자꾸 울었더니 법륜 스님이 만드신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셨어요. 가서 말씀을 들으니 ‘아, 내가 나를 굉장히 괴롭혔구나’ 싶더라고요. 지금도 힘들 때면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보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오늘도 연기 수업을 받았다면서요. 여전히 수업을 따로 받아요?
막상 작품에 들어가면 못 하니까 틈날 때 하려고요. 선생님이 하는 걸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연기라는 게 정답이 없어 혼자 하다 보면 물음표가 생길 때가 많거든요. 제가 원래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 시험공부 할 때도 그랬어요. 밥 먹으면서 옆에 책 펴놓고 시험공부 하고. 그렇다고 잘 보는 것도 아닌데(웃음). 여전히 연기에도 그 마음이 똑같이 발동되는 것 같아요.

남들이 잘한다고 아무리 칭찬해 줘도 본인이 성에 안 차면 스트레스받죠?
딱 그거죠. 제가 알거든요. 아, 이건 잘한 게 아니야. 그런데 드라마를 찍을 땐 여건상 제 성에 차게 할 수가 없으니까, 최대한 준비해서 잘하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에요. 남한테 피해 주기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세월이 지난 만큼 책임감도 생기고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말 뭘 몰랐죠. 나 자신을 너무 방관했다고 할까요. 촬영 전에도 관리는커녕 막 먹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 스팽글과 스터드 장식의 재킷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셔츠 반에이크(Van Ake). 플라워 비즈 장식 스커트 블루마린 (Blumarine). 블랙 힐 게스 슈즈(Guess Shoes). 골드 이어링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메시 스타킹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래도 절대 살은 안 찌는 타입 같은데요.
어휴, <해부학교실>을 안 보셔서 그래요. 이만한 아이가 갑자기 막 등장할 거예요. 이젠 알죠. 배우 하려면 운동도 하고 관리도 해야 함을.

옛날 작품 가끔 보나요?
아주 가끔요. 그때 생각이나 감정들까지 다 기억이 나요. 그래서 우리 언니가 굉장히 싫어하는데, 저는 그런 게 전부 기억이 나더라고요. 하하.

따로 기록은 안 하고요?
안 해요. 어릴 때부터 새침하고, 여자답고, 다이어리 쓰고 이런 타입은 또 아니라서. 낯을 많이 가리던 성격은 바뀌었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이미지라서 저도 딱히 부정은 안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다 알죠.

뭔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없나요?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어떤 방향성이랄까?
없어요. 정말 무계획이에요.

그래도 연기는 계속할 거잖아요. 여태껏 샛길로 빠지지 않고 계속 온 것처럼요.
왜 그런지 아세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래요(웃음). 작품이라는 게 이다음엔 저걸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절대 아니더라고요. 대중의 인기와 관심이 영원하지 않은 것도, 제가 언제까지나 예쁜 여자 주인공을 할 순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10년 전 제가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를 돌이켜보면, 그땐 이 일을 내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란 자문에 ‘아니’라는 답이 90% 정도였는데 지금은 완전 달라졌잖아요. 마찬가지로 지금 한창인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 나이 즈음에는 그분들처럼 뭔가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보려고요. 연예인이 아닌, 사람 한지민의 존재가 흔들리지 않아야 더 잘 지낼 수 있더라고요.

<플랜맨>을 보는 관객이 이건 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나요?
사람에겐 누구나 상처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영화가 코미디긴 하지만 제가 맡은 소정이도 그렇고 정재영 선배가 맡은 정석이도 그렇고, 상반된 캐릭터들이 만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해요. 영화 보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제 노래와 ‘야옹야옹’ 할 때의 엉덩이춤. 안무에 제가 많이 참여했습니다!

  • 미니 원피스 돌리앤몰리(Dolly & Molly). 스터드 장식 스타킹 월포드(Wolford). 워커 알도(Aldo). 체인 롱 네크리스 수엘(Suel). 스터드 크리스털 네크리스 루즈앤라운지 (Rouge & Lounge). 해피, 러브 크리스털 네크리스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비니 Nybh.

EDITOR : 박소영
PHOTO : 김보성
STYLIST : 한혜연
HAIR : 박선호
MAKEUP : 전성희(제니하우스)

발행 : 2014년 22호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이후 약 1년 반, 영화 [플랜맨]의 엉뚱한 ‘사차원’ 뮤지션으로 돌아온 한지민. 당신이 알던 단아한 모습의 그녀가 그렇듯 마이크를 잡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는 한지민 또한 아직 전부를 보여준 건 아닐 테지만,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건 멀리서 볼 때보다 대화를 나눌 때가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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