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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호 EDITOR'S LETTER

On December 31, 2013

당신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EDITOR IN CHIEF 안성현




당신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연말 시상식에 초대받은 배우들의 알력 싸움 말이다. 다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물론 진짜 바쁜 경우도 있다) 그와 그녀가 연말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는 건, 라이벌 배우들과의 신경전 때문이다. 내가 아닌 그녀가, 내가 아닌 그가 큰 상을 받는 데, 같은 공간에서 웃음을 머금고 두 시간 이상 앉아있는 게 피곤해서다, 싫어서다. 너무 이해가 된다. 누구나 등급 심사장에서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잡지 만들 때도 심려가 많다. A디자이너가 선배인데 B보다 사진이 1cm라도 더 커야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다. 사실 몇 년 전 한 디자이너의 사진(정말 컷이 별로였다) 크기를 팍 줄였다가 후배보다 작게 나왔다는 이유로 엄청난 노여움을 샀다. 이후로 더 신경이 쓰인다. 표지에 연예인 A가 나오는데 왜 본인은 내지 인터뷰밖에 안 해주냐고 항의 받은 적도 있다. ‘아, 그게 말이지 책 만드는 내 맘이라니까, 왜들 따지셔?’하고 싶지만! 나도 서열 간의 기 싸움이라면 겪을 만큼 겪어본 워킹 우먼인지라 그 말을 꼭꼭 씹어 삼킨다. 이제 배우 B가 대상 확정이 안돼서 드레스 피팅을 취소했다는, 카더라 통신을 접해도 그럴만하다 생각한다. 시상식의 드레스(이번 호 텐핫 스토리에 여배우 연말 드레스 전쟁에 대한 기사가 있다), 그것도 특급 드레스라면 수상자들의 몫인 게 당연하다. 이건 연예인의 입장에서도 옷을 빌려주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장기를 몽땅 내다팔아도 몸에 걸치기 힘든 고가의 실크 드레스를 의자에 깔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트로피와 함께 무대 조명 좀 받아주고 브라운관에 디테일 클로즈업이라도 좀 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이 드레스 전쟁에서 기관총 팡팡 쏴서 땡땡 브랜드 드레스를 빌려가지고, 미용실 가서 머리하고 분칠하고 빼입고 가서! 누군가의 들러리만 한다고? 됐고, 안 가고 말지.’ 이런 맘 드는 게 뭐 이상한가? 인간적으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직업인의 범주에서 보면 이상하다. 연말 시상식이라는 게 시청자들에겐 판타지적 망년회다. 브라운관 속 인물에게 맘이 홀려 울고 웃고 설레며 보낸 365일. 그 판타지 속 주인공들이 떼로 나와서 넘실대는 환상적인 망년 파티. 그걸로 시청자들은 한해의 블링블링한 마침표를 찍는다. 그리고 기대한다(물론 각 방송사 윗분들과 PD들이 더 간절히 기대하겠지). 팍팍한 일상에 옹달샘이 됐던 미니시리즈 주인공들이 합심해 주길. 잠깐만이라도 일상의 요술봉이 되어주길! 아이언맨, 토르, 헐크, 호크 아이,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가 총출동한 그 판타스틱한 어벤저스처럼! 와우! 지금 당장 지구를 구원할 것만 같은 그 에너지! 그 울트라 캡숑 파워가 연말의 브라운관에서 폭발하길 바란다. 원더우먼은 촬영 중이라며 안 오고, 슈퍼맨은 지방에 있다 그러고, 아이언맨은 해외 출장 중이라 안 오고... 히어로들이 빠진 시상식장을 바라보는 시청자는 슬프다. 연예인의 고객은 시청자인데, 고객은 왕인데, 왜 왕이 원하는 걸 안 해주나? 그래서 말인데... 이제 주인공 캐스팅 계약할 때, 이런 조항 있었으면 좋겠다. 시간 외 근무 조항 말이다. ‘연말 시상식에 반드시 참석할 것’.

EDITOR IN CHIEF : 안성현

발행 : 2013년 22호

당신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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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1월 02호

2014년 01월 02호(총권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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