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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의 누드사진이 유출됐다. 그녀도 보복성 포르노의 피해자다.

보복성 포르노

On December 03, 2013

에일리의 누드 사진이 유출됐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분명한 건 에일리가 피해자란 사실. 에일리는 돈에 미친 돌아이 남친 때문이지만, 헤어지자는 말에 복수심으로 연인의 나체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이른바 보복성 포르노를 저지르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CASE 1
A양은 남자 친구를 재밌게 해주고 싶었다. 1분 정도 분량의 동영상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영상에서 그녀는 교복을 하나씩 벗으며 남자 친구를 짜릿하게 만들 만한 제스처를 취했다. 남자 친구를 향해 ‘나 어때?’라는 말도 남겼다. 좋았던 순간은 지나고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는 A양과 주고받았던 그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상은 ‘좋아요’를 타고 급격히 퍼지더니 카톡으로까지 옮겨졌고, 영상 속 A양은 이름부터 다니는 학교, 전화번호, 카톡 아이디까지 몽땅 털렸다. 여기까지도 끔찍한데 정작 사람들이 A양으로 몰아세운 여성은 A양과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이었다. 졸지에 음란 동영상의 여주인공이 된 그녀는 아무 죄도 없이 카톡을 통해 낯선 사람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수치스러운 음담패설을 들어야 했다.

CASE 2
3년 전, 홀리 제이콥스는 친구에게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기함했다. 누군가가 홀리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그녀의 나체 사진을 올려놓았으니 어서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것. 그녀가 로그인을 했을 때는 문제의 사진이 사라지고 난 뒤였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았고 후폭풍은 더했다. 오래전 이 나체 사진을 믿고 보내줬던 옛 남친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지만 그는 이 사건과 일말의 관계도 없다고 잡아뗐다. 그사이에 그녀의 페이스북 프로필 페이지 캡처 화면은 여러 웹사이트에 오르내렸고 신상도 함께 털렸다.

사태는 홀리가 새 남자 친구에 대해 페이스북에 포스팅했을 때 더 악화됐다. 나체 사진 말고 동영상도 존재한다는 익명의 이메일을 받은 것. 익명의 발신인은 문제의 사진과 홀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촬영된 자위행위를 담은 동영상을 홀리의 회사 상사에게 보냈다. 사진과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고 홀리라는 이름은 구글에서 20페이지가 넘는 포르노 사이트 링크와 함께 검색됐다. 4년간 자신의 나체 사진과 동영상에 시달린 그녀는 현재 직장을 그만뒀고 이름도 바꿨다.

전 세계에 만연한 2013년식 복수
에일리의 소속사 측 입장은 이렇다. 속옷 회사에 사기당했다가 언론 매체에 근무하는 전 남친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사진도 함께 건넸고, 그 사진을 전 남친이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 진실이 무엇이건 전 남친의 억하심정으로 인한 행동 때문에 에일리는 한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 이 못난 ‘전 남친’이 에일리의 전 남친 얘기만은 아니다. 앞에서 말한 사례 1, 2는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일이다.

  • ABC 채널의 에 출연한 보복 포르노 피해자 홀리 제이콥스.

‘보복성 포르노’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른다. 포르노라니, 정서상 문화상 언제든지 내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하지만 사진이라면 어떨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한참의 수다 끝에 조심스레 입을 뗐다. 얼마 전 만나던 남자한테 협박을 당했다고. 상황은 이랬다.
그녀는 정식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먼 곳에 사는 다른 남자와도 만남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단순히 ‘엔조이’ 관계라 생각했던 남자가 그녀에게 집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없는 사이에 그 남자가 그녀의 휴대폰과 카메라를 해킹해 그 안에 있던 사진을 전부 자신의 장비에 옮겨 담은 것. 암호를 걸어두었던 휴대폰이 털릴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던 내 친구가 그에게 관계 정리를 요구했을 때 “네 남자 친구 이름 000지? 걔한테 이 사진 다 보내면 어떻게 될까?”라는 소름 끼치는 답변과 함께 그 남자의 집에서 찍은 그녀의 사진이 도착했다.

그때부터 두 달간 그와의 끔찍한 ‘밀당’이 시작됐다. “00녀 알지? 너 걔처럼 만들어줄 수도 있어” 전 남친의 보복성 사진 유포로 만신창이가 된 한 여자의 이름을 들먹이는 그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화를 돋우지 않도록 살살 달래며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의 엄마까지 나서고 난 후에야 일이 겨우 일단락되었다.

“추억을 무기로 만들어버리는 이 치졸한 남자가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니.” 친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나마 일이 커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천만다행을 겪을 수는 없다. 사귀는 동안 연인의 나체 사진이나 동영상을 요구하는 남자들은 의외로 많다. 사랑하는 사이기에 마지못해 요구를 들어주는 여성들도 있지만, 거리낄 것 없이 요구에 응하거나 먼저 즐기는 여성도 상당수다. 때로는 연인이 아닌 관계에서 ‘섹스팅’이란 이름으로 횡행되는 어른들의 ‘놀이’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연인관계라면 ‘너만 봐’는 말할 필요도 없는 암묵적 동의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닐 거라는 여자의 믿음과 정말로 자신만 보려고 찍은 남자의 확신은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산산이 부서진다.

  • 미드 <뉴스룸> 시즌 2에서 전 남친에 의해 나체 사진이 공개된 슬론.

보복성 포르노에 대처하는 법
둘만의 은밀한 화보는 복수심에 불탄 남자에게 제일 큰 무기가 된다. 이별 통보에 전 여친이 보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웹이라는 공간에 공개하는 못난 남자들이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것.

물론 남자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인기 아이돌의 전 여친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한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복성 포르노 피해자의 대부분은 압도적으로 여성이다. 자신의 나체 사진이 포르노 웹사이트에, 회사 동료의 고등학교 단체 카톡 창에서 떠돌 때 여자는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냐’는 감상에 빠질 시간도 없다. 속 타는 마음에 물 한 잔을 들이켜는 그 짧은 순간에도 사진은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으니까.

보복성 포르노의 문제가 심각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급속한 SNS의 발달로 인한 ‘신상 털림’은 당사자를 한순간에 사회생활 불구자로 만들 만큼 엄청난 파급력의 피해를 가져온다. 동의 없는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는 데에 대한 형사처분 논의가 주요 국가들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유다. 지금 미국은 보복성 포르노 사이트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헤어진 애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동영상을 올리는 이들이 만든 보복성 포르노 사이트에는 여성의 SNS 주소도 함께 링크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례 2의 홀리 제이콥스가 취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도 보복성 포르노 사이트에 자신의 동영상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전라 혹은 부분 노출 사진을 허락 없이 공개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주는 뉴저지와 플로리다뿐이다. 때문에 홀리와 같은 피해를 당한 여성이 가해 남성을 고소하려 해도 그가 익명의 사람들에게 ‘저 여자를 스토킹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복성 포르노를 게시한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그 남성에게 형법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하지만 피해가 점차 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 8월 캘리포니아 주에서 보복성 나체 사진 유포자에 대한 형사처분이 상원을 통과한 것.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찍은 사진이라도 개인의 신체 전체나 일부가 노출된 사진을 유포하면 약 111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거나 징역 1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대 의견이 들끓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심리적인 고통을 줄 목적으로 사진을 유포’했다는 것이 범죄로 규정된 이유다.

  • 홀리가 운영 중인 ‘endrevengeporn.com’.

홀리 역시 플로리다에서 법률 교수와 함께 보복 포르노 관련 법안에 대해 연구 중이고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겪은 여성들과 집단 소송을 준비하며 만든 웹사이트 엔드리벤지폰(endrevengeporn)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Speak Up!’이라는 구호가 적힌 이미지가 눈에 띄는 이 사이트에는 보복성 포르노 피해 여성이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에 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부터 현재 소송 진행 상황 등 자신의 힘들고도 긴 법정 싸움이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다.
홀리에 의해 소송당한 보복성 포르노 사이트와 호스트 서버들은 이러한 ‘사이버 인권 운동’에 대해 “우리 웹사이트는 오히려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들이 여성에게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다르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웹사이트를 없애는 것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많은 대중이 압도적으로 홀리의 편에 섰고 ugotposted.com을 비롯한 대표적인 보복성 포르노 웹사이트는 현재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국에서도 이 새로운 복수 스타일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피해 사례에 대한 대처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 IWF(Internet Watch Foundation : 온라인상 범죄 관련 콘텐츠 보고 기관)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이러한 동영상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촬영된 것이 아닌 이상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는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촬영에 동의했다는 것만으로 유포 또한 암묵적 동의로 간주하고 형사적 처벌을 하지 않는 것. 이는 미국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연출된 강간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거나 보는 것을 범죄로 간주하는 곳은 스코틀랜드뿐이다. 때문에 영국에서도 보복성 포르노를 범죄로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우스 런던 성폭력 위기 센터에서는 연출된 강간 동영상 유포를 처벌하지 못하는 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타의에 의한 사적인 사진과 동영상 유포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늘면서 새로운 법이 제정됐다. 예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에서는 미국, 영국과 마찬가지로 촬영에 동의했다면 그것을 유포해도 처벌할 수 없었고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서 무죄가 나온 판례도 있다.

하지만 올해 6월 19일부터는 서로 동의하에 촬영을 했더라도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촬영물을 유포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법이 개정되었다. 찍거나 찍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일단 일이 벌어지고 나면 SNS의 발달을 저주해도, 자책을 해봐도 아무 소용없다. 협박을 당했던 내 친구 역시 자신이 그런 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만에 하나 내가 그 당사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변호사가 조언한다. 내 나체 사진이 페북에 올라왔다면?

  • 미드 <뉴스룸>에서 슬론의 나체 사진을 보고 있는 동료.

STEP 1 일단 구석구석 퍼져 있는 사진과 영상을 내리는 것이 상책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시물이 게시된 포털 사이트에 사생활 침해나 명예 훼손 등의 사실을 밝히고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요청을 받은 사이트는 지체 없이 삭제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사실 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거나 큰 다툼이 예상될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최대 30일간 할 수 있다.

STEP 2 이제 유포자를 벌할 차례다.
협박만 했을 때와 유포했을 때 각각 적용되는 법이 다른데 나체 사진 및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협박 때문에 공포심을 느낄 정도라면 형법상 협박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가 된다. 협박하면서 금전까지 요구하면 공갈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협박하면서 의무 없는 일, 예를 들어 계속 연인 관계 지속을 요구한다면 강요죄(5년 이하의 징역)도 성립된다.

PLUS TIP 협박 없이 바로 유포한 경우,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단, 이 조항은 2013. 6. 19 이후로 유포한 사람만 적용된다. 그 이전에 유포를 당한 사람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수가 있긴 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죄. 하지만 여성이 피해자로서 보호받기도 어렵고 성폭법보다 형량도 낮다. 해당되는 조항을 적용해 유포자 형사처분을 구하는 내용으로 경찰서나 검찰청에 고소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협박죄부터 성폭법에 따른 처벌 모두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고소한 이상 마음이 변해 고소를 취하한다고 하더라도 수사 기관은 계속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

STEP 3 신상 공개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고소가 망설여진다면 ‘성폭법’에 규정된 피해 여성 보호 절차를 이용하면 된다.
수사 관련 각종 조서에 피해자 인적 사항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고, 보복 우려가 있는 경우 경찰서에 신변 안전 조치 요청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형사 절차 곳곳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형사 재판에서 증인으로 진술할 때는 비공개 진행을 신청할 수도 있다.

PLUS TIP 이미 발생한 손해를 실질적으로 배상받고 싶다면 ‘음란물 유포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손해’ 등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신상 털기’도 응징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자와 제공받은 자는 모두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_도움말 박기훈 변호사

EDITOR : 김소영
PHOTO : Getty Images, Shutter Stock

발행 : 2013년 19호

에일리의 누드 사진이 유출됐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지만, 분명한 건 에일리가 피해자란 사실. 에일리는 돈에 미친 돌아이 남친 때문이지만, 헤어지자는 말에 복수심으로 연인의 나체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이른바 보복성 포르노를 저지르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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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01호

2013년 12월 01호(총권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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