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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와 소노마밸리로 떠난 고수와의 일주일.

Journey from the Fall

On November 04, 2013

[황금의 제국]에서 떠나온 고수.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과 소노마밸리의 와이너리로 새로운 여행에 나섰다. 그리고 곧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앞두고 있다. 15년째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고수의 로드 트립.

#San Francisco Union Square
샌프란시스코의 쇼핑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유니언스퀘어. 쇼퍼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곳에서 고수는 여유로운 산책을 즐겼다.
주변이 익숙해질 즈음,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노마까지 또 다른 로드 트립을 떠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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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밤. 호텔 로비에서 고수가 스태프들을 불러 세웠다. 볼이 상기됐지만 겨우 와인 몇 잔을 마셨을 뿐이다. 그는 스태프들과의 마지막을 아쉬워했다. 고수와 <그라치아>가 동행한 4박 6일간의 샌프란시스코와 소노마 촬영 일정.
매 식사와 회의, 촬영 때마다 <황금의 제국> 장태주처럼 “아이고”를 섞어가며 먼저 넉살을 보였던 그다. 하지만 그 순간만은 영화에서 보던 고수표의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는 의상 피팅을 위해 소속사 사무실에서 처음 만난 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무 피곤해 보였어요. 이번 여행이 여러분에게 힐링이 되길 바랐어요.” 그러고는 이성복 시인의 ‘서시’를 읊었다.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중략)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고수는 스태프들에게 그 누군가를 꼭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그는 직업과 사생활은 분리해야 한다는 신념에 가족이나 아내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 낭송에서 그가 인연을 찾아 충만한 삶을 보내고 있음이 느껴졌다.

고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매니저에게 종류별로 맛의 차이를 느껴보라며 권했고, 스타일리스트에겐 겨울 의상이 무겁겠다며 측은해했다. 본인은 정작 자동차가 오가는 도로에 서 있었음에도 말이다. 다들 위험하다고 말려도 소용없었다. 이 한 컷을 위해 다들 고생하고 있지 않으냐며. 촬영을 마무리한 저녁,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호기심과 바람을 들려주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들이었다. 에디터에겐 여행 기사의 다양한 형식을 제안했고, 포토그래퍼에겐 파인 아트로서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건넸다. 대화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그는 즐거워했다. 그리고 우리는 고수에게 빠져든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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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내면서 넉살에 놀랐어요.
<황금의 제국>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돼서일 거예요. 대사가 많은 드라마라 덩달아 말이 많아졌어요. 원래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평소엔 조용한 편인가요?
드러내지 않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알아줬음 하는데 불가능하죠. 내 나름대로 리액션을 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요. 이런 성격 때문에 나를 어려워했어요. 자기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데 요즘엔 드라마 영향으로 말을 많이 하니 다행이에요.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요.

대사 많은 캐릭터를 또 하면 되겠네요.
맞아요. 작품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니까요.




답변마다 깊이 생각하는 진지한 인터뷰이라고 들었어요.
뭐든 어렵게 가는 편이에요. 대충 하질 못하고, 최선을 다하고도 늘 아쉬워해요. 이런 성격엔 장단점이 있죠.

단점은 뭔가요?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더군요.

가장 힘든 건 본인이죠. 자신을 계속 괴롭히니까요.
그래도 더 욕심내서 더 열심히 해야죠. 뭐든지.

한때는 속에 열이 많아 사방이 막힌 곳에서 못 잤다죠. 하지만 대중에게 고수는 부드러운 남자로 보여요.
어떤 사람을 알려면 만나보고 겪어봐야죠. 배우는 보여지는 부분만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임에도 튀고 싶지도 않았어요. 나를 감추고 대중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드렸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보려 하기에,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별 소용이 없잖아요.

데뷔 15년 만에 본모습을 드러내기로 한 건가요?
일도 편해지고,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됐어요. 지금까지는 내 모습의 10%만 보여드렸다면, 이제는 점점 더 드러내고 싶어요.
10년, 20년이 걸리든 천천히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보통은 일정 시간 내에서 여러 가지를 보여주려고 조급하게 굴잖아요.

#Golden Gate Bridge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 페리를 타고 가까이 가는 것도, 직접 그 위를 달리는 것도 의미 있지만, 고수는 금문교가 멀리 바라보이는 언덕에 섰다. 때론 떨어져서 보는 것이 현명하다며. 그곳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샌프란시스코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클래식한 그레이 슈트 1백29만8천원, 체크 패턴 셔츠 12만9천원, 포켓스퀘어 4만원 모두 보기(Boggi).

샌프란시스코에서 보여준 넉살 좋고 친절한 고수 씨가 드러났음 좋겠네요.
지금까지는 대중에게 불편한 배우였어요(웃음). 지인과는 허물없이 지내는데, 대중과는 소통하지 못했나 봐요.

최근 인터뷰마다 자신을 너무 착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 단점 많은 남자라고요.
거짓말하는 거 싫어해요. 배우는 감정 노동을 하잖아요. 캐릭터에 진실로 다가가고, 마음으로 일해야 해요. 의외로 이 분야는 계산적이거나 가식적인 부분들이 덜 필요해요. 예를 들면 조직 내 인간관계를 위해 거짓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죠. 물론 감독님과 작가도 계시지만 캐릭터의 진정성 있는 표현이 제일 중요하고, 그걸 보여주면 통하죠.

연예계는 더 치열할 것 같은데요.
세상의 모든 직업이 다 치열할 거예요. 예술이라기엔 낯 뜨겁고 부끄럽지만 어쨌든 진심이 통해야 하는 직업이에요. 연기할 때마다 익숙함이 아닌 솔직함으로 대하려고 해요. 사실 참인지 거짓인지는 자신이 알잖아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고 싶어요. 배부른 얘기 같나요? 저도 과거엔 무척이나 치열했어요. 경력이 15년 쌓이면서 달라진 거죠. 생각해 보면 직업의 특성이 아니라 일을 오래 해서 얻은 모습일 수 있어요.

#Nob Hill
굽이치는 43개의 언덕들로 이루어진 샌프란시스코. 그중 가장 높은 언덕인 노브 힐은 고급 호텔과 클럽들이 자리한 부유한 지역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고수는 걷기를 택했다. 색색의 집들과 고층 빌딩, 푸른 바다를 보며 멈출 줄 모르고 계속 걸었다.
얇은 패딩 코트 71만9천원, 브라운 니트 풀오버 19만8천원, 스카프로 활용한 도트 패턴 포켓스퀘어 4만원, 데님 팬츠 23만9천원, 스웨이드 스니커즈 34만9천원 모두 보기(Boggi). 뿔테 안경 20만원대 트리티(Trity).

10년 이상 한 분야를 판 사람들은 그만의 기준을 갖게 되죠.
16년 차 배우로서 연기는 정물화가 아닌, 어떤 효과가 더해진 예술 작품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리얼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요.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예요. 일이 싫증나서 2~3년간 쉰 적이 있었어요. 처음 1년은 너무 좋았는데 그 후부터 몸이 아팠어요. 그때 일의 소중함을 느끼고 고민이 많아졌죠. 예전엔 뭣도 모르고 카메라 앞에 섰어요. 대사 안 틀리도록 정확하게 발성하고, 화내라고 하면 거칠게 표현하고. 그러다 힘을 뺀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이제 리얼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 결론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시중에 나온 연기 방법론 서적들이 많아요. 하지만 명확한 답을 주진 못했죠. 그러다 예술디자인대학원 영화학과의 졸업 논문을 쓰게 됐어요. 이 고민들을 비디오 형식의 논문으로 담고 싶었죠.

본인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건가요?
각본, 촬영, 편집, 음악, 주인공까지 직접 해낸 30분 분량의 페이크 다큐멘터리였어요.

어떤 내용인가요?
25kg 배낭에 짐을 챙기고 한 손에 카메라를 쥔 채 무작정 터미널로 갔어요. 터미널에 걸린 전국 지도에서 아무 데나 찍었죠.
버스 타고 휴게소에서 쉬었다가 해가 저물면 하루 묵고, 다시 버스를 타고. 그렇게 일주일 정도 여행하면서 고민들을 카메라에 담았죠. 줄거리는 ‘그’가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5박 6일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그’가 누군가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꼈음 했어요.

당시의 고수 씨에겐 연기였나요?
연기일 수도, 금전일 수도, 삶의 지향점일 수도 있어요.

#Sonoma Valley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30분 남짓 떨어진 소노마밸리. 드넓게 펼쳐진 와이너리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곳이다. 와이너리 한가운데에 아기자기한 다운타운이 자리한다. 미니 사이즈의 도서관, 시청 등이 어린 시절의 동네를 떠올리게 했다.
니트 집업 디테일의 패딩 재킷 85만원대, 터틀넥 풀오버 49만8천원,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23만9천원, 스웨이드 소재 데저트 부츠 29만8천원 모두 보기(Boggi).

지금은 ‘그’의 형태가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비밀이에요. 아마 전 그를 끝까지 만나지 못할 거예요. 죽기 직전엔 또 모르죠. 한 번은 그를 찾기 위해 지리산 천왕봉까지 올라갔어요. 한겨울에 눈보라가 하도 몰아쳐서 5m 앞도 보이지 않았죠. 그 순간 저쪽에서 그가 보여 쫓아갔지만 이내 사라졌어요.

지금 실화인가요? 비디오 얘긴가요?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했잖아요. 이것이 거짓인지, 실제인지는 모르는 거죠.




지금 보면 낯부끄럽겠어요.
그걸로 석사 학위를 받은 걸요. 어디 가서 부끄러워 말 못하는 내 생각들을 담았다는 자체만으로 의미 있어 지금도 종종 돌려 봐요. 그런데 졸립기도 하고, 무슨 말하는 거야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시나리오나 영상 제작에 대한 욕심도 있나요?
영화 아티스트들이 들으면 혼나요. 남한테 피해 주는 것이 너무 싫어서 그 비디오도 1인 제작으로 한 거예요. 감독이 부족하면 여러 스태프가 힘드니까요. 또 시나리오가 습작한다고 나오는 거 아니잖아요. 여러 상황이 딱 맞아떨어져야 하거든요.

‘그’분이 오셔야 하는군요.
그렇죠. 끊임없이 그를 찾아갈 거예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에요. 지금은 가정도 있으니 어느 정도 타협하는 부분도 있겠어요.
글쎄요. 사적인 얘기는 안 하는 편이에요.

토크쇼나 예능 프로에 나가지 않는 이유도 그런 거겠죠.
맞아요. 다만 일에 대해선 욕심도, 할 얘기도 많죠.

인터뷰마다 일 욕심을 내더군요.
제가 얼마나 더 할 수 있겠어요. 작품마다 소요되는 시간이 있잖아요. 더, 더, 더 열심히 해야죠.

#Sonoma with Irish Whiskey
잠깐의 휴식 시간. 평소 위스키를 즐기는 고수가 ‘위스키 제임슨’을 선택했다. 230년의 전통만큼이나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리시 위스키다. 아일랜드의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땅에서 자란 황금빛 보리와 깨끗한 물로 만든 제임슨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여유로운 인생관을 담고 있기도 하다. 고수의 적극적인 권유 아래, 스태프들 모두 한낮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즐겼다.
레이어드 효과가 있는 울 재킷 99만8천원, 네이비 셔츠 16만9천원, 니트 타이 10만원대, 코듀로이 팬츠 21만9천원 모두 보기(Boggi).

2013년은 크게 두 작품으로 보냈네요. 드라마 <황금의 제국>과 곧 개봉할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말이에요.
두 작품의 캐릭터가 극명하게 달라요. <집으로 가는 길>에서 종배는 카센터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장이죠. 빚 보증을 잘못 서서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라 아내가 몇 푼 벌고자 지인의 심부름을 해요.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운반하다가 프랑스 감옥에서 2년 반 동안 옥살이를 하죠. 처음에 종배는 그 상황을 이해 못해요. 그에게 변호사, 법, 재판은 남의 이야기인 거죠.

실화라는 점이 충격적이었어요.
설마 하다가 하루, 이틀, 일 년이 가니 답답하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거기에서 종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부탁하는 것뿐이에요.

같은 가장인데, 만약 종배의 입장이라면 어떻겠어요?
아…, 종배는 정말 못났어요. 그런데 과연 저는 어땠을까요. 제가 살아는 있을까요? 너무 무서워서 못 살 거 같아요.

그 사건이 발생하고 정부는 무얼 했나 말이 많았어요. 저 역시 이 사회가 최소한의 안전 보장도 없다고 느낀 적이 많아요.
평범한 사람이 내일은 노숙자가 될 수 있는 거죠.

그 사건이 아니래도 우리나라에서 소수자, 약한 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집으로 가는 길>의 방은진 감독이 감정의 그래프가 격렬한 역할 때문에 배우들이 힘들었을 거라고 했어요.
해외 촬영이 잦다 보니 조금 외로웠어요. 무엇보다 종배를 떠올리는 건 지금도 힘들어요.

그런데 지금 혹시 눈물을 보인 건가요?
아…, 샌프란시스코가 참 건조하네요. 그렇죠?

  • 캐시미어 풀오버 19만8천원, 레이어드한 셔츠 12만9천원, 니트 타이 10만원대, 베이지 개버딘 팬츠 21만9천원 모두 보기(Boggi).

EDITOR : 김나랑, 오주연
PHOTO : 류형원
HAIR & MAKEUP : 김환
STYLIST : 권혜원
COOPERATION : 캘리포니아 관광청

발행 : 2013년 17호

[황금의 제국]에서 떠나온 고수.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과 소노마밸리의 와이너리로 새로운 여행에 나섰다. 그리고 곧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앞두고 있다. 15년째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고수의 로드 트립.

Credit Info

2013년 11월 01호

2013년 11월 01호(총권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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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나랑, 오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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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형원
HAIR & MAKEUP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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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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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