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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전 제주에 보금자리를 튼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미애의 힐링 타임.

제주에서 온 편지

On October 30, 2013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자연을 찾아 나설 때, 제주만한 곳이 또 있을까? 10개월 전 제주에 보금자리를 튼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미애의 힐링에 대한 생각.

“제주 집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을지도 몰라요.”
24호 태풍 다나스가 제주에 들이닥쳤을 때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그녀는 대학 수업(현재 그녀는 백제예술대학교 모델과 교수이자 학과장이다) 때문에 서울에 있었다. 월요일 밤에 서울에 올라와서 이틀간 수업을 하고 다시 수요일 밤에 제주로 향하는 최미애의 일상.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거리이지만 매주 880km를 왕복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아니에요. 홍대로 놀러 나가는 것처럼 서울에 가요.”

천생 도시 여자처럼 보이는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지난 초여름이었다. 4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깜찍한 오버올 진을 입은 훤칠한 키의 그녀.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미애와 루이 가족 4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등 전 세계를 누빈 그녀의 여행기를 읽었기에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보헤미안처럼 사는 삶이 이상하지 않았다. “50살이 되기 전에 제주에서 대안 학교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마흔이 되던 생일날 했던 다짐은 제주 동북쪽에 새 보금자리를 틀면서 현실이 되기 시작했고, 작년 11월 말부터 시작한 집 수리는 지난봄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여름에는 동네에서 우연히 아름다운청소년재단 센터장을 만났고, 그 특별한 인연으로 성산고등학교 여학생 8명과 방과 후 메이크업 수업을 하게 됐다. “방황하는 녀석들이지만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메이크업도 가르치고 인생 상담도 해주다 보니 보람도 있고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제주도에서 더 행복하다는 최미애. “서울에 올라가면 소음과 분주함 때문에 외국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희 집은 숲 속이라 고요하거든요.” 월정리에서 차로 5분 남짓 거리에 사는 최미애가 스스로의 영혼을 치유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제주 동쪽의 아지트들을 추천했다.

Miae’s letter
“가끔은 도로 위에서 죽은 사람도 만나고 죽은 동물도 만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이처럼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사람과 상황 가운데 살아가는 듯하다. 도로 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되풀이하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닌가.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너도 나도 힐링, 힐링, 힐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됐다. 가끔 나도 힐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표현 그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과연 좋은 힐링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온전하게, 완전하게, 완벽하게 치유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매일매일의 일상이 있던 곳을 떠나 홀로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 만나기도 하고, 또 친한 사람과 노을이 지는 바다를 함께 보기도 한다. 일탈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어떤 부분은 회복이 될 수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여전히 아프고 달라진 것은 없다.
자신에게 계속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을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질 수 있을까? 괜찮아지는 것은 과연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괜스레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화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바람은 손으로 잡을 수는 없지만,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간직할 수는 있다.

  •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랑쉬오름.

나에게 힐링은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하지 않아도, 좋은 데 구경을 하지 않아도, 그냥 자연 속에 나와 자연이 일대일 상태로 있는 것이 나의 온전한 치유 방법이다. 또 사람이 많은 시장에 가면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들을 통해 내가 특정인에게 받은 상처가 별거 아니였구나 하고 좋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위로를 받고 격려를 받으며 나라는 사람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많은 회복이 된다.

이렇듯 가장 아름다운 힐링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낮아진 자존감에 하이파이브를 하며 괜찮은 인생이라 응원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좋은 거라고 위로해 주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으로 아파하기도 하고, 치유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에 이사 온 지 10개월이 되었다. 사람들은 제주도에 대해 많이 알겠다며 물어보지만, 사실 잘 모른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뭐가 있는지 많은 사람이 잘 모르듯이 말이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고 동서남북이 다 다른 느낌이다. 예쁘게 정리된 정원보다 부스스한 느낌의 숲이 더 좋기에 나는 주로 동쪽에 머무르기를 좋아한다.
서쪽에 비하면 동쪽은 개발이 덜 되고 아직까지 자연스러운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WORD 최미애


Miae’s Healing Spot

남원읍 위미리에 위치한 어리석은 물고기 카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조용한 카페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싶을 땐 남원읍 위미리에 있는 어리석은 물고기 카페에 들른다. 예쁜 실들로 만들어진 액세서리가 있고, 다양한 색의 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좋아지고, 그 실로 팔찌를 만들어보면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지쳐 있는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는 주로 오름에 오른다. 그중에 다랑쉬오름과 아부오름, 용눈이오름을 자주 가는데 산과 달라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분화구의 모습에 그만 반해 버린다. 제주도 전경 또한 환상적이다.

이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테마 파크엘 가봤는데 어릴 적 나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다 있는 듯하여 너무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저절로 웃게 되는 곳이다.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는 것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시간이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배려이다.






일을 하다 지치면 김영갑 갤러리에 놀러 간다. 무인 카페에서 코코아를 마시며 사람들이 돈을 잘 내고 가는지 살피기도 하고,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음료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어쩌면 무인 카페처럼 김영갑 씨는 제주도의 풀과 바람 앞에서 늘 외롭고 쓸쓸하고 혼자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의 사진 속에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기울어진 풀의 모습은 가끔 힘든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해서 일하다 지치면 그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없지만 그의 사진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는 세화 5일장이나 제주시 5일장으로 향한다. 할머니들이 파는 물건을 보면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노인들의 여유를 공짜로 선물받는 기분이랄까? 물건을 사며 노인들과 대화하면 따듯한 힐링이 확실히 되는 듯하다. 수많은 사람이 물건을 팔고, 물건을 사고 분주히 움직이는 시장에서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람으로 인해 힘들어지면 위로를 받고 싶어 월정리 바다로 향한다. 바다 앞에 서 있으면 언제나 나는 벌거벗은 느낌이다. 넓고 깊은 바다 앞에서 작은 인간으로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내 안에 욕심이 있다면 다 버리게 해준다. 어렸을 때부터 바다는 나의 좋은 스승이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고래가 될 카페엔 맛있는 보리보리차차차와 진한 코리아노가 있고 한쪽에선 수제 톰톰카레를 맛볼 수 있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사려니 숲을 걷는다. 걷다 보면 삼나무 특유의 향이 나의 힘든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숲은 그 자체로 위로와 위안이며, 희망과 사랑과 행복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대부분 사람들은 바다를 보러 가지 숲을 찾지 않는다 . 이별을 했다면 숲을 가보라. 그곳엔 포근함이 있다. 그리고 괜찮다는 큰 위로도 있다. 숲은 엄마의 사랑과 많이 닮은 듯하다.

  • 정상에 오르면 제주의 푸른 전경이 펼쳐지는 다랑쉬오름.

EDITOR : 한주희
PHOTO : 김보성(인물), 최미애

발행 : 2013년 17호

영혼을 달래기 위해 자연을 찾아 나설 때, 제주만한 곳이 또 있을까? 10개월 전 제주에 보금자리를 튼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미애의 힐링에 대한 생각.

Credit Info

2013년 11월 01호

2013년 11월 01호(총권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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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인물), 최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