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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프런트 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의미들.

Front Row Now & Then

On October 29, 2013

패션쇼장에서 줄과 줄 사이, 그러니까 행간에 담긴 의미는 어느 소설보다도 더 심오하다. 프런트 로의 과거와 현재, 자리배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아봤다.

프런트 로의 변치 않는 아이콘, 안나 윈투어와 니콜 키드먼
지난 9년간 프런트 로의 소란과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두 여자가 있다. 안나 윈투어와 니콜 키드먼.
둘 사이의 간격도 여전하다. 2005 봄/여름 샤넬의 쇼장에선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을 사이에 두었다면, 2014 봄/여름 캘빈클라인 쇼에선 <보그> 에디터 버지니아 스미스가 둘의 사이에 있었다. 26년째 미국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는 두말할 것 없고, 올해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니콜 키드먼은 47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잘나가는 무비 스타다.
물론 무너져 내린 니콜 키드먼 얼굴선에선 9년의 세월이 읽혀지지만.

패션쇼장에서 줄과 줄 사이, 그러니까 행간에 담긴 의미는 어느 소설보다도 더 심오하다.
쇼장에서 벌어지는 오묘한 기 싸움도 모두 자리 배치 때문에 일어난다. 그중 제일 상석인 프런트 로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대략 125명 정도. 그 125석을 두고 벌어지는 변화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결부터 나라별 패션 세력의 크기, 셀러브리티의 흥망성쇠까지 무수히 많은 은유를 담고 있다. 프런트 로에 앉는 사람들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쇼를 취재하기 위해 온 미디어, 바잉을 위해 참석한 바이어, 디자이너의 절친으로 불리는 셀러브리티, 그리고 브랜드 관계자.

우선 전통 미디어인 에디터들의 자리가 최근 한 칸 뒤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 신진 미디어인 블로거들이 대거 포진됐다.
사진을 찍기 위한 블로거부터 찍히기 위한 블로거들까지. 그들이 등장하기 전, 패션쇼는 비밀 창고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미디어를 통해 발표된 몇몇 얘기들로 다음 시즌을 상상했다. 직접 볼 수 없기에 패션에 대한 판타지는 더 깊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은 속도라는 악마에 쫓기게 됐고, 뭐든 빨리 보길 원했다. 속도와 신비감을 맞바꾼 셈. 블로거 한 명이 올린 사진 한 컷이 랜선을 따라 잡지나 신문이 닿지 않는 오지에까지 퍼져나간다. 이들의 득을 보고 싶은 디자이너들은 그들에게 프런트 로의 명예를 부여했다.

바뀐 건 미디어 그룹뿐만이 아니다. 가장 빠르게 물갈이가 되는 곳은 셀러브리티 존이다. 과거에는 몇몇 선별된 무비 스타만이 앉을 수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리얼리티 쇼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타들, 별다른 직업이 없는 소셜라이트 등 다양한 이들이 엉덩이를 붙인다. 물론 다들 그 보존 기간이 길진 않다. 그 해에 어떤 인물이 뜨고 졌느냐에 따라 자리 배치는 계속 바뀌니까. 그들은 프런트 로 가운데 쪽에 앉아 무대 위의 옷보다 더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사실 이 많은 인원을 초대할 필요가 없어요. 이들 중 1/3은 런웨이의 옷과 관련도 없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 밖에도 패션 포토그래퍼 자리를 꿰찬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유럽의 정통 부호 대신 VVIP로 급부상한 동양의 로열 패밀리 등 프런트 로는 그야말로 흐르는 물처럼 시시각각 바뀐다.런웨이를 보면 다가올 새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알 수 있고, 프런트 로를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953년부터 지금 막 끝난 파리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프런트 로에서 본 기막힌 변화들을 포착했다.

  • 1953년 파리
  • 2014년 파리

아날로그 vs 디지털
프런트 로는 셀러브리티, 블로거, 10대의 소셜라이트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이폰을 들고(심지어 아이패드를 든 사람들은 뒷좌석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민폐다!) 옷을 보는 게 아니라 찍는다. 그리고 SNS로 방출한다.
그 휴대폰이 몇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했든 간에 디자이너가 몇 달을 고민해 개발한 신소재와 몇십 명의 장인이 손이 터져라 만들어낸 기막힌 디테일들을 포착할 수 있을까? 1953년 파리의 어느 쇼장에서 거북이 목을 한 채 쇼를 보고 있는 <하퍼스 바자>의 전설적인 에디터 마리 루이즈 부스케를 보라. 그저 눈으로 감상하고 펜촉으로 리뷰했다. 이게 쇼에 대한 예의다.
물론 우리를 기술의 노예로 만든 시대를 탓할 수밖에 없겠지만.

  • 2003 S/S Calvin Klein VS 2014 S/S Gucci

안나 윈투어의 옆자리
미국 <보그> 편집장이자 전 세계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안나 윈투어는 수십 년째 쇼장 제일 상석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자신의 동료나 그 시대에 제일 주목받는 여배우가 앉는다. 2003 봄/여름 캘빈클라인 쇼장에서 분홍 새틴 코트에 분홍 볼터치를 한 산드라 블록이 그녀의 옆자리를 차지했다면, 2014 봄/여름 구찌 컬렉션에선 드라마 퀸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앉았다.

산드라 블록과 블레이크 라이블리와의 팽팽한 평행 이론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2년 당시 산드라 블록은 무려 16살 연하의 라이언 고슬링과 데이트 중이었고, 8년 후인 2010년의 라이언 고슬링은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데이트를 즐겼다.
이토록 변화무쌍한 세월 사이에서 그대로인 건 안나 윈투어의 단발머리뿐.

  • 1984 S/S 디올
  • 2014 S/S 존 갈리아노

모나코 공주에서 태국 공주로
이미 패션 시장의 열쇠는 동양의 큰손들에게로 넘어갔다. 그 근거는 프런트 로에서도 찾을 수 있다.
1984년 디올의 쇼에는 그레이스 켈리의 딸이자 모나코의 공주인 카롤린이 참석했다. 직접적인 고객이자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참석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패션쇼장에 오는 공주 리스트에 제일 많이 오르는 인물은 태국의 시리와나와리 나리랏타나 공주다. 패션 디자이너로도 활동 중이며 오트 쿠튀르 드레스도 척척 사 입을 만큼 재력가인 태국 공주는 어느 쇼에서든 VVVIP 대접을 받으며 전 세계 패션 순방 중이시다.

셀럽의 향연, 베르사체와 버버리 프로섬
어느 시대든 셀러브리티들이 열광해 마지않는 브랜드가 있다. 1990년대의 베르사체는 셀럽을 위한, 셀럽에 의한, 셀럽의 브랜드였다. 지아니 베르사체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나는 유명인들에게만 옷을 입히고 싶다.”
2000 봄/여름 그의 동생 도나텔라 베르사체가 이끈 쇼에선 영화배우 줄리앤 무어와 루퍼트 에버릿, 팝스타 마돈나가 첫째 줄에 앉았다. 현재 가장 많은 셀럽이 찾는 쇼는 버버리 프로섬이다. 동서양 각국의 대표 셀럽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니까.
2014 봄/여름 버버리 프로섬의 프런트 로에는 팔로마 페이스, 시에나 밀러, 해리 스타일스 등이 앉았다.
주목할 만한 건 예전엔 무비 스타가 대세였다면, 요즘은 뮤지션이 패션과 더 가깝다는 사실!

2011 F/W Y3

블로거의 세대 교체
200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블로거들!
인터넷 속도만큼이나 교체가 빠르다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2011년만 해도 흠칫 놀라게 되는 괴상한 복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블로거들이 있었다. 브라이언 보이와 타비 게빈슨을 보라. 둘이 한 컷에 있는 장면은 눈이 시리도록 화려하다.

이때만 해도 블로거의 역할은 독특한 시선으로 패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셀카’로 도배된 블로그는 블로거의 패션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이 콘텐츠가 된다.













  • 2014 S/S 3.1 필립림

그리하여 이번 필립림의 프런트 로에는 말끔해진 브라이언 보이를 시작으로 완판 블로거로 유명한 린드라 메딘, 나탈리 주스, 엔린 클링, 하넬리 무스타파타가 쭉 앉아 있다. 오늘 입고 나온 옷을 뽐내며!

  • 1994 F/W Donna Karan
  • 2014 S/S Louis Vuitton

패션 패밀리, 코폴라 가족
코폴라 집안과 패션의 쫀쫀한 관계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시절부터 시작됐다. 1994년 소피아 코폴라가 뭇 영화들에 조연으로 등장하던 시절(그러니까 정확히 지금처럼 패션계의 우아한 뮤즈가 되기 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도나카란 쇼의 프런트 로에 앉아 있었다. 지금이라면 파파라치에게 여러 컷 찍혔을 법한 색동 머플러를 하고 말이다. 옆에 앉은 멋진 여인은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그리고 2014 봄/여름 루이비통 쇼에는 감각적인 그의 딸 소피아 코폴라가 프랑스 <보그> 편집장 엠마누엘 알트와 함께 프런트 로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녀딸이자 패션 필름 디렉터로 활동 중인 지아 코폴라도 이 대열에 합류할 날이 머지않았으니 조만간 삼대가 프런트 로에 앉아 있는 기막힌 모습도 연출 가능할 듯. 코폴라의 유전자는 영화적 감각인가, 패션 감각인가? 아님 둘 다인가!

  • 2004 F/W 스텔라 매카트니

엄마만 바뀌었어요!
스텔라 매카트니 쇼의 프런트 로 중엔 거의 고정화된 구역이 있다. 아버지 폴 매카트니와 그의 아내, 그리고 스텔라 매카트니의 남편인 알라스데어 윌리스, 그녀의 절친인 케이트 모스로 이어지는 패밀리 라인! 포토그래퍼들이 사진 찍기 딱 좋은 이 황금 좌석에 변화를 주도하는 건 바로 폴 매카트니의 부인이다.

  • 2014 S/S 스텔라 매카트니

2004년에만 해도 그의 두 번째 부인인 헤더 밀스와 손을 꼭 잡고 딸의 무대를 봤다면, 올해는 2012년에 결혼한 세 번째 부인 낸시 쉬벨과 함께였다. 아, 웬일로 자리를 비운 케이트 모스 대신 장인과 사위 사이에 옥수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은 아티스트 제프 쿤스다.

EDITOR : 김민정
PHOTO : Getty Images

발행 : 2013년 17호

패션쇼장에서 줄과 줄 사이, 그러니까 행간에 담긴 의미는 어느 소설보다도 더 심오하다. 프런트 로의 과거와 현재, 자리배치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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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01호

2013년 11월 01호(총권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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