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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칼럼니스트가 된 김나영과 디자이너 박승건이 밝히는 '미들힐'의 매력.

진격의 미들 힐

On September 16, 2013

‘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은 패션계의 단짝 듀오다. 김나영은 박승건에게 영감을 주고, 박승건은 그런 김나영을 통해 패션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들이 [그라치아]에 털어놓는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 그들만의 노하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구두로 시작한다.

준야 와타나베의 매니시한 코트에 레드 힐을 매치했다.

나영 하이힐을 애증하다.
안타깝게도 난 공식적으로 멋을 내는 자리가 아니면 힐을 신지 않는다. 굽도 어지간히 부러뜨려 먹었다. 주세페 자노티의 하이힐은 신자마자 굽이 똑 부러져, 나도 가보지 못한 이탈리아에 홀로 비행기를 태워 보내기까지 했다.

외줄타기 하는 심정으로 하이힐을 신어야 했기에 한동안 플랫 슈즈를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준비성을 발휘하기도 했는데, 힐에서 ‘내려와’ 플랫으로 ‘강등’되는 순간 못난이가 되는 나를 스스로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처럼 하이힐을 사랑하지만, 잘 소화하지 못하는 나 같은 여자들에게 기쁜 소식!

지난 시즌부터 4~5cm짜리 ‘미들 힐’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올레! 내가 요즘 가장 열광하는 건 발렌티노의 스터드 미들 힐이다. 동화 ‘빨간 구두’가 생각날 만큼 새빨간 색이 탐스러운 녀석. 앞코가 날렵해 여성스럽지만, 여러 겹의 스트랩과 스터드 장식이 있어 적당히 터프하다. 한마디로 야누스적인 두 얼굴이 공존하는 마력적인 자태랄까! 게다가 어떤 옷에든 척척 흡수되는 모습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오피스 룩에 하이힐은 빠져서 안 되는 요소지만, 하이힐은 ‘믹스’했을 때 더 존재감이 극대화되는 것 같다. 보이시한 데님 팬츠나 와이드 팬츠, 혹은 적당히 캐주얼한 요소가 섞인 옷차림(블루종이나 베이스볼 점퍼 등)을 단숨에 ‘업’시키는 역할이 바로 하이힐의 몫인 것이다. 그러므로 블랙이나 브라운 컬러의 보편적인 디자인보다는 포인트 효과가 뛰어난 컬러풀한 것을 고르라고 권하고 싶다. 날 아프고 힘들게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이힐은 나에게, 그리고 여자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하며 결정적인 존재임을….

미디스커트에는 하이힐이 꼭 필요하다.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건 재미없으므로 데님 재킷을 입었다.

승건 하이힐을 찬양하다.
여자들은 참 좋겠다. 남자들처럼 ‘깔창’이라는 우스운(하지만 절실한) 장치 없이, 아주 당당하게 마법의 깔창 위에 올라설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깔창이 가늘고 기다란 모양이라 여자들의 발이 고단하다는 건 안쓰러운 일이지만.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하이힐이 중세 시대 귀족 남성들이 즐겼던 승마에서 비롯된 ‘기능성 신발’이라는 점이다. 안장에서 발이 빠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부츠에 굽을 단 것이 그 시초였다.
그러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오물을 피하기 위해 하이힐을 신으며 대중화됐고,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여성들의 차지가 됐다는 사실도 놀랍다.

하지만 내 친구 나영이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여성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이힐을 신는다. 아주 기본적인 디자인의 하이힐도 필요하지만, 요즘엔 절충된 디자인이 많으므로 선택의 폭을 넓혀보는 것도 좋다.



하이힐은 보이시한 데님 팬츠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미들 굽은 어느 정도 발 통증과 스타일 간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이다. 게다가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 돌아오기까지 했다.

난 재미없는 옷차림이 싫다. 학습되고 정형화된 것들 말이다.
‘하이힐’이라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매개체에는 무심한 요소를 섞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길고 가는 보디라인을 만들어주는 ‘포토샵’ 같은 존재인 데다, 자신감까지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하이힐. 난 오늘도 캐주얼한 데님 팬츠에, 트레이닝 팬츠에, 또 무릎길이의 귀여운 플레어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긴다’.

트렌드가 돌고 돌아 중세 시대처럼 하이힐이 남자들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EDITOR : 오주연
WORDS : 김나영, 박승건
PHOTO : 김영훈

발행 : 2013년 14호

‘패셔니스타’ 김나영과 ‘푸시버튼’ 디자이너 박승건은 패션계의 단짝 듀오다. 김나영은 박승건에게 영감을 주고, 박승건은 그런 김나영을 통해 패션 디렉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들이 [그라치아]에 털어놓는 패션과 스타일에 관한 그들만의 노하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구두로 시작한다.

Credit Info

2013년 09월 02호

2013년 09월 02호(총권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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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오주연
WORDS
김나영, 박승건
PHOTO
김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