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이슈

걸스데이의 [여자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은 들어보셨을까?

걸 그룹, ‘가사’로 도발하다

On August 06, 2013 0

지금 가장 뜨거운 걸 그룹들의 신곡들을 들어봤다. 가사에 뜨악했다. 그들의 언어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 SISTAR ★★★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

씨스타의 가 공개된 그날, 타임라인이 요동쳤다.
노래의 첫 부분, 소유가 부르는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란 가사가 서른을 넘겼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주위 여자들을 동요시킨 것이다. 왜 씨스타처럼 예쁘고 어린 여자들이 서른 전의 결혼을 걱정하는 건가? 서른 넘어서 결혼하면 뭐가 어때서, 그리고 서른 넘어서도 결혼 안 하고 있는 나는 뭔데? (작사·작곡 이단옆차기)는 사랑을 갈구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여자의 이야기다.

‘나 혼자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노래하고 이렇게 나 울고 불고’ 했던 씨스타이고, 그런 비애를 감성적으로 전할 수 있는 효린의 목소리가 있으니, 예쁘고 어려도 씨스타에게 는 충분히 어울리는 노래다. 그렇다 해도 지금 같은 시대에 서른 이전의 결혼이 그렇게 걱정할 만한 사안일까? 그렇든 말든, 씨스타의 도발이 를 단숨에 알린 건 사실이다.

Girl’s Day ★★★ “우리나라 대통령도 여자분이신데.”

씨스타를 시작으로 걸스데이와 달샤벳이 <여자 대통령>과 <내 다리를 봐>를 들고 컴백했다.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라고 묻던 포미닛은 “거기 물 좋아?”라고 묻기 시작했다.

제목들만 놓고 봤을 때도 지금 걸 그룹들은 노출이 아닌 도발 경쟁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 (작사 남기상·강전영·Daniel R, 작곡 남기상·권선익·최도관)을 에 대입시키면, ‘우리나라 대통령도 (결혼 안 한) 여자분이신데!’ 정도가 될까? 가사의 내용은 사실 남자 앞에서 마음 졸이지 말고, 여자가 먼저 당당하게 대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전부다.

단지 ‘여자 대통령’이 현실의 대통령을 상기시키는 덕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뿐. 노래 속에서 현실의 대통령은 ‘먼저 키스해도 잡혀가지 않을 만큼’ 여자가 당당해도 되는 시대의 상징이다. 실제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여자 대통령>이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받는 게 당연하다. 신선하거나, 뜨악하거나. 어이없거나. 그런가 하면 포미닛의 <물 좋아?> (작사·작곡 용감한 형제)는 언어의 성 정치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다.




4 minute ★★★ “거기 물 좋아? 물 좋아? 그렇게 좋아?”

<물 좋아?>의 실제 내용은 클럽에서 밤새는 남자 친구를 향해 ‘굿바이’를 외치는 여자의 심정을 말하고 있는 게 전부다. 그런데 ‘물 좋아?’라는 이 말은 원래 남자들의 언어 아니었나? 어리고 앳된 소녀들이 “거기 물 좋아? 물 좋아? 그렇게 좋아?”라며 같은 성조를 반복하며 노래 부르는 풍경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물 좋아?’라고 묻다가 갑자기 ‘슬프잖아 너 땜에 힘들잖아 아~~’라고 비애를 드러내는 흐름도 솔직히 난데없다. 하긴 거리와 지하철에서 보는 요즘 애들 ‘X나’ 같은 말도 익숙한 감탄사 정도로 쓰고 있다. ‘불금’에 클럽을 찾는 인구가 급증하는 지금에 와서 ‘물 좋아?’라는 말의 성차를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이들과 달리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작사 민설·세븐틴 홀릭, 작곡 남기상·임광옥)는 가사뿐만 아니라 춤으로도 도발하는 노래다. ‘내 다리를 봐, 예쁘잖아, 짧은 치마 입었잖아. 관심 있게 보란 말야’란 가사와 치마를 펼쳤다가 닫는 일명 ‘먼로춤’이 더해질 때, 파괴력은 배가된다(유튜브에서 <내 다리를 봐>의 공연 ‘직캠’ 영상을 찾아보라. ‘먼로춤’이 등장하는 순간 남성 관객들의 환호성이 어떻게 터지는지).

  • Dal★shabet ★★★ “눈 말고 다리를 봐. 손을 놓고 나를 안아.”

‘눈 말고 다리를 봐. 손을 놓고 나를 안아’란 가사는 더 의미심장하다. 지난 세월 동안 들은 여자 가수의 노래 가운데 80~90%는 내 다리 대신 눈을 좀 보라는 내용의 가사였다. 가벼운 관심보다는 진심. 그것만 준다면 ‘정 주고 마음 주고 사랑도 주겠다’는 절창의 맹세. 관습을 뒤집어버린 <내 다리를 봐>가 당황스럽고 난데없이 느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한 번 더 찾아보고, 한 번 더 들어보게 만들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결과물의 소산일 테니까.

, <여자 대통령>, <물 좋아?>, <내 다리를 봐> 모두 여자의 입장에서 사랑하기 힘든 지금 시대의 풍경을 드러내는 노래들이다. 먼저 용기를 내는 남자는 사라졌고, 그런 남자들이 남아 있다면 그들은 당신뿐만 아니라 여러 여자들에게도 용기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세태의 반영이기만 할까? 보이 그룹보다 걸 그룹들에게서 더 가열하게 나타나는 도발의 상황은 지금 그들에게 어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음악평론가 차우진은 “걸 그룹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고 말한다. 남성 아이돌에 대한 여성 팬들의 팬덤을 일컫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공양’이다. 그들은 몇 장씩 앨범을 사고, 사인회에 참석하고, 공연 티켓을 예매하며, 가끔은 조공을 바친다. 반면 걸 그룹을 좋아하는 남성 팬들은 그저 뮤직비디오나 온라인 뒤태 사진을 볼 뿐이다. 팬덤이라고 부를 수 있는 팬덤이 없다. 게다가 한쪽에는 소녀시대가, 다른 한쪽에는 2NE1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도 넘볼 수 없는 걸 그룹들은 그 자리에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을 연 대표 주자는 ‘오렌지 캬라멜’이었다. 거의 모든 곡에 ‘아잉’ 같은 추임새를 넣고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춤을 전략적으로 연구한 그들은 일본 만화와 웹툰,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서브컬처 취향의 남성 팬들을 공략했다. 걸스데이나 달샤벳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제작된 후발 주자의 걸 그룹들이 이 시장에 들어선 건 당연한 전략으로 보인다.” 아이돌 산업이 산업화를 넘어서 이제 구조화되어 가고 있다는 징후일까? 지금 그들의 언어는 나름 타깃에 대한 연구와 틈새시장에 대한 치열한 분석이 농축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사랑하기 힘든 건 당신만이 아니다. 먹고살기 힘든 것도 당신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들어보셨을까?
남기상 작곡가는 쥬얼리, 티아라, 걸스데이 등의 곡과 가사를 써온 뮤지션이다.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은 작곡과 작사에 모두 참여했다.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도 그의 곡.


  • 남기상 작곡가.

<여자 대통령>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나온 노래인가요?
3월에 나온 <기대>부터 얘기해야 할 거 같아요. 올해로 걸스데이 막내인 혜리도 20살이 됐어요. 멤버 모두가 성인이 되면서 좀 더 당당하고 섹시한 콘셉트를 잡아 만든 노래였죠. 그때 사실 팬들에게 비난을 좀 받았어요. 혜리가 입술에 빨간색 립스틱을 칠했는데, 그게 조금 어색해 보였던 거예요. 원래 러블리한 매력이 강조된 그룹이었으니까. 그러고 여름이 되면서 시원하고 밝은 콘셉트로 가볼까 했는데, <기대> 때의 이미지를 밀고 가보자는 의견이 나온 거예요. ‘당당하고 섹시하게’가 이번 앨범의 콘셉트였고, <여자 대통령>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노래였죠.

굳이 당당하고 섹시해야만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기존의 이미지로도 사랑받는 그룹이었잖아요.
남성 팬들에게 주로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였죠. 그런데 남성 팬들은 콘서트든, 음반 구입이든 절대 움직이지 않아요. 섹시한 이미지 정도를 보고 즐기는 패턴이에요. 가수의 생명력을 위해서는 여성 팬들에게도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들에게 워너비가 될 수 있는 이미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죠.

‘여자 대통령’이란 단어는 작곡하기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가요?
저도 다른 젊은 사람들처럼, 지금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취임 이후 뉴스를 보면서 권력을 가진 여자의 모습이 눈앞에 확연히 보인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노래에 저의 정치적 의견이 들어가 있는 건 아니에요. 남자 앞에서 여자가 더 당당해도 된다는 주제 정도만 가지고 ‘가이드’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랩 부분에서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이런 식의 가사를 넣어봤던 거죠. 넣고 나니까 워낙 강렬해서 다른 방식으로 건드려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고민이 되기는 했을 거 같아요.
장난삼아 남산 끌려가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현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비난하시는 분도 있어요. 또 반대로 여자 대통령이라는 단어만 가지고 낚시질을 하려 했다는 비난도 있죠. 어쨌든 눈길을 사로잡는 전략으로는 성공한 것 같아요. 또 최근에 걸스데이가 ‘진짜 사나이’에서 군통령으로 나오는 거 보니까,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하더라고요.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는 작곡자로만 이름을 올렸어요. 하지만 전체적인 가사의 콘셉트를 갖고 작업했을 텐데요.
달샤벳 앨범은 프로듀서가 따로 있었어요. 평소 자주 커피를 마시는데, 처음에는 ‘내 다리를 봐’가 아니라 ‘(창밖을)내다봐’란 단어가 먼저 떠올랐어요. 그러다가 ‘내 다리를 봐’란 콘셉트가 나온 거죠. 아이디어는 나누었지만, 작사는 다른 분들이 했어요. 제가 걸스데이의 곡을 주로 만들어서 걸스데이의 언어와 흡사할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도 혼자 작사를 다 하는 편은 아니에요. 1절 정도를 제가 해놓고, 2절은 다른 분들의 시각을 담아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내 다리를 봐>에서 좀 뜨악했던 건, ‘눈 말고 다리를 봐. 손을 놓고 나를 안아’라는 부분이었어요. 대부분의 여자 가수들은 내 눈을 봐달라고 하잖아요.
사실 그런 반응을 전략적으로 노린 게 있었죠. 달샤벳 친구들이 그룹 전체로는 알려졌지만, 아직 개별적인 매력으로 다가가는 그룹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요즘 어린 여자 친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해요. 평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그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남자 친구와 익숙해지는 것보다는 좀 더 예뻐했으면 좋겠고, 더 섹시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가사 자체보다도 춤이 더해지면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여자들의 공감을 얻는 가사일 수도 있지만, 사실 달샤벳의 퍼포먼스는 남성 팬들을 타깃으로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아요.
말했듯이 확실히 남성 팬들은 그렇게 가사와 춤, 패션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끌리는 것 같아요. 여성 팬들은 일단 노래가 공감이 되어야 내 노래라고 생각하거든요. 걸스데이나 달샤벳은 지금 그만큼 타깃을 향한 콘셉트가 혼재되어 있다고 봐야 해요.

두 그룹의 노래를 만든 입장에서 볼 때, 걸스데이의 언어와 달샤벳의 언어가 가진 차이가 있을까요?
달샤벳은 섹시함을 드러내도 아직은 귀여운 친구들이에요. 반면에 걸스데이는 이제 조금만 표현해도 과해 보일 수 있는 그룹이죠. <내 다리를 봐>의 무대를 봐도 달샤벳의 섹시함은 아직 본격적이지 않아요.

아이돌 그룹의 가사에도 트렌드가 있을 텐데, 지금의 트렌드는 어떤 걸까요?
이제는 정해진 주제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말장난이 대세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세기말적인 징후가 아니냐는 농담도 했는데, 이제는 말과 말이 섞이는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이름이 뭐예요?’ 같은 노래도 ‘뭐예요?’가 반복되면서 자극을 주잖아요.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은 안 만드시나요?
제안을 거절하거나 그러는 건 전혀 아닌데, 주로 여자 아이돌의 노래 의뢰가 더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걸 그룹 노래를 만들 때는 제 안의 여성성이든, 평소 여자 친구들에게 듣는 이야기든 많은 걸 고민하고 메모해 놔야 가능하죠. 그만큼 노력을 하다 보니 걸 그룹 노래에 더 강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걸 그룹의 노래에 담긴 정서들이 지금 작곡가님 또래의 여성들이 가진 정서와는 차이가 있을 거 같아요. 평소 그런 정서를 어떻게 경험하는 편인가요?
주변에 파티 플래너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 덕분에 클럽이나 파티를 자주 가게 되는데, 그곳에 가면 20대 초반부터 제 또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만나게 돼요. 어쩌다 말을 섞게 되고, 그러다 보면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저로서도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아요.

결혼은 하셨어요?
그래서 고민인 게 결혼이에요. 직업상 좀 더 그런 자리에서 사람들 만나는 일을 해야 하는데, 결혼하면 힘들 테니까요. 전 정말 이 일을 오래 하고 싶거든요(웃음).

EDITOR : 강병진
PHOTO : Gatty Images, 김효석

발행 : 2013년 11호

지금 가장 뜨거운 걸 그룹들의 신곡들을 들어봤다. 가사에 뜨악했다. 그들의 언어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Credit Info

2013년 08월 01호

2013년 08월 01호(총권 11호)

이달의 목차
EDITOR
강병진
PHOTO
Getty Images, 김효석

2013년 08월 01호

이달의 목차
EDITOR
강병진
PHOTO
Getty Images, 김효석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