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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과거에 대처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

과거를 묻지마세요

On July 25, 2013

누군가의 언니, 누군가의 동생인 여성 작가들이 소소한 화두를 크지 않은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이 주에는 [로맨스가 필요해]의 정현정 작가가 ‘연인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나의 PS 파트너>의 현승은 여친인 윤정의 전남친 페니스 크기에 시기심을 느낀다.

최근 결별 소식이 전해진 쌈디와 레이디 제인. 6년을 사귄 두 사람의 결별 기사 밑에 달린 인터넷 댓글이 흥미롭다. 열 중 하나는 ‘레이디 제인 시집 다 갔다’는 댓글이다. 19세기도 아니고, 이게 무슨 소리야? 여자의 과거가 그렇게 중요해? 너넨 여자 없었냐?
이렇게 소리치고 싶지만, 사실 연인의 과거는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남자든, 여자든 간에.

가끔 남자와 여자는 인간이라는 같은 카테고리에 묶는 것이 부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연애를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과거’라는 것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 연인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를까.

일단 남자의 경우엔 가장 궁금한 것이 ‘그 남자와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나?’이다. 잘생겼어? 키 커? 뭐 하는 남자야? 얼마나 좋아했어? 이 수많은 질문은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그래서 그 남자랑 잤니? 안 잤니?’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거나 돌려 말하는 남자들이 있는 반면, 더 직설적인 궁금증 앞에 무릎을 꿇는 남자들도 있다. ‘그 남자가 잘해? 내가 잘해?’ 영화 <나의 PS 파트너>의 남자 주인공인 지성은 김아중에게 더 적나라하게 물었다. “내 게 커? 그 남자 게 커?” 여자의 입장에서야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호기심이라 생각되지만, 사실을 놓고 보자면 그는 동물로서의 남자 본능에 충실한 것뿐이다.

왜 남자들은 여자들의 정조를 확인하고 싶어 할까? 여자의 과거에 대해 남자들이 그토록 민감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의 유전자를 받아 낳은 아이를 내가 양육하고 책임지게 될까 봐 생기는 동물적인 두려움이다. 비록 지금 여자 친구와의 결혼이 먼 훗날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 두려움은 동굴 시대의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본능인 탓에 고매한 인격도 맥을 못 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남자의 질투는 자기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잤는지에 대해 동물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자의 경우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확률이 100%이지만, 남자의 경우엔 아내가 낳은 아이가 내 자식인지 확신할 수 없다. 종종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됐을 때, 우리는 재밌는 장면을 목격한다. 시댁 사람들은 ‘우리 집안 핏줄’임을 증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반면, 처가 사람들은 ‘사위’를 닮았다고 계속 강조한다. ‘네가 책임져야 하는 네 자식이야!’라고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여자의 경우를 보자. 휘청거리며 술집을 나온 남자와 여자. 여자의 손목을 잡고 택시에 탄 남자는 아주 익숙하게 도시의 모텔촌이 즐비한 골목을 행선지로 댄다. 거기까지는 여자도 안다. 지나가면서 그 모텔촌을 못 본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남자가 줄지어 선 모텔 중에 정확히 하나를 선택해 택시를 세우고, 단 한 번의 두리번거림도 없이 입구를 찾아 들어선다면? 가격도 묻지 않고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면? 때마침 명절 연휴라 ‘단골’이라는 명목으로 양말 한 켤레를 모텔 주인이 선물했다면? 그녀가 당신이라면 그 남자와 룸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수 있을까? 내 친구 A는 남자의 손을 떨치고 밖으로 나왔다. 다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양말 한 켤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그 불쾌감의 원인은 뭘까? 단순히 ‘다른 여자와 드나들던 모텔을 어떻게 나하고 올 수가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조금은 다른 심리가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쾌락을 위해 달려간 모텔이라면, 그 남자의 과거는 문제될 게 없는데 왜 A는 그런 불쾌함을 느껴야 했을까?

여자의 경우 얼핏 섹시한 남자에게 몸이 달아오르는 걸로 보이지만, 사실은 학습된 것이든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든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이 더 먼 미래를 내다보게 만든다. 자녀 양육의 부담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해지는 것. 저 남자가 나에게 성적 즐거움을 줄 것인지보다 ‘천박한 사기꾼이냐, 아니냐’를 더 생각하게 만든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성적 욕망보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요소들이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A는 아마도 단골 모텔이 있는 그 남자에게서 섹스를 가볍게 생각하는 어떤 품성을 읽어낸 것이라고 봐야 옳다.

좀 더 복잡한 친구 B의 경우엔 학교 선배와 교제 중이었는데, 다른 학교의 어떤 여자와 3년을 사귀었다는 말을 들었다. B는 기어이 그 여자의 학교로 찾아가 강의실에서 그녀를 색출해 낸 뒤, 촘촘하고 길게 훔쳐보았다. <연애의 온도>에서 김민희 역시 그랬다. 이민기가 새로 만나는 후배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그녀를 찾아내고 미행까지 한다.

왜 그랬을까? 내 남자의 욕망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무엇이 내 남자를 만족시켰고, 사랑하게 만들었는지. 그렇다면 우리는 연인이 우리의 과거를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한 명과 오래 사귀었다고 해야 할까, 여러 명과 잠깐 사귀었다고 해야 할까? 만약 스킨십의 진도를 묻는다면 어디까지라고 말해야 할까? 과거는 지나갔을 뿐이고 현재가 중요한 거니까, 사실대로 말해야 좋지 않을까?

사랑은 진실한 태도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니까? 천만의 말씀. 연인이 당신의 과거까지 사랑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터무니없는 판타지다. 판타지를 깨고 현실을 목격하자. 차라리 미스터리한 존재가 되라. 그는 그 미스터리로 인해 당신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결론을 너무 믿지는 말자. 모든 연애에 맞는 답은 없으니까.

EDITOR : 박세회
PHOTO : CJ엔터테인먼트

발행 : 2013년 10호

누군가의 언니, 누군가의 동생인 여성 작가들이 소소한 화두를 크지 않은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이 주에는 [로맨스가 필요해]의 정현정 작가가 ‘연인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Credit Info

2013년 07월 02호

2013년 07월 02호(총권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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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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