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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수영복의 역사에 관하여.

수영복이 살아 있다!

On July 15, 2013

수영복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시작이 1920년대부터니까. 하지만 변화상은 그 어떤 근현대사보다도 숨 가쁘다. 그 안에 이번 시즌의 수영복 트렌드 유전자가 고스란히 숨어 있다.

1900 ,물에서 입기엔 다소 불편해 보이는 치렁치렁한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

벌거벗은 몸이 부끄럽지 않은 공공장소가 있다는 건 생각해 보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바로 수영장과 해변의 풍경 말이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수영복을 거리낌 없이 입게 되었을까? 인체의 아름다움을 숭배했던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수영복을 입고 여가를 즐겼다.

폼페이 벽화에 현재와 거의 유사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의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후 18세기까지는 수영이라는 스포츠도, 수영복이란 옷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환자들에게 수영을 권하면서 다시금 수영복이 등장하게 됐다.

수영은 해야겠고, 수영복은 없고…. 당시의 수영복은 그저 외출복을 좀 더 타이트하게 고친 형태였다. 레깅스를 입고 치렁치렁한 주름 장식의 긴 원피스를 그 위에 입었음에도 이것마저 보여주길 꺼려 탈의실을 아예 물과 바로 연결되게 해놓았다.






  • 1920, 코코 샤넬의 영향으로 심플하고 활동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변화의 물결은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코코 샤넬이 여자들의 치마 길이를 무릎 위까지 올려놓은 후 ‘플래퍼’라는 이름의 발랄한 말괄량이들이 등장했던 그때 말이다. 게다가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멋지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수영복은 조금씩 노출을 감행했다.

1918년에 니트로 만든 수영복이 나온 이후, 1920년대 중반에는 거추장스러운 수영복이 사라지고 단순한 형태가 등장했다. 소매는 없어지고 하의의 길이는 스멀스멀 위로 올라갔으며, 남녀 수영복 형태가 거의 비슷해졌다(얼마 전 개봉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입은 수영복을 떠올려보라). 고무 재질의 수영 모자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 거의 벌거벗은 채 공공 수영장에서 남녀가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불경스럽다는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 이런 패션을 법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시대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1930, 신축성이 높고 몸에 밀착되는 투피스 수영복이 개발되었다.

장 파투, 소니아 들로네, 엘사 스키아파렐리 등의 디자이너가 앞다투어 수영복을 내놓았다. 소재는 주로 면이나 모였는데 덥기도 했지만 젖으면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1930년대 미국의 수영복 제조 업체 ‘젠첸’에서 고무 립 스티치를 활용하여 신축성을 높인 수영복 니트 기계를 개발했다.

그 결과 더 딱 달라붙는 수영복이 탄생했다. 이와 함께 길이는 더 짧아지고, 목선과 등은 더 깊이 파였다. 패션의 암흑기였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금 주말과 휴일을 즐기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전쟁의 피해가 적었던 미국을 중심으로 스포츠웨어 붐이 일었다. 영국에서는 수영을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발전시키는 분위기가 생겼다.

1940, 한층 과감해진 비키니가 만들어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수영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시기.

뭐니 뭐니 해도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비키니.
1946년에 미국이 태평양에 있는 비키니 아톨 섬에서 원자폭탄을 실험해 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때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파리의 수영장에서 손바닥만 한 수영복을 발표하며 그 이름을 비키니라고 붙인 데서 유래했다. 원자폭탄 같은 파급력을 갖길 바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너무 작은 사이즈 때문에 찬반양론이 팽팽했지만, 디자이너의 바람처럼 원자폭탄보다 더한 폭발력으로 20세기 수영복의 혁명을 일으켰다.

1950, 듀폰의 라이크라 원단 발명으로 수영복은 가벼워지고 몸매는 더 부각되는 디자인이 유행했다.

1958년 듀폰이 라이크라 소재를 개발함에 따라 수영복은 더 가벼워졌고, 1960년대에는 베트남 전쟁과 산업사회의 부조리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반항적일 만큼 야한 수영복이 유행했다. 프랑스 남부 휴양지에서 비키니 상의까지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1960, 베트남 전쟁과 산업사회에 염증을 느낀 젊은이들이 야한 수영복으로 사회의 부조리함에 반항했다.

생트로페, 리비에라 해변의 단골이었던 브리지트 바르도도 이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19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의 수영복은 더 작고, 더 가늘어졌다. 미니 비키니부터 옆선을 끈으로 처리한 아슬아슬한 스트링 형태까지 등장했다. 그것은 더 이상 부조리한 체제의 전복도, 여성 권익에 대한 주장도 아니었다. 단지 아름다움과 태양을 즐기고자 하는 순수한 욕구의 발로였을 뿐!

올여름, 수영복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수영복 트렌드가 숨 가쁘게 발전해 온 20세기 수영복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비키니가 등장하기 전의 원피스 수영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마치 노출이 부끄럽다는 듯 허벅지 라인과 가슴 라인 노출에 보수적인 원피스 수영복은 이번 시즌에 가장 트렌디한 선택이 될 전망이다.

무늬는 취향대로 선택하라. 심플한 단색의 컬러 블록인 것도 좋고, 스트라이프, 트로피컬, 플로럴 등 화려한 패턴이 있는 것도 좋다. 포인트는 거의 일상복으로 보일 만큼 노출 정도를 최소화한 것, 그리고 수줍은 ‘핀업 걸’ 느낌으로 소화하기다.




노출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비키니 마니아라면 브리프, 즉 팬티가 하이웨이스트로 된 것을 선택하라. 어떤 의미에서는 손바닥만 한 비키니보다 오히려 소화하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지만, 이보다 더 트렌디할 수 없다.


  • 1990, 빨간 립스틱을 바른 모델들이 제각기 다른 수영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이 위트 있다.

로샤스 컬렉션의 모델들은 이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원더 브라처럼 가슴을 보정해 주는 푸시업 브래지어 톱에 가슴 바로 아래까지 오는 극단적인 하이웨이스트 브리프를 착용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모습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좀 더 현실적인 스타일이 필요하다면, 1999년의 화제작 <리플리>에서 귀네스 팰트로의 수영복 스타일링을 감상해 보라. 귀네스 팰트로와 주드 로의 풋풋했던 모습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당시 영화 속 그녀의 모습이 2013년에 다시 유행의 교본이 된 것 또한 수영복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역사도 돌고, 유행도 돈다.


1.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1930~40년대의 수영복과 닮았다. 톱, 팬츠 각각 17만8천원 토리버치.
2. 1950년대의 수영복처럼 볼륨감을 강조했다. 3만2천6백원 포에버21.
3. 1960년대의 수영복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미니스커트 스타일 수영복. 30만원대 쥬시꾸뛰르.
4. 과감한 커팅과 패턴이 1990년대의 수영복을 연상시킨다. 77만원 돌체앤가바나.

EDITOR : 서민진
WORDS : 명수진
PHOTO : 김영훈(제품), Gatty Images

발행 : 2013년 10호

수영복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인 시작이 1920년대부터니까. 하지만 변화상은 그 어떤 근현대사보다도 숨 가쁘다. 그 안에 이번 시즌의 수영복 트렌드 유전자가 고스란히 숨어 있다.

Credit Info

2013년 07월 02호

2013년 07월 02호(총권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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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서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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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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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Ga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