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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누나

On May 07, 2013

기성용, 한혜진 커플은 새롭다. 남자는 젊음을, 여자는 능력을 맞교환했던 기존의 쿠거 커플 공식을 비껴갔다. 나이와 조건을 동시에 초월한 사랑이 가능한 걸까?

기성용과 한혜진

요즘 열애설은 ‘카톡’을 타고 온다.
미처 네이버 접속을 하지 못한 3월의 어느 날, 기성용·한혜진 열애설이 연이어 카톡으로 날아왔다. 곧장 30대 여성들의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25세 기성용과 33세 한혜진의 열애설은 갑론을박 수준. 열애설마다 누가 더 잘났느냐를 따지지만, 쿠거 커플의 경우 대체로 ‘그렇지, 뭐’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젊음 = 경제력 or 인기’로 맞교환되던 그간의 쿠거 공식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쿠거 공식이 뭐냐고? 쿠거 커플의 대명사로 불렸던 데미 무어와 애슈턴 커처를 보자. 2005년 데미 무어와 결혼하기 전만 해도 애슈턴 커처는 시트콤에서 시시한 농담이나 던지고 있었다.
15살 연상녀 데미 무어를 만나면서 그는 갑자기 스타가 됐고, 현재 ‘키워준 은혜’에 대한 이혼 위자료를 요구받고 있다. 그간 쿠거 커플은 팝스타와 백댄서, 상속녀와 신인 모델처럼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심하게 좋은 여자와 심하게 젊기만 한 남자의 관계로 이루어졌다.

연하남들은 한 달에 3천만원의 용돈(제니퍼 로페즈)이나 광고 모델로 꽂아주는 능력(마돈나)을 수혜받고, 언니들은 ‘토이남’ 혹은 ‘펫’을 과시했다. ‘나 이렇게 능력 있는 여자랍니다.’ 사람들도 이 교환의 법칙에 수긍했다. 하지만 기성용, 한혜진은 다르다.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톱이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 중인 선수이자 국가 대표 팀의 주전 미드필더다. 그리고 한혜진은 지금 가장 스케줄을 빼기 어려운 ‘힐링’ 스타다. 쿠거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 것. ‘쿠거계’가 변하고 있는 걸까?

지난 4월 5일의 20~35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한 <그라치아> 서베이를 보면, 이 변화는 연하남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선 연하남들은 연상녀와의 연애에 관대했다. 남성 중 42%가 3~5살, 37%가 6~15살 많은 연상녀를 연애 상대로 고려했고, 이 중 11%는 ‘나이 차이는 상관없다’고 답했다. 8살 이상의 연상녀에게 끌리는 이유는 어린 여성에 비해 잘 챙겨주는 모성애와 포용력이 60%로 가장 높았다.

사회적·금전적 능력은 32%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건 5개의 문항 중 3개의 중복 답을 허용한 비율이다. 또한 연상녀와의 이별 이유는 ‘나이 차이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다’가 34%로 가장 높았다. 많은 연하남들에게 누나는 ‘여자’이며, 설사 이별하더라도 ‘누나’여서가 아니라는 것.

  • <그라치아>코리아가 20~35세 미혼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리서치 의뢰기관:오픈서베이)

연하남들의 ‘바람직한’ 변화에 비해 여성들은 연하남과의 연애에 한 발 빼는 입장이다. 여성 중 6%가 6~10살, 단 1%만이 11~15살 연하남을 연애 상대로 고려했고, 8%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연하남과 연애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의 순수함’(29%)과 비슷한 비율로 ‘호기심 때문에’(29%), ‘어린 남자에게도 내가 매력적인지 확인하고 싶어서’(37%)란 답이 나왔다.
이는 남성들이 연상녀와의 연애 이유로 꼽은 ‘모성애와 포용력’,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성’ 등의 답에 비하면 섭섭한 결과다.
확실히 연하남들이 적극적이다. 열애설에 조용히 대처하는 한혜진에 비해, 신발에 ‘H.J’ 이니셜을 새기고 촛불 이벤트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는 기성용과 비슷하달까.

그렇다면 쿠거 커플의 사랑 성공률은? 그 성공이 결혼이라 가정한다면 상승세다.
통계청의 2011년 혼인율에서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2000년에 비해 13% 증가했다. 이 중 여자가 6~9세 연상인 경우는 약 70%(1847커플)나 급등했다. 아직은 전체 혼인 비율에서 1% 미만이지만 그래도 10여 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들 모두 해외 토픽이나 할리우드닷컴에 나오는 쿠거 공식을 따르고 있을까?
기성용과 한혜진처럼 공식을 비껴간 이도, (서로 사랑한다지만) 데미 무어와 애슈턴 커처처럼 공식을 따르는 이도 있을 거다. 알다시피 연애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니까. 그저 그들의 사랑에 축복을 보내고, 점점 넓어지는 연애 상대의 폭에 기쁨을 느끼시길!

<그라치아>코리아가 20~35세 미혼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리서치 의뢰기관:오픈서베이)

우린 정말 사랑했을까?
쿠거 연애 경험자들의 리얼 토크. 실명만 안 썼을 뿐,
100% 실화다.

+SHE SAID
직업 : C은행 계장. 나이 : 36살. 연봉 : 6천만원.
연애 경험 : 2008년부터 7살 연하와 열애 중.

돌아보면 암흑기였다. 졸업하자마자 운 좋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 3년 차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소개팅에 나오는 남자들의 그 ‘뻔함’이 지긋지긋했다. 독신주의자라고 떠들고 다니면서 주말마다 술 마시고 음악을 들으러 다녔다. 그날도 친구가 소개해 준 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뒤풀이에 합류했다. 세상이 끝날 것처럼 날뛰는 애들 사이에서 유난히 진중한 애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남자 친구를 그렇게 만났다.

연하남과의 관계는 호기심, 엔조이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몇 번의 불같고 물 같았던 경험 끝에 사랑보단 교제에 익숙해진 나이이기도 했다. 사랑이 되려고 하면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면 얼음이 녹고 감정이 고인다.

당연히 쿨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사랑과 불안은 왜 항상 한 몸일까. 나의 불안은 더했다. 연하, 그것도 7살이나 어린애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감정이 생기면서 남자 친구보다 (적어도 얘만큼) 어려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가 밴드의 드러머라면 그를 둘러싼 어린 여자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 칼퇴근과 동시에 내 ‘저녁의 삶’은 회사 피트니스 센터에서 시작됐다.

일주일에 세 번은 운동이 끝난 후 에스테틱으로 향했다(이 패턴은 지금도 여전하다). 웃기게도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그 애를 대하는 나의 태도는 더 방어적이 됐다. 열 번 연락하고 싶어도 다섯 번을 참고 비싼 선물도 되도록 안 했다.
당연히 언젠간 헤어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내가 준 물건을 보면서 “그 누나 지금 마흔 넘었을 거야…”라고 어린 여자에게 말하는 상상은 정말 끔찍하다. 친구들이 한두 마디씩 거드는 말도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있는 여자와 어린 남자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5년이나 연애하리라곤 나조차 생각지 못했다.

불안과 타협하는 데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뜨겁거나 차갑거나. 내 방식은 후자였다. 공연에 나를 부르지 않아도, 가끔 연락이 안 돼도 닦달하지 않았다. 그런 날엔 나대로 친구를 만나 술을 진탕 마셨다. 어떤 결과든 쿨하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적당한 완급 조절을 통해 마음을 온전히 내보이지 않으려 하며 밀당의 고수를 자처했다.
사귀는 동안 흔들리지 않은 건 오히려 남자 친구였고, 올 6월에 우리는 결혼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래된 것에 질리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는다. 이런 문제는 모든 커플이 마주하는 일이지, 연상연하 커플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이런저런 조건들이 있다지만 남녀 관계의 바탕은 사랑이니까.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예전에 모히칸 머리를 했건 무대에서 바지를 벗고 드럼을 쳤건 상관없다. 솔직히 얘는 내가 아니면 데려갈 사람도 없다. 철이 들려면 아직 한참 멀었고 가끔은 다그칠 필요도 있다. 결혼하면 지금보다 내 말을 더 잘 들어야 할 거다.

<그라치아>코리아가 20~35세 미혼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리서치 의뢰기관:오픈서베이)

+HE SAID
직업 : 디자이너. 나이 : 30살. 연봉 : 3천만원.
연애 경험 : 2010년 17살 연상녀와 1년여간 열애.

왜 삐치지? 내가 뭘 잘못했지? 여자애들은 도통 이해하기 힘든 일들로 미성숙을 티 낸다. 그런 애들이 나를 거치면서 완성되는 게 싫었다. 여자애에서 ‘애’를 떼면 훨씬 매력적이다.
스무 살 때 재수 학원에서 만난 띠동갑 선생님 이후로 나는 거의 연상만 만났다. 친구들의 연애는 소꿉장난 같았다. 연인과의 나이 차가 커질수록 나의 우월감도 더욱 커졌다.

사실 쿠거만큼 ‘윈윈’하는 관계도 없다. 그녀들은 내게서 젊은 혈기를, 나는 그녀들의 능숙한 경험을 좋아했(고 플러스 알파를 즐겼)다. 그녀는 나보다 17살이 많은 전업 작가였다. 디자인 학도인 내게 그녀는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경험상 연상녀들은 어떤 식으로든 엄마 역할을 하려고 드는데 그녀는 달랐다. 내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특유의 자유로운 마인드는 입가의 주름마저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수업이 없는 날엔 그녀의 작업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주도권이 그녀에게 쏠린 건 나이가 아닌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그녀의 그림은 뉴욕에서 바이어들이 오고 갈 정도로 값어치가 상당했기에, 일 년에 몇 점만 팔아도 그녀는 늘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충동적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그녀가 예약한 곳은 제주 L호텔이었다. 나 혼자서는 ‘충동적으로’ 제주도에 갈 수 없었을뿐더러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호텔’을 예약할 수도 없었다. 그곳은 호텔 오너의 취향으로 추측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동상이 가득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지하에 있는 호텔 바로 내려갔다(그녀는 언제나 호텔 바를 애용했다). 위스키를 시켜 놓고 동남아 국적의 여자가 한국식 창법으로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르는 걸 들었다. 나는 술을 계속 마셨다.
밤이 되자 이따금 앞마당에 있는 인공 화산이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제주까지 갔는데 올레 길을 안 걷고 올 수 없었다. 그녀는 조금 따라오는가 싶더니 힘들다며 회나 먹자고 했다. 다금바리 회를 먹고 호텔로 돌아와 스파를 했다.
2박 3일, 제주도에서 그녀가 지불한 비용을 셈해 보니 친구들의 몇 달치 월세와 맞먹었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이태원에 있는 핫한 클럽으로 달려갔다. 처음으로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 돈도, 내 청춘도.

우리 관계가 더 이상 발전되긴 어려울 거라는 예감이 든 것도 그 무렵이었다. 사실 엄마에게도 미안했다. 엄마와 여자 친구의 나이 차는 불과 10살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질투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내가 클럽에라도 간 날이면 유난히 예민하게 굴었다.

내 전화기가 울릴 때마다 재빨리 이름을 확인했다. 그럴 때 그녀의 민얼굴은 얇고 푸석거리는 종잇조각 같았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건 슬픈 일이다. 그녀의 담배 피우는 얼굴이 프렌치 시크에서 가가멜이 되어버리다니.
클럽에서 늦게까지 친구 생일 파티를 한 날이었다.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는데 너무 미안했다. 사랑이 끝났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헤어졌다. 난 데미 무어와 헤어진 애슈턴 커처를 이해한다. 남녀가 헤어질 땐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가 헤어진 데는 다른 커플에게 없는 ‘나이’라는 요소가 분명히 작용했다. 이제 나는 한영애를 모르는 여자‘애’를 만나고 싶다.

쿠거 커플이 오래가려면?
입을 맞춘 걸까. 200명의 남녀 대부분이 쿠거 커플의 ‘롱런’ 조건으로 이해와 배려를 꼽았다.
몇 가지 기타 의견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결국엔 속궁합이죠.” 남자 2호
“지인들의 인정을 받아야죠.” 여자 3호
“남자자존심 세워주는 누나, 자존심 굽힐 줄 아는 나.” 남자 4호
“연하라고 너무 징징거리면 안 되지!” 여자 13호
“서로의 친구들과 함께 만나지 말아야죠.” 남자 39호
“피부과와 피트니스 클럽에 친해져야 해요.” 여자 39호
“사랑이면 다 해결되지 않나요?” 남자 68호
“연하남이 나보다 능력이 뛰어나야 오래가던데요?” 여자 40호

  • 마돈나(56세) & 브라힘 자이바트(28세)
    나이 차이 28살 연애기간 3년 7개월 차 첫만남 2009년 뉴욕의 백화점 행사. 육체파 흑인 댄서에게 꽂힌 마돈나. 지속 비법 애인을 연예계에 꽂아주는 마돈나의 능력.

EDITOR : 김나랑,김소영
PHOTO : Gatty Images

발행 : 2013년 5호

기성용, 한혜진 커플은 새롭다. 남자는 젊음을, 여자는 능력을 맞교환했던 기존의 쿠거 커플 공식을 비껴갔다. 나이와 조건을 동시에 초월한 사랑이 가능한 걸까?

Credit Info

2013년 05월 01호

2013년 05월 01호(총권 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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