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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SUPER HERO IN SEOUL

On May 06, 2013

4월 4일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마흔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아이언맨 3>의 홍보차 레드카펫을밟은 그를 위해 한국팬들이 생일잔치를 열었다. “ 해피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사랑하는 로다주~~!” 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말춤으로 화답했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꼭 토니 스타크가 온 것 같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바라보는 군중 속에서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 레드카펫 위의 그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었고, 때로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이언맨 2>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으로 박람회를 연 그는 하늘에서 날아와 무대에 등장한다. 영화 속의 토니 스타크는 록 스타처럼 무대를 휘저었고, 공연장을 나가며 수많은 여성 팬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챙겼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만큼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도 없을 거다. 토니 스타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모두 팬 위에 군림하는 스타이면서도, 그런 모습이 재수 없기는커녕 매력적이다. 토니 스타크가 다우니 주니어일까, 다우니 주니어가 토니 스타크일까.

아이언맨은 뻔뻔한 슈퍼히어로다. 슈트 속의 정체를 밝히고 활동하는 데다, 자신에게 열광하는 군중의 기운을 마음껏 즐기는 슈퍼히어로라니. 밤에만 나다니는 배트맨이나, 연인에게만 정체를 밝힌 스파이더맨과는 종자부터가 다르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있을 때보다 벗고 있을 때 더 재밌는 슈퍼히어로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슈트 속의 토니 스타크는 매너는 좋지만 겸손하지는 않다.

1편의 누군가가 물었다. “<맥심>의 표지 모델 12명을 모두 꼬드겼다는 게 사실이에요?” 토니 스타크의 대답이 가관이다. “3월호 모델은 어긋났지만 12명은 맞아. 12월호 모델은 쌍둥이였거든.” 솔직히 비호감이다. 1편과 2편을 연출했던 존 파브로 감독도 동의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왕따예요. 다른 히어로들도 원래부터 영웅적인 사람들이죠. 하지만 토니는 아이언맨으로 거듭나기 전까지는 버릇없는 애나 다름없었어요.”

흥미로운 건 못된 꼬마나 다름없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슈퍼히어로 장르를 여성 관객의 영역에까지 확장시킨 사례로 꼽힌다는 점이다. 물론 마블 코믹스 시절에도 <아이언맨>은 여성 독자들의 팬레터를 가장 많이 받은 캐릭터였다. 원작자인 스탠 리는 여성들의 인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단 잘생겼죠. 그리고 엄청난 부자예요.
그가 죽으면 모든 재산이 내 것이 된다는 점이 여성들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요(웃음)? 무엇보다 그가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이 모성애를 이끌어낸 요인이겠죠.” 영화로 건너오면서 이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의 팬덤을 설명하는 유일무이한 키워드로 거듭났다.

  • 함께 포즈를 잡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드카펫을 바쁘게 걷던 그가 아이언맨 가면들앞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잡았다. 그냥 악수하고 사인해주는 걸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거다.

슈퍼히어로를 연기하기에는 나이가 많지 않으냐는 비난을 들었지만, 과거의 해사한 얼굴 위에 여유로운 미소를 그리며 늙어온 이 40대의 배우는 토니 스타크의 뻔뻔함을 귀여움과 위트로 포장했다. 과거의 그가 토니 스타크 못지않게 버릇없고 방탕했던 남자였다는 것도 배우와 캐릭터의 케미컬을 돋게 만든 부분이다. 이때의 일화를 지금은 그도 웃어넘길 것이다.
그는 30대 내내 마약에 취해 옷을 벗고 운전을 하거나, 이웃집 소년이 자고 있는 방에서 옷을 벗고 자거나, 재활 센터에서 탈출하거나, 싸우거나 해서 교도소에 갇히고 풀려나기를 반복했다. 어쩌면 그가 <아이언맨>으로 재기를 노리며 세운 전략은 과거의 자신을 희화화시키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언맨 2>에서 슈트를 입은 채 소변을 보거나, 패스트푸드점 지붕에서 술에 취해 늘어져 있던 모습을 떠올려보라. 심지어 마음속에 여전히 꼬마를 간직한 그는 당시 아이언맨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무턱대고 뛰어내리다 발목을 다치기도 했다.

아이언맨의 슈트가 토니 스타크를 슈퍼히어로로 만들어준다면, 토니 스타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가장 그다운 사람으로 남게 해주는 캐릭터다(<셜록 홈스>란 또 다른 프랜차이즈가 있지만, 지금 우리가 ‘셜록’으로 부르는 배우는 베니딕트 컴버배치뿐이니까). 21세기 슈퍼히어로들의 숙명은 한 번쯤 성장통을 겪고, 실존적인 고민과 부딪힌다는 것이다. 뻔뻔함이 장점인 <아이언맨> 시리즈도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는 듯 보이지 않는다.

이제 <아이언맨 3>에서 그는 슈퍼히어로로 사는 게 얼마나 고단한가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토니 스타크의 모험이 <다크 나이트>만큼 비장할 리는 없을 것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를 연기하는 이상,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얘기다.

  • 무대에는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조금도 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INTERVIEW
“나도 아이언맨 슈트를 갖고 싶다. 그런데 너무 비싸다”

<아이언맨 3>에서 토니 스타크는 어떤 고민을 하게 됩니까?
<아이언맨 3>에서 중요했던 건 <어벤져스>와 이어지는 시리즈를 만드는 거였어요. 하늘에서 웜홀이 열리고, 외계인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경험한 이후 토니 스타크가 트라우마를 겪는 것을 담으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죠. <어벤져스> 이후의 불안감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슈트를 입고 나오는 히어로의 모습보다는 토니 스타크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많이 나올 거예요.

그 불안감이란 대체 어떤 겁니까?
토니 스타크는 국민적인 스타예요. 스포츠 선수나 정치인, 연예인들이 대중 속에서 겪는 불안감과 비슷할 거예요. <아이언맨 3>에서 그는 대중으로부터 고립됩니다. LA나 뉴욕처럼 붐비는 곳이 아닌, 지방의 외딴곳에 머물게 되죠. 거친 여정을 통해 토니 스타크 자신도 많은 사람 중 일부일 뿐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때 페퍼 포츠가 시련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죠. 전체 흐름은 페퍼 포츠에게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코믹스 만화들을 보면 종종 히어로들을 대결 선상에 놓이게 합니다.
아이언맨은 어떤 히어로 캐릭터와 대결하는 게 어울릴까요?

<어벤져스>에서도 봤듯이 헐크는 토니 스타크의 친구죠. 내가 영화를 만드는 입장이라면 헐크와 붙일 것 같아요. 끈끈한 친구 사이임에도 대결을 한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열 살 때 싸우던 애들이 마흔이 돼서도 다투는 상황이라는 게 재밌잖아요(웃음).

당신에게 아이언맨은 어떤 의미의 캐릭터인가요?
5년 전만 해도 이 시리즈가 성공할 줄은 몰랐습니다. 토니 스타크라는 인물은 뻔뻔하고 냉소적이고 자신만만한 캐릭터죠. 어떻게 보면 내게도 그런 성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아이언맨>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성공했는지 놀랄 때가 많아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더 영화에 대해 겸손해집니다. 특히 한국 팬들에게 감사합니다. 한국은 <아이언맨> 시리즈의 성공에 중요한 기여를 해준 시장이죠. 영화를 관람한 관객 한 분 한 분 덕분에 성공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이언맨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아이언맨은 기술의 힘으로 탄생한 슈퍼히어로입니다. 그는 초현실적인 힘을 가진 게 아니에요. 현실에서 충분히 상상 가능한 영역에 살고 있는 히어로죠. 바로 그게 이 시리즈의 성공 이유입니다.

혹시 다른 슈퍼히어로들 중 탐나는 배역이 있었나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에게 적합한 다른 슈퍼히어로는 없을 것 같네요.

<아이언맨> 시리즈가 몇 편까지 나오기를 바라나요?
글쎄요. 영화 산업을 견인하는 건 어디까지나 관객이니까요. 관객들이 이 시리즈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아이언맨>은 나오지 못할 겁니다. 나로서는 계속 사랑받기를 바랄 수밖에 없지요. 내가 너무 늙지만 않는다면 계속 만들고 싶어요(웃음).

혹시 집에 아이언맨 슈트가 있나요?
많은 사람이 같은 질문을 하는데, 나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슈트가 너무너무 비싸니까요. 여러분들이 마블사와 디즈니사에 탄원을 해서 내가 슈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웃음). 받을 수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잘 간직하겠습니다.

EDITOR : 강병진
PHOTO : 김용찬,한국소니픽쳐스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발행 : 2013년 5호

4월 4일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마흔여덟 번째 생일이었다. <아이언맨 3>의 홍보차 레드카펫을밟은 그를 위해 한국팬들이 생일잔치를 열었다. “ 해피버스데이 투 유, 해피 버스데이 투 유 .사랑하는 로다주~~!” 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말춤으로 화답했다.

Credit Info

2013년 05월 01호

2013년 05월 01호(총권 5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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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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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찬,한국소니픽쳐스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2013년 05월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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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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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찬,한국소니픽쳐스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