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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교수의 음식과 윤리

음식, 사랑의 여섯 번째 언어

On November 04, 2014

‘커뮤니케이션’은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받는 것으로, 말과 글은 물론 소리,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도 사용된다. 부부 싸움 같은 ‘전시 상황’만 생각해보더라도 현역인 언어와 예비역인 비언어 모두 동원되지 않는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주고받는 메시지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사랑이며, 이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은 음식을 매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게리 채프먼은 사랑의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언어와 비언어를 통틀어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라 이름 붙였다.

첫 번째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이다. 칭찬이나 감사에 들어 있는 인정하는 말은 상대방의 자기 존중 욕구를 채워준다. 특히 인정하는 말에 음식이 뒤따를 때에는 그 말의 효력이 극대화된다. 시험을 잘 보면 어머니가 사주시던 자장면 덕분에 성공했다는 이도 있지 않은가. 공부하기 싫을 때마다 기름진 자장면의 달콤함을 떠올리며, 자식을 지지하던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애썼을 것이다.

두 번째 사랑의 언어는 ‘함께하는 시간’이다. 이것은 소파에 함께 앉아 TV를 보는 것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무조건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온전히 관심을 집중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즐긴다. 엄마가 되어 밥을 담고 아빠가 되어 밥상을 옮긴다. 다 먹고 나서 설거지도 함께 하며 행복해한다. 따라할 뿐이더라도 음식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온전히 함께한다. 이런 함께하는 시간의 행복은 손잡고 영화를 보는 연인의 입가와 손에도 팝콘 향과 같이 묻어난다.

세 번째 사랑의 언어는 ‘선물’이다. 선물은 사랑을 표현한다. 선물마다 주는 사람의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선물을 고를 때부터 선물받을 사람을 생각하기 마련이기에 마음속 깊이 감춰진 사랑을 드러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담도 적고 누구에게나 괜찮은 선물이라면 역시 음식이다. 이사 왔다고 돌리는 떡에서부터 혼례용 이바지 음식에 이르기까지, 최근에는 생일이 아니더라도 케이크도 선물로 애용된다.

네 번째 사랑의 언어는 ‘봉사’다. 나는 내 머리 손질을 이발사 대신 아내에게 맡기는 것을 즐긴다. 사랑받는 느낌을 한 발짝 가깝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다. 봉사를 하려면 깊은 애정과 배려,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봉사가 자발적일 때 특히 그 기쁨은 커진다. 모처럼 아빠가 라면을 끓여주면 아이들은 손뼉 치며 기뻐한다. 서툴더라도 아내를 위해 끓인 된장찌개에는 애정이 묻어난다.

다섯 번째 사랑의 언어는 ‘육체적 접촉’이다. 아동 발달 과정을 보면 육체적 접촉 없이 자란 아이들보다 양육자가 입 맞추고 안아주며 키운 아이들이 훨씬 더 건강하게 자란다고 한다. 손을 가만히 잡아주거나 어깨를 안아주기만 해도 사랑은 전기처럼 흐르는 법. 엄마가 해준 게 제일 맛있다며 음식 묻은 입으로 엄마의 볼에 건네는 아이의 뽀뽀, 얼마나 행복한 장면인가. 우리는 매일 사랑을 주고받으며 살고 매일 음식을 먹는다. 사랑도 매일매일, 음식도 매일이다.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언어와 비언어로 주고받는 우리.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는 음식을 통해 더 잘 표현된다. 행복한 삶은 윤리의 목적이자 음식 윤리의 목적이다. 행복이라는 삶의 목적을 위해 음식은 기꺼이 ‘사랑의 언어’가 된다. 그러니 음식이야말로 사랑의 ‘여섯 번째 언어’가 아닐는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 분야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음식 윤리를 대중에 알려 우리 사회에 올바른 식문화가 정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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