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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교수의 음식과 윤리

'음식인'의 정의

On January 10, 2014

만 1년 전, 음식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에쎈>에 연재한 뒤에 잠시 접었던 글을 다시 시작하자니 냉골 같은 아랫목에 급히 군불 때듯 마음만 앞서고 글발은 어지럽다. 도대체 나는 왜 음식 윤리에 집착할까? 비윤리적으로 만들어 파는 음식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일까? 이 불편함이 의로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면, 음식 윤리가 이 의노(義怒)를 가라앉히고 음식을 통한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향한 길로 이끈다면 모두 함께 가자고 소리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음식 윤리(Food Ethics)는 무엇이고 누가 지켜야 하는가? 음식 윤리는 ‘음식과 관련된 윤리, 또는 윤리적 고려’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음식은 먹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이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고 윤리는 음식 스스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모름지기 사람이 지켜야 하는 도리라 한다면 음식 윤리는 음식을 먹고, 만들고, 파는 사람 모두가 지켜야 할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 윤리를 의사가 지키듯 음식 윤리를 지킬 ‘먹고 만들고 파는 사람’을 모두 아울러 지칭할 용어를 정할 필요가 있다. 과연 어떤 명칭이 적합할까?

음식을 먹는 사람의 경우라면 세상 모든 사람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엄마 젖을 먹는 신생아도 미역국을 먹는 산모나 조금씩 먹는 노인까지 전 인류가 먹는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경우, 요리사는 물론 농작물이나 어패류를 생산하는 농어민도 포함된다. 또 외식업체 종사자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음식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나 메뉴 개발자도 음식 만드는 일에 기여한다. 그 밖에 방송 프로듀서, 매체의 기자와 리포터 등 언론 종사자 중 상당수도 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기여한다. 음식을 팔거나 유통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시장 좌판의 채소 장수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직원, 중국집의 배달원 등 많은 이들이 포함된다.

사람의 직업을 나타내는 접미사를 살펴보자. 소위 ‘사’ 자 직업이라 하는 변호사나 설계사의 사(士), 정치가나 소설가의 가(家), 교육자나 철학자의 자(者)는 전문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상위 계층에 속하는 직업을 나타낸다. 이에 비해 연예인, 방송인의 접미사 인(人)은 단순히 특정 분야에 종사함을 나타낼 뿐 계층으로서의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음식과 관련된 분야의 종사자를 ‘음식관련인(飮食關聯人)’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를 줄여 ‘음식인(飮食人)’이라 부르면 어떨까? 음식을 만들고 파는 전문가뿐 아니라 음식을 먹는 일반 소비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용어로서 적합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음식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가? 왜 정치인, 연예인, 방송인은 흔히 사용하면서 ‘음식인’이라는 말은 없을까? 음식인은 사전에는 없는 새로운 말, 즉 ‘신어(新語)’이다. 말도 음식처럼 보수적이어서 새로운 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말이란 사용할수록 널리 퍼지고 사라지지 않는 법이므로 ‘음식인’이라는 용어를 계속, 그리고 자주 사용한다면 스스로가 식문화 구성원으로서의 자의식과 책임감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해 ‘음식인’이 지켜야 할 음식 윤리와 그와 관련된 여러 쟁점에 관해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김석신 교수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 분야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음식 윤리를 대중에 알려 우리 사회에 올바른 식문화가 정립되기를 바라며 <에쎈> 독자들과 함께 음식 윤리에 관해 고민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연재한다.

Credit Info

김석신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