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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 원장의 푸드 & 와인

유럽풍 식사 빵과 어울리는 와인

On November 12, 2013

끝날 것 같지 않던 무더위도 어느새 기를 꺾고 물러나더니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귀뚜라미 소리가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귓가를 맴돈다. 창문을 열고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청량한 공기로 집 안 가득 채워보자. 아님 가까운 공원이나 근교로 나가 몸 전체로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켜도 좋다. 영국에서 생활하던 시절, 햇살 좋은 오후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온 집 안의 창문을 다 열어놓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로 정원에 앉아 혼자만의 점심을 즐기고는 했다. 아침부터 빵집에 들러 사 온, 갓 나온 빵의 구수한 향이 폴폴 풍기는 캉파뉴나 바게트, 곡물 빵을 정원의 조그만 티 테이블에 올리고 여기에 싱싱한 각종 채소에 안초비만 쫑쫑 썰어 간한 샐러드와 올리브, 선드라이드 토마토에 사과 하나 올리면 풍성한 만찬이 준비되었다.
햇살 아래 근사하게 차린 나만의 테이블을 완벽하게 해줄 마지막 하나는? 바로 냉장고에서 차게 칠링한 레몬빛 상큼한 화이트와인. 일단 와인부터 한 모금 머금으면 신선한 과일 향과 산미가 어우러져 코끝에 퍼지며 식욕을 자극한다. 각종 곡물이나 견과류가 송송 박힌 빵 한 쪽에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얹어 한 입, 싱그런 레몬과 사과 향이 가득한 차가운 샤르도네 화이트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그보다 더 근사할 수 없다. 올리브와 안초비를 곁들여 짭조름한 감칠맛이 나는 싱싱한 샐러드에 미네랄 풍미가 코끝을 자극하는 깔끔한 소비뇽블랑 한 잔도 잘 어울린다. 특별히 비싼 고급 식당 음식이 아니어도,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한 음식이 아니어도, 옆에서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도 괜찮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맛있고 쫄깃한 빵 한 조각과 상큼하고 가벼운 와인 한 잔에 행복해진다. 이럴 때 함께하는 와인은 특별히 비싸거나 고급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진하고 강한 풍미를 가질 필요도 없다. 담백하나 자기만의 풍미를 간직한 빵 한 쪽에 어울릴 수 있는 소박하고 가벼운 풍미의 와인이 좋다. 약간 단맛이 있거나 드라이한 가벼운 로제와인, 상큼한 과일 맛이 풍부한 화이트와인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냉장고 한 켠 구석에 박혀 있는 남은 와인도 괜찮다. 호두와 크랜베리가 송송 박힌 빵에는 타닌이 강하지 않고 가벼운 붉은 과일 향의 피노누아 같은 레드와인도 잘 어울린다. 여기에 역시 냉장고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치즈 한 조각을 곁들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 멋지게 세팅된 테이블이나 코스로 이어진 격식 차린 식사 자리에만 와인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식사 빵을 접할 수 있는데 여기에 가벼운 와인을 한 잔 곁들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혼자 먹을 밥을 지지고 볶는 것이 성가시게 느껴지는 주말에는 좋아하는 빵과 떠먹는 요구르트로 간단히 준비한 식사에 와인 한 잔 곁들여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푸른 정원을 볼 수 있었던 영국과 달리 지금은 삭막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출근 시간에 쫓기지 않는 주말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가을 햇살 받아 초록이 더욱 선명한 베란다의 화초들과 인사도 나누고, 라디오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그저 무심히 들으며 소박하고 게으른 나만의 브런치를 와인 한 잔 벗 삼아 즐길 때면 어느새 소박한 행복감에 젖는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이렇게 여유로운 주말 낮에 함께하는 와인은 반주 한 잔으로 충분하다. 아쉽지만 주말을 더 건강하고 활기 있게 보내기 위해서…

1 위스퍼링 엔젤

종류 로제와인
생산지 프랑스, 프로방스
포도 품종 그르나슈 90%, 롤레 10%
가격 6만원
수입원 금양인터내셔널

2 몬테스 알파 피노 누아

종류 레드와인
생산지 칠레, 레이다 밸리
포도 품종 피노누아 100%
가격 6만원
수입원 나라셀라

3 샤또 생 미셸, 콜럼비아 밸리 샤도네이

종류 화이트와인
생산지 미국, 워싱턴 주 컬럼비아 밸리
포도 품종 샤르도네 100%
가격 4만1천원
수입원 나라셀라

4 라포스톨, 까사 소비뇽 블랑

종류 화이트와인
생산지 칠레, 라펠 아팔타
포도 품종 소비뇽블랑 93%, 세미용 7%
가격 3만5천원
수입원 레뱅드매일

이인순 씨는
WSA PDP(Wine & Spirit Academy, Podo Plaza) 원장으로 와인 강의를 하며 다양한 매체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맛있게 구운 고등어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일 때 가장 즐겁다는 이 원장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Credit Info

자료제공
금양인터내셔날(02-2109-9200), 나라셀라(02-405-4300), 레뱅드매일(02-3497-6888)
이인순
포토그래퍼
김나윤
어시스트
최지은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