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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강과 함께 찾아 떠나는 한국의 맛과 멋

발우공양에 담긴 비움의 미학

On October 03, 2013

데이비드 강과 함께 찾아 떠나는 한국의 맛과 멋 - 발우공양에 담긴 비움의 미학요약: 국그릇과 밥그릇, 찬그릇과 그릇을 헹구는 청수물을 담는 청수그릇, 이렇게 네 가지의 그릇으로 이뤄지는 스님들의 식사 발우공양. 식사 자체가 하나의 수행으로 실천되는 그 속에는 과하게 채우지 않고 주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비움의 미학이 담겨 있다.

데이비드 강 한국의 불교가 갖고 있는 특징은 무엇입니까?

대안스님 한국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적인 선종 사찰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선종의 수행법이 잘 보존되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선방 문화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 사찰에서 수행의 근원이 되는 선방이 100여 개 넘게 운영되어 출가한 스님이라면 자유롭게 방불해 원하는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것이지요.

데이비드 강 한국의 사찰 음식은 일체의 동물성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티베트의 불교는 육식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대안스님 기본적으로 티베트는 대부분이 고산지대로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자연조건이 아닙니다. 그래서 야크 등의 고기를 먹어 생명을 유지하는 육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 직접 가축을 키우거나 하지는 않고 신도들이 공양하는 것을 먹지요. 불경에서는 살생을 금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종파에서 채식을 지키고 있습니다. 티베트도 망명정부가 들어선 다람살라의 경우 채소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그곳 사찰의 스님들은 완벽히 채식을 지킵니다. 일본과 중국, 대만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비드 강 채식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식사법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님들의 수행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기운이 부족하지는 않은지요.

대안스님 채식을 한다고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땅 밑에서 자라는 뿌리채소, 줄기, 잎, 열매까지 다양한 채소는 다양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지요. 단백질이라면 콩과류에서 충분히 섭취가 가능합니다. 사찰에서는 봄에는 완두콩과 울타리콩으로 밥을 짓는 등 계절마다 제철에 나는 다양한 콩으로 밥을 해 먹습니다. 또 대두로 만든 된장을 찬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두부나 콩고기도 올립니다. 일식 오찬의 상에 콩류가 빠지는 일은 없지요.
몸의 기운을 북돋는 한약재를 생각하면 고기만이 기운을 내게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오미자나 구기자 등 많은 약초가 기운을 나게 하지요. 뿌리채소도 몸의 기운을 보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사용합니다. 스님들의 경우 기운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들깨를 듬뿍 넣은 보양식을 섭취합니다.

데이비드 강 조선 시대에는 불교가 억압받았는데 그것 때문에 사찰 음식의 맥이 끊기지는 않았는지요.

대안스님 불교가 크게 꽃피었던 삼국 시대에는 사찰 음식도 섬세하게 발전했습니다. 당시에는 나라에서 법당으로 식재료를 올리고 민가에서는 불공드린 음식을 먹었습니다. 민간에서 도축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일반 음식과 사찰 음식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조선 시대에 불교 탄압을 피해 산속으로 들어간 스님들이 풀뿌리를 캐 먹고 채전을 가꾸며 야생에 가까운 사찰 음식이 발달하게 된 것입니다. 산에 나는 산야초를 이용하는 지혜가 쌓여갔고요. 탄압의 영향을 받아 더욱 자연 친화적인 형태로 발전한 것이지요. 최근에는 식재료 그대로 거칠고 순수하며 자연에 가까운 음식이 주목받으면서 사찰 음식이 각광받게 된 것입니다.

데이비드 강 사찰에서는 마늘, 양파, 파, 달래 등 향이 강한 다섯 가지의 ‘오신채’ 사용을 금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한 향이 강하고 매운 고추가 오신채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안스님 <법망경> 등의 경전이나 <사분율> 등의 율전에는 향이 강한 채소를 날로 먹게 되면 ‘음심’, 즉 음흉한 마음이 생기며 이것을 익혀 먹게 되면 ‘진심’, 즉 성내는 마음이 일게 되니 금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살생을 하는 육식이 죄라면 오신채를 먹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좋지 않으니 되도록 자제하라는 말입니다. 늘 고요하고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수행자가 강한 향에 마음이 번거롭고 들뜨게 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고추는 매운맛이 나지만 향 자체는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향신채에 속하지 않지요.

데이비드 강 사찰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만들어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치의 맛내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젓갈 없이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비법은 무엇입니까?

대안스님 사찰에서는 김치에 젓갈을 넣지 않는 대신 발효간장을 넣어 맛을 냅니다. 그래서 절 김치를 ‘장김치’라고도 하지요. 또 건표고버섯과 다시마 끓인 물로 찹쌀풀을 쑤어 감칠맛을 냅니다. 젓갈이 없어도 무와 배추의 채소와 찹쌀풀의 녹말이 발효를 일으키기 때문에 깊고 감칠맛 나는 잘 숙성된 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절에서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각 절마다 특화된 유명 김치가 있습니다. 우엉이 많이 나는 진주의 오곡사는 ‘우엉김치’가, 상추가 맛있는 경남 합천의 해인사는 ‘상추불뚝김치’가 유명합니다.

데이비드 강 대안스님께서 사찰 음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채식 위주의 사찰 음식을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안스님 식생활이 발전함에 따라 오히려 순수한 것, 자연에 가까운 것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의 소비 과잉 문화에 지친 이들이 ‘비움의 미학’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산업화로 음식이 더 이상 귀한 것이 아니게 되면서 지나치게 많이 먹고 그로 인해 개인의 몸뿐 아니라 전 지구환경에도 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생명이 깃들어 있는 채소는 조리 과정을 많이 거치고 갖은 양념에 절여지면서 본래 가지고 있던 생명력과 약성을 잃게 됩니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원하지만 몸은 병들어갑니다. 너무 많은 음식을 생산하느라 황폐해지고 있는 지구는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사찰 음식에 담긴 철학이 전 지구를 구하는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사찰 음식은 비움의 음식입니다. 각종 조미료와 불필요한 먹거리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디톡스 음식입니다. 최대한 천연의 재료로 맛을 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정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 밥알 한 톨까지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내는 ‘발우공양’의 식사법은 낭비가 없습니다.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필요한 만큼만 먹고 소비한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겠지요.

데이비드 강 동양의 종교와 문화에 심취한 서양인들도 사찰 음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식 세계화에 한국의 사찰 음식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대안스님 5년째 사찰 음식을 운영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사찰 음식이 이렇게 맛있는지 미처 몰랐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정성스러운 음식이 나오는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사찰 음식의 미학에 감동했다는 서양인도 여럿 만났습니다. 불교의 철학을 담은 정갈하고 깨끗한 사찰 음식은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계종에서는 국내 구석구석 사찰 공양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애쓰고 있습니다. 어느 절에 가도 정성이 담긴 섬세한 사찰 음식을 만날 수 있다면 한국에 온 외국인들도 그 매력에 빠져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자연스럽게 한국 사찰 음식의 우수성을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재미교포 데이비드 강(강민석)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수학과(Economics-Mathematics)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내 프랑스요리전문대학(FCI)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뉴욕과 뉴저지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한식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한국 음식·문화·사회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 재단에 신청하게 됐다. 지난 7월에 한국에 온 그는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한식을 연구할 수 있는 장학금을 지원받아 한국의 전통 음식을 배우기도 하고 지방을 내려가 향토 음식을 직접 맛보는 등 한식에 관련된 모든 것을 경험할 예정이다.

대안스님은…
사찰 음식 전문가인 대안스님은 요리 강좌와 책, 다양한 언론 매체 등을 통한 활발한 활동으로 국내에 사찰 음식 붐을 일으키고 있다. 1986년 출가해 선방에서 정진하다 산야초와 사찰 음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잊혀진 사찰 음식을 복원함과 동시에 다채로운 메뉴 개발,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식사법으로 주목받았다. 지리산 산청 금수암 주지, 금당사찰음식문화원 원장, 대한불교 조계종이 운영하는 사찰 음식 전문점 ‘발우공양’의 대표로서 꾸준히 사찰 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안스님의 마음 설레는 레시피>, <열두 달 절집 밥상> 등이 있다.

데이비드 강과 함께 찾아 떠나는 한국의 맛과 멋 - 발우공양에 담긴 비움의 미학요약: 국그릇과 밥그릇, 찬그릇과 그릇을 헹구는 청수물을 담는 청수그릇, 이렇게 네 가지의 그릇으로 이뤄지는 스님들의 식사 발우공양. 식사 자체가 하나의 수행으로 실천되는 그 속에는 과하게 채우지 않고 주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비움의 미학이 담겨 있다.

Credit Info

장소협찬
발우공양 콩
포토그래퍼
정문기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