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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공부를 위한 독서교육법

아이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기초 지식도 선행학습도 아닌 ‘언어능력’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키우려면 지금 바로 우리 아이의 독서 방법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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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능력이 성적을 좌우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언어능력은 ‘말과 글을 바르게 이해하고 정보나 자신의 의사를 말과 글을 이용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크게 읽기 능력과 사고력으로 구분되며, 이 두 영역이 조화롭게 작용해야 ‘수학 능력(修學能力)’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읽기 능력과 사고력, 즉 언어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언어를 이용해 생각하며, 언어는 학문을 수행하는 핵심 도구다. 언어를 통해 지식을 이해하고, 언어를 통해 내가 아는 지식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능력’이란 복잡한 논리의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읽기 능력과 지식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는 언어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중에서도 읽기 능력은 글을 읽고 그 의미와 행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소위 말하는 ‘공부 머리’의 핵심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년별 교과서는 해당 연령대에 알맞은 언어 수준으로 구성돼 있는데, 읽기 능력이 좋으면 교과서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당연히 공부 머리가 좋다. 반대로 해당 연령 수준보다 읽기 능력이 낮을수록 공부 머리가 나쁜 경우가 많다.

사고력도 마찬가지다. 언어 수준이 복잡하고 예리할수록 사고력이 높고, 단순할 수록 사고력이 낮다. 논리적으로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고 이치에 맞는 것과 안맞는 것을 잘 구별하기 위해서는 결국 언어능력이 필수인 셈이다.
 

공부 머리의 핵심, 읽기 능력

초등학교 때 우등생이었던 학생 10명 중 7~8명은 중학생이 된 후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비율로 중학생 때 우수했던 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도통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이유가 뭘까. 독서교육 전문가 최승필 씨는 대치동에서 10년 넘게 한국사, 독서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독서 능력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공부 머리 독서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했는데 중학교 가서 성적이 떨어진 아이들한테 원인을 물으면 십중팔구 ‘초등학교 교과서랑은 차원이 달라요. 내용이 너무 어려워요’, ‘공부할 게 너무 많아요’ 등등 대개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학교 공부가 결국 ‘교과서라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이니 언뜻 그럴싸한 이유 같죠. 하지만 정작 교과서를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돼요.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를 잘 이해하고 공부한 아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거든요. 많은 아이들을 살펴본 결과,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독서 능력, 언어능력이 성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영어, 수학 성적은 좋은데 국어, 사회, 과학 등 다른 과목 점수가 도통 오르지 않아 상위권에 진입을 못하는 학생들 중 일부도 읽기 능력의 부재가 원인이다. 게다가 주요 과목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안심하다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은 대개 다층적인 언어능력이 요구되는 고등학교 공부가 시작되면서 급격하게 흔들린다. 이런 아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듣는 공부’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듣는 공부의 대표적인 예가 사교육이다.

듣고 이해하는 공부법에는 큰 결함이 있는데, 바로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강사는 불과 반 페이지 정도 되는 교과서의 글을 세세하고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런 방식은 저학년일 때는 비교적 효과적일 수 있다.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듣고 이해한 것을 완벽한 내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복습하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강사의 설명을 이해했다고 해서 그것이 내 머릿속의 지식이 되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글은 정교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읽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필요한 지식을 몇 줄의 글을 읽고 바로 습득한다. 교과서와 참고서만 집중해서 읽어도 즉각적인 지식 습득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진다. 성취감도 높아서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다. 읽는 족족 이해가 되니 집중의 쾌감도도 크다. 이처럼 ‘공부 머리’를 높이려면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훈련 방법이 바로 독서다. 독서를 통해 공부 머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변화가 아니다.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면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처럼 아이의 뇌가 구조적·물리적으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질 수 있다.
 

아이의 읽기 능력을 진단하자

영유아기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기까지, 아이들은 여러 차례 ‘읽기 위기’를 겪는다. 읽기 위기를 겪는 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의 언어 수준이 향상하듯, 아이들이 읽는 책의 언어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비의 순간을 잘 넘겨야 연령에 맞는 읽기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읽기 위기는 보통 초등 저학년에서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주로 그림책을 읽다가 간단한 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초등 1~2학년 사이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 오는 것이다. 글이 제법 많은 중급 글 책으로 넘어가는 초등 3~4학년은 2차 위기, 그림이 거의 없는 본격적인 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초등 5~6학년도 이에 해당한다.

국어를 싫어하거나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어 성적이 낮은 경우, 월평균 두 권 이하의 책을 읽는 경우, 눈으로 훑듯이 속독을 하거나 그림 기반의 책인 학습만화 역시 읽기 능력을 배양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아이의 독서 습관을 체크해봐야 한다. 또 ‘듣는 학습’ 위주인 사교육 의존도가 높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질문이나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읽기 열등 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일기나 독후감을 쓸 때 쓸 내용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읽기 위기의 징후일 수 있으니 눈여겨보자.


 

초등학생 여름방학 읽기 독립 성공 노하우

초등 1~2학년은 읽기 독립을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읽기 독립이란 아이 스스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실질적인 읽기 독립은 영유아기에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영유아기에는 아이가 원할 때마다 충분히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독서 근력을 쌓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그림책을 매일 읽어주고, 한글을 깨쳤더라도 혼자 읽게 하지 말고 반드시 읽어주는 것이 좋다. 미취학 시기에는 스스로 책을 읽는 것보다 보호자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뇌 발달에 더 좋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읽기 독립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읽어주기와 스스로 읽기를 병행하는 시기다. 최소 2학년까지는 학년에 맞는 이야기책의 도입부를 매일 5분씩 읽어주고 나머지 부분은 아이가 스스로 읽게끔 한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도서관이나 서점에 함께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혼자 책을 읽게 되더라도 아이의 독서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아이가 초등 저학년 수준의 책을 혼자서 매일 읽는 습관이 들면 아이가 읽은 책을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

초등 저학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읽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는 책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가장 좋다. 학년에 상관없이 읽기 능력이 초등 1학년 수준이라면 그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1학년 수준의 책 5권을 스스로 읽고 줄거리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2학년 수준의 책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독서 단계를 올리는 방식은 보통 일주일 단위로 진행된다. 먼저 일주일에 한 번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읽을 책 5권을 고른다. 내용과 수준을 살펴보고 꼼꼼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런 다음 매일 한 권씩 아이와 함께 읽는다. 10분은 부모가 읽어주고, 40분은 아이 스스로 책을 읽도록 한 다음 10분 동안 책의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아이가 스스로 읽고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책이 5권이 되면 다음 단계의 책으로 넘어간다. 하루에 한 권씩 독서를 하면 꼬박 5일이 걸린다. 그다음 마지막 7일째 되는 날은 간단한 파티나 선물을 준다. 일종의 책거리인 셈이다. 이는 아이의 성취욕과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다음은 다음 학년 수준의 책을 골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초등 고학년

읽기 능력이 정체된 상태에서 상당 시간이 지난 초등 고학년의 경우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 청소년의 읽기 열등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자기 언어 수준에 맞는 책을 많이 읽는 ‘레벨 독서’를 활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연령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내용을 이해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반복 독서’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방식은 다르지만 2가지 모두 목표는 하나. 바로 아이가 실제로 책을 읽게 하는 것과 글을 읽고 내용을 독해하는 과정을 실행하게 하는 것이다.

‘레벨 독서’는 아이 언어 수준에 맞는 책 10권을 선택해 읽도록 한 뒤 독서 충실도 테스트를 실시해 3권 이상 만점이 나오면 다음 단계 책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독서 충실도 테스트란 10~15문항짜리로 된 간단한 평가지로, 책의 핵심 내용을 묻는 것이다. 질문의 수준 또한 책을 이해하면서 읽었다면 모두 맞힐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쉬운 문제로 구성한다. 이런 방법으로 단계별로 청소년 수준까지 모두 수행하면 된다. 실행하기는 쉽지만 상당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초등 고학년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반복 독서’는 아이의 언어 수준과 상관없이 자기 연령대에 맞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언어능력에 비해 책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아이가 다소 힘들어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처음에는 놓쳤던 내용을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를 거치면서 볼 수 있게 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아이는 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면서 읽게 되는 것이다. 전에는 해본 적이 없던 진짜 책 읽기, 내용을 이해하는 책 읽기가 가능해진다. 한 번 읽을 때마다 독서 충실도 테스트를 통해 이해한 내용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반복 독서는 ‘수박 겉핥기’ 식 독서의 악순환을 끊어주고, 이렇게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독서 능력은 향상된다. 첫 번째 책을 처음 읽을 때 30%의 정보를 건졌다면 두 번째 책을 읽을 때는 60%의 정보를 건지는 식이다. 이는 책 속의 정보를 건져내는 그물의 그물코가 한결 더 촘촘해졌다는 의미다.
 

독서 지도할 때 명심해야 할 7가지
1 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 독서 시간을 정해 두고 매일 읽는다.
3 지식 도서(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를 강요하지 않는다.
4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 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 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아이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기초 지식도 선행학습도 아닌 ‘언어능력’이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키우려면 지금 바로 우리 아이의 독서 방법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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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거진

기획
심효진 기자
취재
김은향(프리랜서)
모델
박서윤, 김우빈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도움말
최승필(독서교육 전문가)
참고도서
《공부 머리 독서법》(책구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