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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위험해도 될까?

“아이는 놀이 상대만큼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놀이는 아이가 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위험한 놀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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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탐색해야 할 공간 그 자체다. 아이들은 때로 설레고, 주저하며, 대부분은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희열을 느끼며 세상을 탐색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도구이자 방법이 바로 ‘놀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모험을 하고 도전하며 관계를 맺고 신체 능력을 키운다. 이 본능적인 탐구활동이야말로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죄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놀이터에, 그마저도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하는 부모들 덕분에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지 못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10세가 되기 전 크고 작게 다친 아이들이 10대 이후 위험한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만 강조하는 우리의 놀이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를 쓴 놀이터 디자이너 김성원 씨는 아이들에게 “모험과 스릴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세상을 파악하고, 또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놀이가 곧 관계 기술의 언어이자, 자기의 신체적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조심해!’, ‘위험해!’, ‘안 돼’ 같은 말이에요. 물리적인 공간이나 상황을 통제하면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만으로 사고나 위험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어요. 그보다는 차라리 놀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위험에 대한 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죠. 안전한 놀이는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킨다기보다는 아이들로 하여금 작은 위기와 모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 문화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획일성’이다. 놀이터의 놀이 기구들은 종류, 크기, 형태, 색상마저 똑같고 이마저도 상업적으로 서비스화된 놀이 시설에 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래의 아이들이 비슷한 만화 캐릭터에 열광하고, 이를 소재로 한 장난감이나 완구를 유행처럼 소비하는 것도 문제다. 똑같은 장난감으로 똑같이 노는 환경에서 아이들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키워주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최고의 놀이터, 숲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 환경이란 공간 탐색 본능을 자극하고 제작 본능을 충족하는 공간이다. 리처드 루브는 자신의 저서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 자연환경이 있는 야외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할 경우 자연결핍증후군으로 인해 심리적·신체적 발달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에서는 ‘피지컬 보케블러리(physical vocabulary)’, 즉 신체언어 능력에 대한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신체적 문맹’이 급증하며 자기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

“놀이는 아이들의 신체능력을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균형감각과 도약 능력을 키워주고, 몸의 밸런스가 깨졌을 때 어떻게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 대처 능력까지 키워주거든요. 이러한 놀이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놀이 공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놀이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가변성이에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다양한 놀이 환경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 장소죠.”

놀이 시간과 자연 공간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고, 공공의 공간마저 상업화된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놀이터는 숲이다. 놀이의 본질은 결국 숲속 공간의 모사다. 실제로 아이들은 그 어떤 놀이공간보다 생태적인 자연환경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식물의 성장, 계절의 변화, 곤충이나 동물의 움직임, 본인들이 조작하는 행위에 따라 나타나는 반응들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자연환경 속 놀이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자연은 불안을 줄이고 신체적, 심리적 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 놀이 구조에 자연 재료를 더하면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 스스로 위험에 대한 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죠.
안전한 놀이는 아이를 위험으로부터 지킨다기보다는 아이들로 하여금 작은 위기와 모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다양한 모험 놀이

이처럼 가변성이 높은 공간에서의 놀이는 때로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이 다치는 것에 예민한 부모들은 더더욱 걱정이 많은데, 이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없앰으로써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예방 활동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다.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다치는 가장 큰 원인은 낙상사고와 찰과상인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아이들이 높이 올라가는 시설 밑에 완충재 등을 놓아 자칫 떨어지더라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식이다. 나뭇잎을 많이 쌓아두거나, 부딪히고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돌이나 나무뿌리를 미리 제거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놀면서 절대 다쳐서는 안 된다’는 마인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이의 연령과 신체 발달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위험’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놀이의 핵심이다.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트리클라이밍 체험도 추천할 만하다. 이름 그대로 일종의 나무 타기 체험으로, 실내에서 트리클라이밍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실제 숲에서 밧줄에 매달린 채 나무를 오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꼭 숲이 아니라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 흙이나 섬유, 종이, 페인트 등 다양한 재료와 도구를 활용해 창조적으로 자기를 표현하거나, 계단이나 경사진 곳 이동하기, 어둠 속에서 떠들기 등의 위험 놀이, 상상 속 상황 놀이(비행, 운전 등), 구덩이 파기, 물길 만들기와 같은 숙련 놀이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공구를 쥐어주고 마음껏 표현하도록 하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노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쌓는다.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임을 잊지 말자.

“아이는 놀이 상대만큼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놀이는 아이가 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위험한 놀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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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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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놀이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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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빨간소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