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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함께 크는 아이

사랑만 받은 아이는 연약하다. 좌절도 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차돌처럼 단단한 아이로 자란다. 아이에게 결핍과 좌절, 실패의 경험이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유년기의 결핍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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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좌절이 낯선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넘치는 풍요 속에 자란다.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고, 갖고 싶은 것은 웬만하면 손에 쥐어주는 분위기다. 아이를 중심으로 집안 분위기가 흘러가는 것은 더 이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음식은 집안의 어른이 아니라 아이 입으로 들어간다. 가족이 한데 모이는 거실은 아이 장난감이 장악한 지 오래다.
언제든지 원하는 걸 얻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아이들은 부족함을 느낄 틈이 없다. 요즘 아이들이 거절에 익숙하지 못한 것, ‘안 돼’라는 말 한마디에 쉽게 눈물을 보이고, 작은 좌절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부족함도 경험하고 적당한 좌절과 시련도 겪어봐야 여물어지게 마련인데 애초에 그럴 기회가 별로 없으니 가벼운 꾸짖음에도 쉽게 상처받고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다.
프랑스의 임상심리학자 디디에 플뢰(Didier Pleux)는 ‘인간의 욕구 조절과 성숙 관계’를 연구하면서 유독 21세기 아이들이 자아가 과도하게 발달한 나머지 참을성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이들의 심신이 약해지고 있다는 뉴스가 새삼스럽지 않은 것도, 청소년 폭력이나 자살이 사회문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어린 시절 ‘올바른 좌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반증은 아닐까?


결핍이 있어야 동기가 생긴다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 안에 놓인 아이는 스스로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동기 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을 예로 들어보자. 바쁜 아침 시간, 아이가 알아서 세수 하고 옷 입고 유치원 갈 준비를 하면 좋겠지만, 아이는 엄마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움직인다. 결국 마음 급한 엄마가 밥 떠먹이고 옷 입히고 신발 신기며 아이의 수족 노릇을 한다. 유치원에서는 밥도, 양치질도, 옷 입는 것도 곧잘 하면서 집에서는 왜 이런 이중생활을 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답은 금세 나온다. ‘엄마가 없을 때는 알아서 잘한다’는 것. 다시 말하면 모든 걸 하나하나 챙겨주는 ‘엄마의 행동’이 없어지면 아이는 알아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배가 고플 때까지 내버려두면 알아서 숟가락을 들 것이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게 마련이다. 심심하면 알아서 놀이를 찾을 테고, 갖고 놀 장난감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놀게 되어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엄마의 밀착육아가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진 않은지 고민해보자. 양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독립’에 있다. 아이가 부모 없이 혼자서도 세상을 향해 걸어갈 수 있게 하려면 아이를 위해 ‘무얼 해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해줄지’를 고민해야 한다. 유아기 ‘적절한 결핍’은 반드시 필요하다.


작은 좌절이 모여 마음 근육을 단련시킨다
앞서 언급한 심리학자 디디에 플뢰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적당한 좌절을 주는 것’이라 했다. 아이도 분노, 짜증, 실망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실패도 경험해봐야 한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포기해 봐야 세상에는 즐거움, 기쁨, 행복이 전부가 아니며, 또 세상일이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츰 받아들이게 된다. 프랑스의 아동 정신 분석가 프랑수아즈 돌토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한다. 그는 저서 <아동기의 주요 단계>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범위 내에서 가능한 일찍 자율을 주는 일이다. 아이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정해진 공간 안에서 자립심을 키우며 매일매일 자신만의 세계를 탐험하고 또래 관계를 경험해야 보다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다. 소중한 아이일수록 시련을 겪게 하고, 하기 싫어하는 일을 반드시 시켜라.’ 요즘 부모라면 반드시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크고 작은 좌절을 여러 차례 경험해본다는 것은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다. 자주 넘어져 봐야 ‘마음 근육’이 탄탄하게 단련되는 법이다.


아이에게 ‘좋은 결핍과 좌절’을 주는 3가지 방법
1 ‘안 돼’ 라는 말은 꼭 필요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게 쉽지, 사실 거절이 더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언제나 ‘예스맨’인 부모가 좋기만 한 걸까? 아이의 모든 욕구를 좌절시켜서는 안 되겠지만
적절한 거절과 훈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도 알아야 하기에 ‘단호한 훈육’은 꼭 필요하다. 잘못을 꾸짖지 않으면 아이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회의 통상적인 관습이나 규범에서도 혼란을 겪는다. 아이의 기를 살리고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칠 때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자유와 함께 책임감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2 일부러 안 들어주기 육아
아이가 무언가 요구할 때, 아이 스스로도 해볼 수준이라면 ‘일부러 안 들어주는’ 육아를 해보자.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러니 혼자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자주 만들어줄 것. 아이가 정말 원하는 거라면 스스로 시도하게 마련이고, 시도하지 않는다면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부러 안 들어주기 육아법’은 아이의 자발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양육의 기술이다.

3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할 일’이 있음을 알려준다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악동뮤지션의 부모가 인터뷰에서 한 말로 아이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 한동안 회자되던 명언이다. 이 말은 어린아이에게도 적용된다. 모래놀이를 하고 싶다면 놀이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은 괜찮지만 양치질은 꼭 해야 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면 반드시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 이처럼 하고 싶은 일도 해야만 하고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아직 어린아이인데…’라든지, ‘애가 뭘 안다고’라는 생각은 결국 변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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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실패내성’
누구나 어떤 일에서 실패하고 나면 부끄러움이나 좌절,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든다. 그러나 ‘실패내성’이 있는 사람은 그런 감정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기보다는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또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게 된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내다보려고 노력하는데 바로 이런 특성이 실패를 견디는 힘, ‘실패내성’이다. 실패내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실패 경험에 의한 건설적인 효과가 커진다.


실패내성을 키우려면?
실패내성은 장기간에 걸친 환경과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의 적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실패내성은 조그만 실패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하는 아이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실패 경험을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강인한 아이로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1 중간 난이도의 도전 과제를 줄 것
건설적인 실패 경험의 조건 중 하나는 목표나 과제의 난이도다.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각각 50%인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평가하고 싶은 생각에 그 과제를 완수해내려는 의지가 높아진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푹 빠져서 몰입하기 쉬울 뿐 아니라, 몰입해 일을 하다가 실패하면 그 요인을 찾아보고 계속해나가고자 하는 동기를 얻는다. 이는 아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이의 성장과 발달 단계를 고려해 중간 난이도의 놀이나 학습을 시키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가며 스스로 그 과제를 즐기게 된다.

2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할 것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했느냐, 아니면 누군가 시켜서 하게 되느냐에 따라 실패 경험이 건설적일 수도, 학습된 무기력증같이 파괴적일 수도 있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한 경우가 타인이 정해준 목표를 수행하다 실패한 경우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모가 통제적으로 양육할 때보다 자율성을 지지하는 행동을 많이 보이고 자녀와 애착관계가 잘 이루어질수록 실패내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 긍정 마인드 ‘성장 마인드 셋’을 키워줄 것
자신의 지능이나 재능 같은 능력을 대하는 태도를 ‘마인드 셋’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정 마인드 셋’과 ‘성장 마인드 셋’으로 나뉜다. ‘성장 마인드 셋’을 지닌 사람들의 특성은 열심히 전념을 다해 노력하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성장 마인드 셋을 갖도록 교육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반면에 ‘고정 마인드 셋’을 가진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는 걸 큰 불행으로 여기며, 자신의 지능이나 똑똑한 정도가 평가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랑만 받은 아이는 연약하다. 좌절도 해보고 실패도 겪어봐야 차돌처럼 단단한 아이로 자란다. 아이에게 결핍과 좌절, 실패의 경험이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유년기의 결핍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아이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위한 조건은?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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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거진

도움말
정상미(이음심리발달연구소 소장)
참고도서
<실패는 나의 힘>(초이스북)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