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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가 갑자기 설사를 해요

감기 못지않게 흔한 ‘생활 질병’을 꼽는다면 아마 ‘설사’가 아닐까 싶다. 어린이집에 장염이 돌면 한동안 아이들이 설사를 하는데, 대개 토하고 열난 뒤 설사를 동반하고, 약을 먹고 난 다음 설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아이가 설사를 주룩주룩 하면 당장 어떻게 돌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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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는 ‘장염’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에도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특별한 치료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피해야 할 음식이 무엇인지 워낙 관심을 갖는 문화이다 보니 아이가 아플때면 ‘음식’을 통해 어찌해보려는 시도가 참 많습니다. 설사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지, 또 설사로 고생 중일 때 아이의 끼니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정리해보았습니다.


 >  설사의 원인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위장관염, 이른바 ‘장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균보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노로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는 오염된 음식을 먹거나 오염된 물건을 만진 후 손을 잘 씻지 않은 채 음식을 먹는 등 입을 통해 감염됩니다. 손을 잘 씻지 않고 음식을 먹거나 입 주변을 만졌을 때 주로 걸립니다.

설사는 장염뿐 아니라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투약한 항생제가 원인인 경우도 흔합니다. 중이염 등의 치료에 대표적으로 쓰는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조합의 항생제가 대표적. 식후에 약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예방 효과가 있지만 그래도 조절되지 않으면 처방전에 정장제나 흡착제를 추가합니다. 이렇듯 식후에 약을 먹여야 설사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인데, 아이가 식욕이 없다고 과일이나 주스를 줘버리면 설사는 더 악화됩니다. 종종 과식 때문에 설사를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수일씩 지속되기보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일이 많습니다.


 >  장염이 아닌데 설사를 계속한다면?
2주 이상 지속되는 설사는 ‘만성 설사’로 구분합니다.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장염)으로 인한 설사는 길어도 2주 이내 증상이 호전되게 마련이므로 만약 2주 이상 설사가 이어졌다면 감염이 아닌 다른 원인을 짚어봐야 합니다. 일단 아이의 체중 증가 등 성장 상황부터 살핍니다. 설사를 하는 동시에 체중이 잘 늘지 않고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정도에 비해 더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설사가 시작되기 직전에 발열이나 구토 증세가 있어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계속해서 설사를 한다면 대개는 젖당 불내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모유나 우유의 젖당을 분해하는 효소는 장 점막의 표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손상받기 쉽고 회복 속도도 느립니다. 그런데 장염 때문에 아이가 식욕이 떨어졌다고 제대로 된 끼니 대신 우유나 간식만 계속 먹이면 소화되지 않은 우유가 장 속의 수분을 더 끌어모아 변을 묽게 만들고 가스를 형성해 장 점막을 더욱 손상시킵니다. 장염 때문에 식욕이 없다고 우유나 간식만 먹여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평소 아이에게 장염 증상도 없었고 체중도 정상적으로 늘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장기간 설사가 지속된다면 이런 경우는 ‘만성 비특이 설사’로 봅니다. 물이나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서 지방은 적게 섭취할 때 잘 일어나지요. 과일 속 과당은 적절한 끼니를 유지하며 적당량 먹는다면 잘 흡수되는 성분이지만, 평소 식사를 잘하지 않거나 식사량에 비해 과일을 과도하게 많이 먹는다면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고형식 끼니를 잘 먹는 돌 무렵 아이(체중 10㎏ 기준)라면 하루 1컵(200㎖) 분량의 과일이 적당합니다. 아이 주먹 정도 분량으로 2회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지요.

 >  설사하는 아이의 식사에서 고려할 부분
아이가 설사를 하면 당분간은 굶기거나 된장국에 쌀밥만 주라는 시절도 있었습니다. 미음이나 죽만 먹여야 하는 거로 알고 있는 부모님도 꽤 많고요. 설사의 원인에 따라서 굶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흔치 않은 케이스입니다.

만약 금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하다면 입원과 수액 치료를 받아야지 집에 누워 있을 일이 아니죠. 설사의 양도 많고 횟수도 잦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한두 끼니는 미음이나 죽을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식사원칙은 ‘설사로 잃은 수분 보충과 연령에 맞는 정상 식이를 유지’하는 겁니다. 음식을 제한한다고 설사 증상이 빨리 완화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젖당 불내증 같은 새로운 합병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쌀, 밀, 감자, 빵, 시리얼 등 복합탄수화물과 고기, 채소, 과일과 무가당 요구르트(떠먹는 요구르트 포함)는 제한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은 항상 ‘양과 균형’의 문제입니다. 먹을 수 있다는 말을 ‘그것만 먹어도 된다’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합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설사할 때 과일을 먹어도 된다’고 해서 ‘과일만’ 먹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간혹 과일은 안 좋지만 바나나는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바나나만 먹이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숙성되지 않은 그린 바나나를 제외하면 설사를 줄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또한 많이 먹이는 것은 좋지 않고요.

장염을 앓거나 설사로 고생하는 아이는 식욕이 떨어지다 보니 당연히 입에 맞는 달달한 것을 더 찾게 됩니다. 이때 과일이나 주스 한 모금, 혹은 우유 한 잔 마신다고 큰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끼니를 대신해 ‘그것만’ 먹인다면 결국 설사를 더 악화시키는 셈입니다. 저는 장염을 앓는 중이더라도 일상적인 이유식과 식사를 유지하도록 권합니다. 끼니나 이유식을 제한할 정도라면 수액치료가 필요하고 분유를 묽게 타서 먹이는 방법은 영양 불균형으로 회복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이지요.

설사를 줄이는 특별한 음식을 찾기보다는 평소 그대로의 음식을 먹이되 설사를 악화시키는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빠른 회복을 돕는 식이요법입니다. 주스나 단맛 나는 탄산수, 단순당이 많은 간식, 과도한 양의 과일, 지방이 많은 음식, 스포츠 이온음료는 설사를 더 악화시키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설사 중일 때 아이의 식사는 이렇게 하세요.
아이가 설사를 한다면 다음의 내용을 참고해서 먹이도록 하세요.
의사의 지시 없이는 함부로 음식을 제한하지 마세요.
평소 이유식이나 끼니를 적절하게 먹고 있다면 설사할 때도 똑같이 먹이세요.
아파서 이유식이나 식사량이 줄었다고 우유나 간식 양을 늘리지 마세요.
부족한 수분은 경구 전해질 용액으로 보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시판 스포츠 이온음료는 설사를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전해질 용액 처방은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문의하세요.

 

    환절기 로타바이러스 장염 주의보!
    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제 따스한 봄바람이 조금 부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가온 꽃샘추위. 급변하는 날씨에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 로타바이러스는 아이들이 흔히 걸리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백신 접종만 제때 하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로타바이러스는 5세 미만 영유아들에게 설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바이러스로 감기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의 통계에 따르면 영유아의 40% 이상이 2세까지 적어도 3번 이상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전염성이 무척 강한데다 한 번 감염되었더라도 다른 바이러스 타입에 의해 재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3일간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토하고 열이 나는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을 보인다. 1~2일 뒤부터는 하루에 10회 이상 묽은 설사를 하다가 3~4일 후부터 점차 회복되지만, 심한 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체내 수분이 부족해져 탈수가 오기 쉽다. 약 10%는 7일 이상 설사가 계속되기도 하며, 증상이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므로 예방책을 잘 알아두고 대처해야 한다.

    보통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전염력과 생명력이 매우 강해서 아무리 손을 깨끗이 씻더라도 완전히 제거될 확률은 70%에 그친다. 특히 장난감, 휴대전화 같은 표면에서도 수주 동안 살아남기 때문에 물고 빨기 좋아하는 아이들은 입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높다. 이렇게 전염력이 강한 로타바이러스는 예방법이 전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전염을 막기는 힘들어도 백신 접종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감기 못지않게 흔한 ‘생활 질병’을 꼽는다면 아마 ‘설사’가 아닐까 싶다. 어린이집에 장염이 돌면 한동안 아이들이 설사를 하는데, 대개 토하고 열난 뒤 설사를 동반하고, 약을 먹고 난 다음 설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아이가 설사를 주룩주룩 하면 당장 어떻게 돌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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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
정재호(대전 엠블 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박석원(GN연세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