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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세계육아 part 3

세계 육아 트렌드를 읽다 - 뉴질랜드, 중국편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5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놀며 공부하는 뉴질랜드
“자연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추구하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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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부터 출산까지 병원비 무료
귀여운 삼 남매를 키우는 남혜리 씨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거주한 지 햇수로 5년이 되어간다. 어릴 때 뉴질랜드로 이민 온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첫아이가 생후 6개월 때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아이가 어릴 때 낯선 나라에 정착하려니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뉴질랜드라는 나라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뉴질랜드에 적응할 즈음 놀랍게도 딸 쌍둥이가 남혜리 씨를 찾아왔고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질랜드 천혜의 자연과 복지를 누리고 있다.
뉴질랜드는 워크 비자, 영주권 소지자 이상에게는 임신한 순간부터 출산까지 모든 비용이 무료다. 출산 후에는 소득 수준에 따라 아이 한 명당 육아보조금을 지급한다. 만 12세까지 병원 진료비가 무료이며, 만 3세가 되면 주 20시간씩 무료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세금이 높은 편이고 생활비도 많이 드는 편이지만 그만큼 복지가 잘 되어 있다.
“뉴질랜드는 공립유치원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에요. 보통 만 4세부터 입학할 수 있는데, 그 전까지는 사립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어요. 사립도 이용 시간에 따라 비용이 차이가 있지만 만 3세 미만 아이들이 종일반에 다니면 월 80만~1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에요. 만 3세부터는 정부에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월 50만원 선으로 줄어들긴 합니다. 뉴질랜드는 만 5세 생일날이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에요. 아이마다 입학일이 다르기 때문에 입학식이 없는 게 좀 색다르더라고요. 아이의 수준에 맞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학시켜보니 아이의 능력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교육이 이뤄지더라고요. 선생님도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 진도를 나가서 아이도 부담이 없고, 수업 방식은 아주 만족스러워요.”
뉴질랜드 아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대도시를 제외하고 어디에서나 맑은 공기와 초록 들판을 만날 수 있어 남혜리 씨는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딜 가나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마련되어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무얼 해야 할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피크닉 가방 하나 들고 밖으로 나가면 모든 곳이 다 아이들 놀이터나 다름없다. 거의 1년 내내 미세먼지 때문에 괴롭다는 고국의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얼마 전 가족을 만나러 서울을 찾았을 때 불과 5년 전보다도 눈에 띄게 흐려진 하늘을 보고 마음이 아팠단다.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해 도시 개발이 덜 되어서 시골 같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어요.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초원이 펼쳐지고 수영을 할 수 있는 바닷가도 가깝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과 친숙하게 어울려 지낼 수 있어요. 날씨 좋은 주말에는 멀리 갈 필요 없이 근처 공원이나 바닷가로 놀러 가는 게 일상이고, 그게 육아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교육은 즐겁게 살아가기 위한 도구
아이들의 의무는 그저 친구들과 원 없이 뛰어놀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배우는 것이다. 뉴질랜드도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알파벳을 미리 배우고 가는 아이도 드물다. 만 4세에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적응할 준비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공부를 시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알파벳이나 숫자 세기 같은 걸 배우지만 이는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체생활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게 연습을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초등학생들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데, 미리 유치원에서도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연습을 한다. 또 초등학교에 진학해서 스스로 숙제하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유치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가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챙길 수 있게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뉴질랜드 부모들은 학업보다는 전인교육에 힘쓴다. 주변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즐겁게 살아가는 기술을 습득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령 섬나라이기 때문에 주변에 바다가 가까워 수영할 기회가 많으니 어릴 때부터 수영을 배우고, 친구들과 뛰어놀고 점프하는 게 재미있어서 체조를 배우는 식이다. 악기 역시 음악 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배우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 연주법을 배운다. 남들 다 하니까, 우리 아이가 도태될까 봐 시키는 사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그 사회에서 가장 즐겁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 셈이다.
“뉴질랜드에서는 화이트칼라가 블루칼라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거나 수준이 높다는 인식이 없어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죠. 꼭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도 안 하고요. 이곳에서는 기술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의 학업에 목숨 걸지 않아요. 무엇을 하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죠.”
뉴질랜드 부모는 유치원이나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다. 수업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는 것은 물론, 장난감을 수리해주거나 대청소 등을 할 때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등 교육기관도 부모에게 최상의 교육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고 하니 부모와 교육기관의 협력이 뉴질랜드의 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끈 게 아닐까 싶다.


PLUS TIP 뉴질랜드 아빠의 육아 참여도는?
뉴질랜드도 오후 5시 전후로 퇴근하는 회사가 많아요. 그래서 아빠가 유치원이나 학교로 아이를 데리러 오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주말이면 집 근처 놀이터나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운동을 즐기는 아빠도 많고요.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이 스포츠 하나씩은 즐기기 때문에 주말마다 각종 스포츠 게임이 열려요. 온 가족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거나 응원을 하며 붙어 지내다 보니 가족애가 상당히 깊은 편이죠.




 6  영재 교육과 공동체의 덕목을 동시에 가르치는 중국
“높은 교육열, 비교적 일찍 시작하는 사교육만 보면 상하이 엄마들의 교육 방식은 우리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공부 외에도 다양한 선택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특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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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체 생활 덕목이 기본
자타 공인 상하이 전문가인 서혜정 씨. 국내의 잡지, TV, 라디오의 상하이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상하이 여행서를 집필한 경력도 있다. 그녀가 처음 중국에 간 건 2004년.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처음 샤먼에 정착한 뒤 홍콩을 거쳐 첫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할 무렵인 2007년부터 쭉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다.
“상하이 부모들은 대부분 36개월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냅니다. 아이 교육은 학교가 전담해 이끌어간다는 인식이 강해서 부모들은 본격적으로 학교에 입학하기 전 중국 내에서 공부할 것인지, 해외 유학을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분위기예요. 중국에서 공부할 경우 공립학교로 진학하고, 해외 유학을 가는 경우라면 로컬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를 선호하는 편이죠. 해외파의 경우 보통 외국 국적을 가진 중국 학생들이라고 보시면 돼요. 중국, 특히 상하이 엄마들의 교육열은 꽤 높은 편이라 일찍부터 아이의 진로를 고민하고 다양한 선택을 합니다.”
중국 교육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른바 ‘소황제’, ‘소공주’다. 중국의 자녀 제한 정책하에 태어난 이들 세대는 부모의 강력한 경제적 지원에 힘입어 어릴 때부터 풍족한 생활과 교육 환경을 제공받는다. 일부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아이를 너무 응석받이로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상하이 엄마들은 아이를 웬만해서는 야단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감정을 추스르기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조건 어리광이나 투정을 받아준다고 생각했는데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더군요. 특히 중국은 ‘소속’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소속된 단체에 잘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아이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도록 기다려주는 거예요. 중국인들은 몇 시간씩 긴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넓은 땅덩이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는 것은 일종의 생존 기술이기도 하니까요.”
또 다른 점은 육아와 교육의 주체가 부모나 엄마가 아닌 학교라는 점이다. 나라에서 학교를 앞세워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학습을 책임지고 있다. 유치원은 아침, 점심, 저녁까지 3번의 식사를 제공하고, 초등학교는 급식이 부실할 경우 교육국에 신고하면 다음 날 바로 조사가 나올 정도로 까다롭게 관리한다. 방과 후 수업도 다채롭게 진행돼 아이들은 안전한 학교의 틀 안에서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갖는다.

 ->  맞벌이 부부에게는 최고 교육 환경
상하이의 교육기관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으며 크게 공립과 사립으로 나뉜다. 유치원은 샤오반, 중간, 따반으로 나뉘며, 소학교(초등학교)는 5년제, 중학교는 6년제, 고등학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3년제다. 사립학교는 소학교만 있는 5년제와 소학교와 중학교를 묶은 9년제, 고등학교까지 모두 있는 12년제 학교가 있다. 공립유치원은 영어나 예체능 교육은 거의 없지만 이른 시간에 등원해 늦게까지 맡길 수 있어 맞벌이 부부에게는 최적의 시스템으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영재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상하이는 3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세계 65개국 15세 이상 학생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학업 테스트)’에 2009년부터 참가해 과학, 수학, 영어독해 부문에서 줄곧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를 ‘중국 교육의 요람’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 못지않게 명문대 진학에 관심이 높아서 일찌감치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상하이의 치열한 입시 경쟁이 시작되는 곳은 사립 유치원이에요. 사립유치원은 모국어인 중국어는 물론 제2외국어,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죠. 영어를 70% 이상 사용하는 국제반도 있고요. 한국으로 치면 영어유치원 같은 곳이죠. 그다음 관문은 명문 사립초등학교에 가는 거예요. 시험을 보고 입학하는 사립초등학교는 전문적인 예체능 수업은 물론, 공립학교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어요.”
공립학교의 경우 모든 학습을 학교에서 책임진다. 방과 후에 학과목 교사들이 따로 숙제를 도와주고 부진한 과목은 보충 수업을 하기도 한다. 기숙사를 갖춘 초등학교도 많다. 상하이의 중고등학교 중 80% 이상이 기숙사를 운영한다. 그만큼 학업 성취도와 효율성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공립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위해 ‘우수반’을 따로 만들어 운영해요. 장학제도도 잘되어 있어서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학업 재능이 있는 아이라면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죠. 반면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만 마치고 기술전문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요.”
상하이 고등학교 과목 중에는 심리가 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심리 관리를 위해서다. ‘청소년 심리건강조사’는 성적표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이고,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있다면 심리 담당 교사가 직접 학생과 면담을 한다. ‘아이의 교육은 학교에서 책임진다’는 큰 명제 하에 상하이 엄마들의 교육열까지 더해져 상하이는 세계 최고의 영재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PLUS INFO 한국과 중국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
중국은 육아와 교육의 주체가 학교예요. 유치원은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 워킹맘들에게 최고죠. 또 초등학교부터는 방학 때 특강생을 모집해 박물관 견학, 예체능 수업 등을 진행해요. 방학 때 돌봐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거죠. 덕분에 상하이의 기혼 여성 취업률은 62%예요. 어느 누구도 아이 낳고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 ‘아기는 누가 봐주냐?’고 묻지 않아요. 남편이 먼저 퇴근해 장을 보고 요리하고 청소를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랄까요. 일하는 여성에게 상하이는 최상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요.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김은향(프리랜서)
참고도서
<미국 엄마의 힘>(황소북스), <일본 엄마의 힘>(황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