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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세계육아 part 2

세계 육아 트렌드를 읽다 - 프랑스, 일본편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3  엄격한 원칙 속에서 자율성을 키우는 프랑스
“프랑스의 부모는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요. 아이는 어른과 끊임없이 토론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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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의 인성 검증을 거치는 보육기관
한국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와인이 좋아서 무작정 프랑스로 날아왔다는 최영선 씨.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가며 와인을 공부하다가 남편을 만나 2008년 파리에서 와인 에이전시를 차리자마자 딸 이리스가 찾아왔다. 파리에서 갑자기 엄마가 된 최영선 씨는 타지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프랑스의 안정적인 보육 정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올해 열한 살이 된 이리스는 현재 프랑스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에 재학 중이다. 프랑스의 학제는 만 3세부터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이 시작되고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5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만 11세에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의무교육 이전에는 탁아소(crèche)에 보낼 수 있는데, 국가에서 운영하거나 사설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 정도의 보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복지제도 때문. 프랑스 국민은 월급의 약 ⅓을 사회보장 분담금으로 낸다.
“프랑스는 전반적으로 보육 정책이 안정적이라 아이를 맡기고 일하기 수월한 편이에요. 탁아소는 생후 1개월 아기도 보낼 수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려면 서두르거나 운이 좋아야 한답니다. 입학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저도 워킹맘이라 국립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는데 처음에 자리가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프랑스도 아주 가끔이지만 유치원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국립은 그런 문제가 거의 없어요. 국립 보육기관의 교사는 인성검사 등 검증 절차가 까다롭거든요.”
유치원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정규 수업은 3시 30분에 마치며 그 이후에는 부모가 맞벌이어서 일찍 하원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학교를 운영한다. 유치원 수업은 유치원 교사가 담당하고, 놀이학교는 놀이 교사가 따로 투입된다. 유치원비와 놀이학교의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하는데 부모의 경제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프랑스에서 살아보니 어른과 아이가 모두 존중받는 문화를 느꼈어요. 부모는 부모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권위가 있고요. 부모는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교사도 아이들을 성적 등으로 비교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버릇이 없거나 하지 않아요. 오히려 부모가 엄격한 편이죠. 원칙이 확고하고 아이들은 그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고집을 부리면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해주는 게 프랑스 부모들이에요. 식사 예절, 잠자리 예절, 인사 예절 같은 것은 꼭 지켜야 해요.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고맙습니다’, 같은 말은 필수이고요.”
프랑스 아이들은 부모와 2시간이 걸리는 코스 요리도 즐길 수 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교육에서 비롯되었을 터. 휴대폰 동영상의 도움 없이는 식당에서 20분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모가 확고한 육아 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면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프랑스 부모의 육아에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마 가장 처음 시작하는 교육이 수면교육일 거예요. 많은 분들이 프랑스 엄마들이 아이를 혼자 잘 수 있게 하려고 ‘울린다’라고 생각하는데 일부러 울리는 건 아니더라고요.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잘 수 있게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데 아이는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운다고 무조건 안아주는 게 아니라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면 엄마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제 시간에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눕더라고요.”
그 외의 것들도 마찬가지. 프랑스 아이들은 간식도 먹고 싶을 때 먹는 게 아니라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 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수없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을 거쳐 자리 잡은 습관이다.  

 ->  엄격한 원칙 안에서 누리는 자유
프랑스는 생활습관이나 태도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교육만큼은 느리고 여유로운 방식을 취한다. 국공립 초등학교에서는 성적이나 등수를 매기지 않으며 선행 학습은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에서 문제집을 풀거나 공부를 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학습만으로 충분하며 집에서 추가적인 공부를 하는 것은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뺏을 수 있다는 게 교사 대부분의 의견이다. 프랑스에도 극성적인 부모는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기미가 보이면 교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모가 아이의 학업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을 막는다.
“초등학교에서도 다양한 발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보통 두세 명씩 짝을 지어 발표를 하는데 가끔 발표 내용을 정해준다거나 참견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좋아서 조사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부모가 나서면 흥미가 떨어지죠. 그런 일이 몇 번 있은 후 발표 수업 준비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꾸었더라고요.”
최영선 씨가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국어 시간 이외에 시 외우기 수업이 따로 있다는 것. 수업의 내용은 공책에 시를 필사하거나, 시를 읽고 떠오르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이다. 이 수업을 들으며 아이의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정서가 안정되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부모도 한국 못지않게 교육열이 높지만 유아기 때는 이렇다 할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아이들은 초등학교까지는 놀고 즐기며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부모는 자녀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그중에서도 예체능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분위기다.
“예체능도 아이가 원하는 걸 가르칩니다. 부모가 ‘이런 건 꼭 해야 해’라고 정해놓는 게 없어요. 저희 아이는 갑자기 리듬체조에 푹 빠져서 매일 체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더라고요. 처음엔 아이가 갑자기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되기도 했는데, 자기가 좋아서 하니까 선생님도 말리지 않으시더라고요. 결국엔 국가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에 시험 봐서 들어가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어요. 그 외에 피아노, 승마도 배우는데 모두 아이가 하고 싶다고 요구한 것들이에요.”
프랑스가 유럽의 출산 대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잘 갖춰진 보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 아이들이 훌륭한 교육을 받고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할 줄 아는 성인으로 자랄 수 있으니 부모가 되는 게 조금은 덜 두렵지 않을까?
 

PLUS INFO 프랑스 워킹맘의 생활이 궁금하다!
프랑스의 워킹맘도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건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신생아도 믿고 맡기는 탁아소부터 유치원 등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어요. 게다가 주 35시간의 근무 시간, 저녁 6시까지 운영하는 탁아소와 유치원은 워킹맘의 마음을 조금은 여유롭게 만들어주죠. 퇴근은 부부가 서로 시간을 조정해서 아이를 하원 시키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으며,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때 한 달 내내 면접을 보며 적임자를 고를 정도로 신중을 기합니다.




 4  예의와 자립심을 바탕으로 엘리트 교육을 꿈꾸는 일본
“세계 3위의 경제 대국, 아시아 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국, 세계 최고의 과학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일본의 독특한 교육 방식 덕분이에요.”

 ->  0세부터 시작되는 일본 엄마들의 훈육
현재 일본 도쿄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만 6세 딸 레나와 만 3세 딸 메이나를 키우고 있는 안민정 씨.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처음 일본 생활을 시작해 일본 뉴스 전문 매체의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중국인 남편을 만나 지금의 가정을 이뤘다. 회사를 다니며 일본 문화에는 제법 익숙하다고 자부했지만, 출산 후 접한 일본의 교육문화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 엄마의 힘>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한 그녀가 관찰한 일본의 교육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본적인 생활습관과 공중도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매뉴얼을 만들고 그것을 엄격히 지킨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보육원에 보내는 이불보와 가방, 손수건, 종이 기저귀 하나까지 사이즈와 이름표 붙이는 자리를 정해주는 식이에요. 준비물은 3년, 6년 쓸 생각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고, 크레파스는 색깔 하나하나에 이름표를 붙입니다. 조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일본식 문화가 처음에는 무척 답답하고 꽉 막혔다고 생각했는데 다 나름의 이유가 있더군요. 집단생활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분실물 사고를 미리 예방하고, 선생님이 아이의 물건을 바로 찾아 쓸 수 있도록 규격화하는 거예요. 또 내 아이가 기저귀를 몇 장 썼는지 명확히 세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 쓴 기저귀는 집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한 번 정한 규칙은 반드시 지키고, 끊임없이 기록하고 관리한다. 정성들여 잘 만든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습관도 어릴 때부터 기른다. 생활습관과 공중도덕도 아주 어릴 때부터 훈육한다. 특히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빼앗는 것, 차도에 뛰어드는 것,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뜯는 것, 전철 등 대중교통에서 떠드는 행동 등은 엄하게 주의를 준다. 또한 돌도 되기 전에 물컵 손잡이 잡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만 3세가 되면 스스로 식사를 하고 책가방을 싸고 물건을 정리하며 등하교를 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
“일본 엄마들은 예의와 규칙, 그리고 자립심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이를 혼내거나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죠.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며 부모와 선생님의 인내심과 꾸준함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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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열한 수험 생활과 다양한 클럽 활동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는 일본에서도 어린이집 대기는 사회적인 문제다. 전업주부는 아이를 아예 보육원에 보낼 수 없고, 맞벌이라도 경쟁이 치열하면 추첨을 통해 등원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에 사는 일본 엄마들이 종종 “초등학교 전까지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게 훨씬 좋다”고 말할 정도다. 본격적인 학습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루어지는데, 특히 좋은 대학에 가려면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일본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시험을 쳐서 수준별로 입학한다. 좋은 중학교는 좋은 고등학교와 연결돼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좋은 대학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공부하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중학교 때부터 진학 전문 학교로 가고, 공부에 취미가 없는 아이들은 적당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진로에 대해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다.
“좋은 대학에 가려면 좋은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해요. 아기 때부터 자립심을 키워온 아이들이라 이런 모습이 아주 일상적이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 교육 받아 경제적인 독립도 일찍 하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대학생이 되면 집을 나와 자취하는 경우도 많아요.”
흔히 일본을 생활 체육의 천국이라 말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동네 곳곳에 이를 위한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다. 이는 학창 시절의 클럽 활동이 큰 토대가 된다. 중·고등학교에 있는 동아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비롯해 축구, 유도, 검도 등을 비롯해 악기 연주나 미술, 사진, 연구 활동 등 다양하다. 대부분 학생이 최소 1개 이상의 동아리에 가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데, 이러한 클럽 활동은 엄격한 규칙 속에서도 창의성과 다양성을 꽃피울 수 있는 힘이 된다. 무엇보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체력이 왕성한 청소년기 아이들이 공부가 아닌 다른 취미 활동을 함으로써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동시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대입 전쟁을 치르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러다 보니 와세다, 게이오 등 유명 사립대학의 부속학교는 항상 최고 인기 순위에 든다. 유명 사립초등학교는 연간 학비가 1000만원에 이르는데, 정규 과정 이외에 영어 등 특화 수업도 알차다. ‘격이 맞는 아이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아이의 시험과 면접은 물론 부모 시험과 면접을 따로 치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녀를 명문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수험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병설유치원, 명문 초등학교로 시작해 명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엘리트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0세부터 조기 영재교육을 시키는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물론 엘리트 교육은 더 수준 높은 질서와 예의, 자립심을 요구한다.
 

PLUS INFO 일본의 사교육은 언제, 어떻게 시작할까?
공립유치원은 약간의 학습을 하지만 거의 보육 위주입니다. 그래서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영어부터 악기, 운동 등 커리큘럼이 훨씬 다양한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죠. 물론 비용은 훨씬 비싸지만요. 일본에서 가장 일반적인 첫 사교육은 수영이에요. 초등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배우지만 체력 등을 위해 일찍 시작하는 편이에요. 대개 일주일에 1회 강습, 한 달에 6만~8만원 선의 사교육을 합니다. 피아노 등 악기는 집에서 충분히 연습한 뒤에 학원에 가서 체크만 받는 정도라 사교육에서도 역시나 부모의 역할이 커요. 라이딩도 기본으로 해야 하고요. 이 때문에 금전적·시간적 여유가 모두 있어야 가능한 게 사교육이에요. 운동이나 음악에 재능 있는 아이들은 좀 더 일찍 전문 강사에게 강습을 받기도 합니다.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김은향(프리랜서)
참고도서
<미국 엄마의 힘>(황소북스), <일본 엄마의 힘>(황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