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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세계육아 part 1

세계 육아 트렌드를 읽다 - 핀란드, 미국편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1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세계 최고 교육을 이끌어내는 핀란드
“핀란드의 교육은 충분히 놀고 호기심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가 거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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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과 출산은 국가가 책임진다
디자인 주얼리 브랜드 대표인 줄리 킴 씨(@juliekimdesigner)는 이제 31개월 된 아들 루카스를 낳기 직전 핀란드에 정착했다. 이전에는 핀란드인 남편과 함께 스페인에서 지내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친할머니가 살고 있는 핀란드에서 함께 살게 된 것. 그녀가 거주하는 도시는 헬싱키 중심가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에스포라는 곳으로 아이가 자연 속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주했다. 유럽에서도 핀란드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었던 터라 큰 고민 없이 새로운 곳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아이를 낳아보니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는 줄리 킴 씨. 핀란드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 국가의 지원이 꽤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 네우볼라(Neuvola)라는 기관이 대표적. 이곳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의료적인 조언은 물론, 아이의 건강관리까지 도맡아 해준다. 임신부터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각 시기별 주의해야 할 점, 꼭 알아야 할 점 등을 가르쳐주고,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 및 건강을 관리하며 부모와 상담도 해준다. 그뿐 아니라 출산 방식이나 순서, 사용하는 약물까지 세세하게 설명해 임신부가 출산 전 자신이 사용할 진통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줄리 킴 씨는 네우볼라 덕분에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궁금증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관계자가 아이가 두 살이 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가정방문을 하고, 두 살 이후에는 1년에 한 번 방문한다. 이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돼 임신과 출산에 핀란드 부모는 큰 두려움 없이 부모되기를 시작한다.
“핀란드에서 아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지원금(150유로)이나 지원품(베이비박스)을 선택해 받을 수 있어요. ‘베이비박스’는 한마디로 육아 바구니예요. 박스는 신생아 침대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안에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60여 가지 물품이 들어 있어요. 아이가 두 돌 될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과 육아용품이 가득 들어 있어 유용하죠. 베이비박스는 1937년부터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집까지 배달해줘 큰 선물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핀란드의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집 근처 놀이방(leikkipuisto)을 이용한다. 영유아기 어린이와 부모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이것 역시 무료다. 점심때는 부모에게 간단한 차와 샌드위치를 제공하며,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유아식도 제공한다. 놀이방은 미술, 음악 등 국가에서 운영하는 놀이 수업을 진행하고, 놀이터와 운동장에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이를 데리고 마땅히 외출할 곳이 없는 부모들에게 천국 같은 곳.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끼리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함께 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육아가 고된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공부는 즐기는 것
핀란드의 교육은 세계적으로 수준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점수 1등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교사가 최소 석사 학위 이상이며, 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라는 점이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공부 스트레스가 거의 없기로 유명하다. 줄리 킴 씨도 핀란드에 와서 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서 놀랐다고 한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아이와 함께 놀고 새로운 것을 접할 기회를 만들어줄 뿐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부모가 결정하지 않는다.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만지고, 느끼며 노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도와줄 수 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꼭 시켜야 하는 학습 같은 건 없어요. 어릴 때부터 발레, 수영, 축구, 음악, 스키, 스케이트 등 한두 가지를 접하는데 수업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에요. 이 역시 아이와 상의해서 아이가 원하면 배우고요. 핀란드는 물가가 높은 데 비해 사교육비는 비교적 낮은 편이에요. 수업료는 3개월에 30만원 정도예요. 아이가 학교에 다닌다면 학교와 정부에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이 수업은 거의 무료이거나 아주 저렴해요.”
핀란드의 교육기관은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한다. 어린이집은 물론 상위 교육기관도 국가에서 운영하며 사립학교는 찾아볼 수 없다. 핀란드에서는 이르면 생후 10개월부터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으며, 유치원을 거쳐 8세부터 17세까지 9년 동안 종합학교(우리나라의 초중고가 결합된 형태)에 다닌다. 이후 1년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시험 준비를 하거나 인턴 과정을 수행하며 진로를 정한다. 교육비는 국가에서 90% 이상 지원하며 무료인 경우도 많다.
“핀란드 부모 중 자녀의 성적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교육은 언제나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즐길 수 있도록 진행하기 때문에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도 별로 없어 보이고요.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한국처럼 필수적인 과정이 아니랍니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본인이 원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키우고, 부모는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가 원하는 바를 찾도록 도와줘요. 저 역시 이러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습니다.”
 

PLUS INFO 핀란드 아빠들은 어떤 육아를 할까?
핀란드도 부모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침, 저녁 나누어서 서로 시간을 조율하고 집안 일 역시 함께 합니다. 저도 일을 하기 때문에 남편하고 살림과 육아를 적절히 나눠서 합니다. 제 남편이 저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식사 준비와 청소를 거의 남편이 전담하고 있어요. 핀란드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도록 나라에서 많은 지원을 해줍니다. 2년 안에 20주 동안 유급 육아휴가를 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직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4시~4시 반이 퇴근 시간이기 때문에 퇴근 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요. 제 남편도 퇴근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이랑 놀아주는 거예요. 그리고 식탁에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식사하고, 남편과 아들이 함께 목욕하는 게 일종의 의식처럼 되어 있고요. 이런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2  삶을 지탱해주는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미국
“미국 부모는 삶의 기준이 되는 확고하고 건강한 가치관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스킬을 배양하는 데 힘을 쏟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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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때부터 ‘휴식’을 배우는 아이들
김동희 씨는 한국 헤럴드경제, LA 한국일보, 뉴욕 중앙일보의 사회·경제·문화부에서 16년간 일한 기자 출신 작가다. 아이를 낳은 뒤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육아’로 옮겨지면서 특유의 취재 모드가 발동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 엄마들의 육아 세계로 뛰어들었고, 이를 국내 포털사이트에 연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 결과물을 모아 <미국 엄마의 힘>이라는 책을 세상에 선보이기도 했다.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성적표를 받아 왔는데 첫 문장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아이가 좋은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적표에 쓰인 ‘시민’이라는 단어가 낯설어 당장 검색해봤죠. 그러다 미국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녀가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자라도록 돕는 방법’이라는 자료집을 찾았어요. 요즘은 미국을 샐러드볼(salad bowl)이라고 불러요. 신선한 재료들이 고유의 맛과 모양을 유지한 채 어우러져 있다는 의미죠. 이 얘기를 들으면서 그렇다면 그릇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늘 궁금했는데 그 자료집의 첫 문장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부모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자녀에게 평생 의지할 수 있는 가치(value)와 능력(skill)을 심어주는 것이다. 부모가 이를 도와주면 자녀는 한 개인으로, 지역사회 일원으로, 그리고 미국 시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는 미국 교육의 근본적인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엄마들은 가족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가족의 규칙을 세워 훈육한다. 자녀에게 “평생 의지해야 하는 것은 부모도 친구도 아닌 삶의 기준이 되는 확고한 가치관과 다양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공부 또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스킬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엄마들은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면서 그저 도와줄 뿐이죠. 조금 냉정할 만큼 엄격하게 수면교육을 하고, 이유식으로 핑거푸드를 주고, 집안일을 어릴 때부터 시켜요.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기 위해서요. 부모는 이를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도와줍니다. 아이는 자립심과 동시에 책임감을 함께 배울 수 있어요.”
또 아주 어린 아이에게도 ‘휴식(rest)’ 개념을 가르치는 것 역시 독특하다. 긴 인생을 살기 위해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콰이어트 타임(Quiet time)’에는 퍼즐이나 독서, 낮잠 등 비교적 조용한 활동을 하며 아이 혼자 시간을 보내도록 훈련시킨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매너는 물론 가치관과 자립심, 책임감을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아이들은 커가면서 부모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를 함께 받는다. 이를 통해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는다.

 ->  내 아이와 잘 맞는 학교가 좋은 학교
미국에서는 만 3세 아이들을 프리스쿨러라고 부른다. 이제 막 세상에 궁금증이 폭발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는 5세 전까지 사회성 발달의 중요한 시기로 보기 때문이다. ‘프리스쿨(Preschool)’은 일종의 유치원으로 킨더가튼(Kindergarten: 공립초등학교 1학년 이전에 다니는 유치원으로 초등학교에 같이 있다)과는 조금 구별된다. 프리스쿨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우는 것은 자립심과 감정 다루기, 정리 정돈하기, 사회성 키우기, 예의범절 갖추기, 의사소통 능력 키우기 등이다. 낱말카드로 단어를 익히는 것보다 자신의 이름과 부모의 이름, 자기 집이 있는 길 이름,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을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여긴다. 이렇게 프리스쿨을 거치면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공립 교육이 시작되는데, 이를 정하는 기준은 주마다 차이가 크다.
“미국 엄마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곳이 아니라 내 아이와 잘 맞는 학교예요. 미국에서는 수많은 순간 ‘선택의 자유’ 앞에 놓이는데 교육도 마찬가지예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미국에서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이는 곧 선택의 자유를 통해 표출되죠.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이 미국 교육의 또 다른 큰 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의 학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바로 ‘독서’. 특히 배움을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교에서는 독서교육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1학년부터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교육을 받고, 교사가 교실에서 직접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학생들끼리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토론 수업도 많이 이루어진다. 미국의 학교 수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parting and sharing(짝을 지어 서로 이야기하기)’. 질문 내용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니?”가 아니라,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독서 중간에 다음 내용을 상상해서 쓰는 식의 수업을 진행한다.
미국의 문화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직장을 비롯한 대부분 사회 시스템이 가족 중심의 삶을 지원한다. 일하는 시간엔 일하고, 저녁과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1년에 한두 번은 가족 여행을 떠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 미국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각자 개인의 다양한 공식이 존재하며 이를 존중한다. 누군가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삶의 근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국 교육의 가장 큰 힘이다.
 

PLUS INFO 미국 엄마들은 어떤 사교육을 시킬까?
위급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수영은 보통 2세 무렵 시작합니다. 그 외 축구, 야구, 소프트볼, 테니스 등 아이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치기도 하고요. 음악과 미술도 많이 하는데, 여자아이들은 특히 발레나 체조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비용은 커뮤니티 센터에서 하는 무료 프로그램부터 전문 기관에서 하는 레슨까지 다양한데, 가정의 경제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습니다.
 

 

팍팍한 육아 현실에 ‘헬조선’이라고 불평하지만 시야를 밖으로 돌려 배우고 구하면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을지도 모를 일. 수준 높은 복지 및 교육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에 살며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지금 세계는 어떤 육아를 하고 있을까?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김은향(프리랜서)
참고도서
<미국 엄마의 힘>(황소북스), <일본 엄마의 힘>(황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