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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누구시니? ②

언어 천재 서연이네 가족의 좌충우돌 다국어 정복기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알파벳 송을 외우고 “How are you?”를 읊어대며 일찍이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10여 년의 교육과정이 무색하게도 영어는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5개 국어를 마스터한 서연이는 당시 고작 6세. 도대체 서연이에게 어떤 마법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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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는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나는 아이도 있지만,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역량을 계발하는 아이도 많다. 우리는 후자를 일컬어 ‘길러진 영재’라고 하는데, 서연이가 바로 여기에 속한다.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일본어까지 총 5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 꼬마 아가씨는 듣고 말하는 것은 물론 읽고 쓰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서연이를 가르친 사람이 다름 아닌 엄마 이지나 씨라는 것. 우리말도 완벽히 하기 어려운 어린아이에게 무려 다섯 개 언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었을까?
 

나는 워킹맘입니다
결혼 전부터 금융계 대기업에 종사했던 지나 씨는 하루가 마치 48시간처럼 고됐다. 아침 7시 50분 칼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서도 퇴근 시간은 늘 밤 12시를 넘기기 일쑤. 쉬는 날마다 녹초가 되어 체력을 보충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아이 양육은 같이 사는 친정 부모님과 증조부모가 도맡았다.
“제가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도 서연이는 한 번도 저에게 매달리지 않았어요. 집에 아이를 돌봐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데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보채지 않으니 저도 부러 돌보려 애쓰지 않았고요. 아이가 어찌나 데면데면했던지 아플 때 제가 안으면 버둥거리며 할머니한테 가겠다고 떼를 썼어요. 그래도 제가 엄마인데 말이에요.(웃음)”
직접 돌볼 상황이 되지 않으니 서연이가 엄마를 찾지 않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지나 씨. 그런데 그녀의 생각을 벌 주려던 것일까. 아이는 결코 괜찮지 않았다.
“연구원인 남편도 그렇고 부부 모두 일을 하니까 서연이를 돌보는 건 ‘그날 시간이 비는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아이는 2월생이라 보육시설에 맡기니 많게는 11개월 이상 차이 나는 0세반에서 시간을 보내고요. 집에 계신 증조할머니는 편찮으셔서 아이와 놀아주지는 못하셨어요.”

아이들은 보통 자라면서 ‘엄마’라는 말을 제일 먼저 배우지만 서연이는 매일 눈을 맞추고 “엄마 해봐, 엄마~”라고 얘기해줄 엄마가 부재중인 것과 같았다. 세 돌 무렵이 될 때까지 서연이가 할 줄 아는 단어는 ‘물, 할미, 지나’ 고작 세 개뿐이었다고. 그럼에도 지나 씨는 서연이의 언어 발달이 느리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단다.
“바빠서 신경을 못 썼던 데다 스물여섯에 결혼을 해서 주위에 아이를 키우거나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었어요. 친구들이 ‘야, 세 살이면 당연히 말 못 하는 거 아냐?’라고 했을 정도니까요.(웃음) 그러다 어느 날 영유아 검진을 받았는데 ‘언어 추적검사가 필요함’이라고 나온 거예요. 소견서가 나오면 꼭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더라고요.”
추적검사는 평소의 양육 상황을 관찰하며 이루어지므로 관찰 대상자에는 엄마인 지나 씨도 당연히 포함됐다. 그런데 검사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평소처럼 아이와 시간을 보내라는 말에 지나 씨가 1시간 가까이 멀뚱히 앉아만 있었기 때문. 결국 검사는 중단됐고 지나 씨는 ‘지금은 그저 옆집 언니 같다. 검사가 이루어질 수 없으니 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다시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할머니를 모시고 다시 방문했을 때 저는 상담사 옆에 그저 우두커니 앉아 있었어요. 제 앞에 두꺼운 벽이 있고 그 안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제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괴감과 자책감, 아이를 향한 미안함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쏟아졌어요.”
이어진 상담에서 엄마의 부재로 인해 아이가 정서적으로 얼마나 공허한지, 언어 발달이 얼마나 느린지 등 무서운 말들이 쏟아졌다. 지나 씨는 이날 바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엄마표 언어 발달 교육을 시작하다
지나 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직장을 옮긴 후 퍼즐, 교구 등 서연이가 평소 갖고 놀던 장난감을 모두 치워버렸다. 아이 혼자 빠져드는 장난감은 자칫 아이의 언어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상담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 대신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틈만 나면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책을 읽어줬다. 느리다는 걸 알고 나니 자꾸 조바심이 났다.
“처음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불러줘도 ‘저 사람이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만 보고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이제부터라도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계획표까지 세우고 열성적으로 가르치는데, 아이가 도통 따라오지 않으니 그게 답답해 화를 내고 아이는 더 싫어하는 역효과가 나타났어요.”
혹시 아이의 언어 발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할 즈음,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영어 동요가 흘러나왔다. 웬일인지 음악에 맞추어 흥겹게 춤을 추는 서연이가 귀여워 “아이고, 잘한다!” 하고 박수를 쳤더니 까르르 웃으며 소리를 내며 옹알거리는 게 아닌가. 지나 씨는 순간 ‘이거구나!’ 싶었단다.
“유튜브로 동요를 찾아 수시로 들려주고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맞장구를 쳐줬어요.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조급함에 아이를 자꾸 다그쳤거든요. 그런데 동요는 ‘위글위글~’하면서 엉덩이춤을 추면 저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고, 아이도 좋아하니 계속 반복하게 됐죠.”
아이가 스스로 재밌어하는 걸 찾아야 피드백이 있다는 걸 깨달은 지나 씨는 그때부터 교육법을 바꾸었다. 서연이가 좋아하는 동요나 영상, 만화 등을 활용해 상호작용을 시작한 것. 가령 영어 동요에 한창 빠져 있을 때는 “한글 동화책을 한 권 읽어준 뒤에 영어 동요를 틀어줄게” 식으로 달래가며 아이를 가르쳤다.
“원래 저는 집에서도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언어 교육은 아이가 소리를 듣고 따라할 수 있도록 많이 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재밌게 읽어줘야 하고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힘을 쏟았더니 나중에는 성대 결절까지 걸렸어요. 저는 공대 출신이라 직장에서도 컴퓨터만 두드리면 되는데 의사가 ‘혹시 목 쓰는 직업에 종사하세요?’라고 묻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서연이는 한국어와 영어를 거의 동시에 깨쳤다. 그런데 막상 말문이 트이고 나니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났다. 무심코 동요를 따라 부르다가도 “뜨위끄(Twinkle) 뭐야?” 하며 뜻을 묻기 시작한 것. 결국 지나 씨는 잠을 줄이고 수험생처럼 공부에 뛰어들었다. 단어를 밤새 적고 또 적으며 외우는 일상이 반복됐다. 중국어를 가르칠 때는 동화책 열다섯 권을 들고 다니며 통째로 달달 외워서 페이지 수까지 기억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녀를 힘들게 한 건 알아들을 수 없는 꼬부랑글씨가 아닌 한글이었다.
 

유아판 스카이캐슬? 편견을 깨다!
지나 씨는 블로그에 서연이의 교육 일지를 날마다 기록했는데 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처음에는 한글을 떼지 못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게 이유였다. 막상 한글과 영어 말문이 트이고 나자 ‘아이는 아이다워야지 대체 언제 노냐’,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한다’등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오롯이 서연이만을 위해 아등바등 애를 쓰던 지나 씨도 사람들의 비난이 계속되자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거나 교육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고민이 없었을 텐데 저도 육아가 처음이잖아요. 주변에서 다 아니라고만 하니 걱정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다 하루는 ‘인사말 정도는 100개도 외울 수 있는데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어요. 그 순간 ‘아, 내가 괜한 짓을 하나’ 싶어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한글은커녕 이제 갓 단어 몇 개와 문장을 말하기 시작한 아이가 의사소통이 될 리 만무했다. 그러나 몇 날 며칠을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던 지나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어 동요를 들으며 즐거워하는 서연이의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들 말만 듣고 관두는 게 웃기잖아요. 저는 조금 고생할지 몰라도 아이는 재밌어 하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서연이 반응이라는 걸 다시금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이왕 시작한 거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서연이는 지나 씨의 교육법을 잘 따랐고, 5개 국어를 네이티브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영재발굴단> 출연 당시 심리검사에서 ‘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서연이의 자아탄력성이 유난히 높기 때문. 자아탄력성이 높을수록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지금은 힘들지만 해낼 수 있어’라며 긍정적으로 대처하여 스트레스 지수가 낮다. 이러한 자아탄력성에는 부모와 아이 간의 꾸준한 상호작용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크게 도움이 된다. 즉, 말을 배우게 하기 위해 곁에서 매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칭찬하고, 한 가지를 배울 때마다 크게 격려하는 등 지나 씨의 모든 행동이 서연이에겐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 좋다기에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수많은 나라의 동요를 들려줬어요. 서연이가 흥미를 보이면 그게 기뻐서 제가 먼저 공부해 가르쳤고요. 사실 서연이가 5개 국어밖에 못 배운 이유는 제가 5개 언어밖에 깨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언어가 몇 개 있는데 저는 더 이상 자신이 없어요. 얼마 전에 ‘이제는 서연이도 다 컸으니 혼자 공부하는 거야’라고 솔직하게 말했답니다.(웃음)”

 

서연맘 이지나 씨가 말하는 엄마표 영유아 외국어 교육법
1 즐거운 자극을 통해 외국어를 접하라
당연히 처음부터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다. 아이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주려면 부모가 나서서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줘야 한다. 글로만 접하는 물건은 쉽게 잊혀도 ‘저 책에 나오는 물건은 직접 만져봤던 거야’라는 기억은 오래가는 것처럼 아이에게는 ‘경험’이 바로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지나 씨는 ‘Five little monkey jumping on the bed’라는 영어 노래를 처음 서연이에게 들려줄 때 아이와 함께 침대에서 30분을 뛰었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중에 서연이가 그 노래가 나올 때마다 점프를 하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고.

2 하루도 빠짐없이 외국어를 접하라
‘매일 열심히 하자’는 원칙은 지키기 어렵다. 대신 ‘단 하루도 외국어를 듣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도록 하자’와 같이 기준을 조금 낮추면 수월하게 지킬 수 있다. 매일 영어로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하루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감기로 목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런 날에는 ‘목이 아프니 오늘은 쉬자’라고 생각하는 대신, 아이에게 “Sorry for my hoarse voice.(목소리가 쉬어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혹은 영어사전에서 찾은 문장 하나씩이라도 괜찮다. 집에 늦게 들어온 날에는 “Good night”, 아이가 양치질을 할 때는 “Brush your teeth”, 아이가 몸이 안 좋은 날에는 “Are you sick?” 등 짧게라도 영어를 사용하는 습관을 기른다.





□ PLUS TIP 외국어 회화 실력이 쑥쑥! 서연맘이 추천하는 교구
  • 캐릭터 인형

    아이의 언어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와 상호작용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활용해 역할극을 하면 단번에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활동과 ‘연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 가령 아이가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림책-동요-애니메이션-인형극 순으로 연계해 접하게 하고, 인형극을 할 때 애니메이션 속의 장면을 재현하거나 대사를 따라하는 식으로 회화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로 서연이네 집에는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을 상징하는 손가락 인형부터 피겨, 디즈니 공주까지 수백 개 인형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 스토리 전집 <톡톡 플레이타임 인 잉글리시>, 글뿌리 출판사

    동화를 통해 영어를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유아용 스토리 전집. 밥 먹기, 양치하기, 정리 정돈하기 등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 위주로 구성됐다. 세이펜에는 다국어 기능이 탑재되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 4개 국어를 동시에 지원한다. 스토리 전집을 활용할 때는 잠자리에서 베드타임 동화로 읽어주거나, 책에 등장하는 회화 표현을 상황별로 짧게 발췌한 후 캐릭터 인형으로 역할극을 할 때마다 반복해 사용하면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애프터스쿨 랜드 시리즈(www.ieafterschool.com)

씨랜드, 스윗랜드, 리빙랜드 총 3개 시리즈로 구성된 회화 프로그램으로 듣기, 말하기는 물론 ‘캐릭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직접 캐릭터 인형을 만들고 생활 연기를 따라하며 문장을 익히는 구성이라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고. 인형놀이를 함께 하며 자연스레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게 되므로 아직 역할극이 익숙하지 않은 부모라도 시도해볼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알파벳 송을 외우고 “How are you?”를 읊어대며 일찍이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그러나 10여 년의 교육과정이 무색하게도 영어는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그런데 5개 국어를 마스터한 서연이는 당시 고작 6세. 도대체 서연이에게 어떤 마법이 일어난 걸까?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사진
안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