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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괴물'이 나타났다!

최근 액체괴물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부모들의 우려가 높다. 그럼에도 식을 줄 모르는 액체괴물의 인기,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액체괴물은 점액질 상태의 놀잇감을 말한다. 흔히 ‘액괴’ 또는 ‘슬라임’이라고도 하는데, 손으로 만지며 뭉치거나 납작하게 늘이는 등 원하는 대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 구슬이나 진주 등 작은 파츠를 더하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말랑말랑한 촉감 역시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다.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는 사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해서 ‘안티-스트레스 토이’의 대표 주자로 꼽히기도 한다. 액체괴물은 문구점은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몰, SNS 채널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최근에는 큰 인기에 힘입어 ‘슬라임 카페’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액체괴물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액체괴물의 정체
이 기이한 물체의 역사는 1976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장난감 제조업체인 마텔(MATTEL)이 ‘슬라임(Slime)’이라는 이름의 장난감을 출시했는데 이것이 바로 액체괴물의 시초다. 주요 성분은 식품첨가물인 구아검(Guar Gum)과 붕사(Borax)로 두 가지 물질의 화학적 특성을 이용해 만들었다. 본래 각기 다른 구조를 가진 화학성분이 서로 결합하면서 그물 구조가 뒤엉키면 그 사이에 수분을 가둘 수 있게 된다. 슬라임 역시 그러한 화학반응으로 인해 탄성이 증가해 보다 끈끈한 제형으로 만들어진 것. 슬라임의 점도는 수분 함량 정도나 온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마텔 사의 슬라임은 말랑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촉감과 손에 달라붙지 않는 독특한 제형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이후 여러 장난감 업체들에 의해 대중화됐다. 국내에서는 어린아이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는데 플러버, 젤리괴물, 액체괴물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액체괴물 또는 슬라임으로 용어가 통용되었다.


액체괴물의 유해성, 논란의 시작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던 장난감이 ‘구제불능 애물단지’로 전락한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자칫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유해물질이 대거 검출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언론이 폭발적으로 들끓었기 때문.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는 ‘아이 피부에 발진이 일어났다’, ‘아이 손이 빨개졌다’ 등 액체괴물로 인한 피해를 인증하는 글이 올라왔으며 이는 삽시간에 번져 ‘액체괴물=아이를 망치는 괴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부모들은 “이 제품은 안전한가요?” 또는 “이렇게 만들면 괜찮은가요?” 등 서로 조언을 구하기 바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액체괴물의 유해성’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행태가 오히려 공포 분위기를 지나치게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 이쯤에서 팩트 체크!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의 발표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액체괴물 190개 중 76개 제품에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CMIT, MIT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후인 2012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됐다. 포름알데히드 역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에 한해 불검출 원칙을 내세우는 화합물이다. 그리고 일부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보다 무려 332배나 초과 검출되기도 했다. 리콜 조치가 내려진 제품은 제품안전정보센터(www.safetykorea.kr), 행복드림(www.consumer.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OK  지나친 케미컬포비아는 경계해야… 
액체괴물은 그저 화학 원리를 활용한 장난감일 뿐인데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확산이 ‘케미컬포비아’ 현상을 조장한다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붕소(boron)’에 대한 오해가 대표적. 액체괴물의 치명적인 유해성분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슬라임에 사용되는 물질은 마텔 사가 사용한 것과 같은 ‘붕사(borax 또는 sodium borate)’다. 붕소와 산소가 결합되어 붕산(boric acid)이 만들어지고 이것의 나트륨염이 바로 붕사인데 두 가지는 각각 원소와 화합물이므로 엄연히 다르다. 그러나 유럽의 언론에서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액체괴물=붕소=독성’이 되어버린 것. 실제로 미국 언론에서는 ‘슬라임에 사용되는 붕사는 독성이 낮은 화합물’이라고 보도했으며, 화학 전문가들은 ‘소량 쓰인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과거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1년 한 시판 우유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공식 명칭은 ‘폼알데하이드’로 공산품 생산에 두루 쓰이며, 살균방부제로도 활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사실 폼알데하이드는 자연물에도 다양하게 분포해 각종 어류와 육류, 채소 혹은 과일에도 약 50ppm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람의 혈액에도 약 3ppm 정도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사 과정에서 쉽게 산화 또는 분해된다. 당시 우유에서 검출된 포름알데히드의 양은 0.03~0.04ppm으로 포름알데히드가 첨가된 사료를 먹은 젖소가 원인이었다. 자연적으로 포함되는 양에 비하더라도 무척 미미한 양. 그럼에도 한동안 ‘살균방부제로 쓰이는 폼알데하이드가 아이가 먹는 우유에서 나왔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불안해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액체괴물에 함유된 성분의 유해성 또한 마찬가지다. CMIT/MIT는 피부 알레르기 및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물질로 1991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해당 물질을 농약으로 분류하고 2등급 흡입독성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일정 농도 이상 노출될 경우 피부, 호흡기, 눈에 자극을 줄 수 있지만 여전히 치약, 구강청결제, 화장품, 샴푸 등 각종 생활용품 제조에 두루 쓰인다. 어떠한 화학물질이든 어떤 부작용이 있느냐보다 노출되는 양과 기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LUS TIP 액체괴물 버리는 방법 액체괴물을 변기에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다. 또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면 썩어서 악취를 풍기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므로 이 또한 금물. 액체괴물을 버릴 때는 우선 비닐봉지나 평평한 판에 넓게 펼쳐 햇빛에 말릴 것. 하루에 한 번씩 뒤집어가며 바짝 말린 다음 가위로 잘게 잘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다.

 NO  아이 피부에 직접 닿으니 신중해야… 
액체괴물의 인기는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맞물리면서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과거 중국산 제품의 환경호르몬 논란 이후 인기 있는 유튜버들이 액체괴물을 직접 만드는 영상을 업로드했고 이를 접한 아이들 사이에 ‘액체괴물 만들기’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액체괴물을 완전히 금지할 수 없으니 부모 역시 ‘직접 만드는 것’을 대안으로 선택하곤 한다. 그러나 성분을 확인해가며 재료를 직접 사더라도 이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게 현실. 가령 액체괴물을 만들 때 흔히 사용하는 물풀은 PVP라는 고분자화합물이 주성분인 인공 화학물질이다. 이는 접착을 위해 개발한 제품으로 피부와 접촉하는 용도가 아닌 만큼 장기간 피부 접촉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또 있다. 물풀 외에도 렌츠세척액, 붕사, 베이킹소다, 플라스틱 통 등 주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은 어린아이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는 영상의 제조법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데다 여러 가지 물질을 임의로 섞거나 가열하는 등 제조하는 과정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검증된 바 없다. 실제로 한 중학교에서는 아이가 액체괴물을 각종 재료와 섞고 불을 붙이는 바람에 화장실 변기가 폭발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어린아이가 재료를 구입하거나 직접 제조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없는 만큼 제품 유통 과정에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거세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이가 말랑말랑한 촉감에 중독되어 끊임없이 액체괴물을 찾는다면 밀가루, 찹쌀가루, 전분, 식용색소 등 화학물질이 전혀 가미되지 않는 천연 재료나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액체괴물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부모들의 우려가 높다. 그럼에도 식을 줄 모르는 액체괴물의 인기,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사진
이성우
도움말
이덕환(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허정림(건국대학교 아시아시설물연구소 환경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