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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 화 잘 내는 법

수많은 엄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 뒤돌아서서 자책할 것이다. 끝나지 않는 ‘나쁜 엄마’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열댓 번씩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등원 시간은 다가오는데 “싫어”를 외치며 늑장을 부리거나, 기껏 차려준 밥상을 거부하곤 뒤늦게 간식을 찾거나, 한시바삐 ‘육퇴’를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안 자고 떼쓰는 아이의 행동은 급기야 부모가 이성을 잃고 화를 내게 만든다.

더 우울한 현실은 이렇게 아이에게 화를 낼 때마다 대부분의 엄마는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고 비난하며 자책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낮버밤반(낮에 버럭하고 밤에 반성한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


화내지 않는 부모는 없다. 다만 ‘화’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볼 문제다. 툭하면 아이에게 화가 난다고? 그렇다면 그 화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내 숨겨진 마음과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자.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하려면 엄마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좋아서 엄마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상처받았던 일도 금세 잊어버린다.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아까 기분 어땠어? 많이 속상했어?” 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게 필요하다.

화가 나는 진짜 이유
엄마의 마음은 처음이라 혼란스럽고 불안한 육아, 끝이 안 보이는 살림, 경제적 압박, 경력 단절로 인한 불안과 괴로움,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모든 것을 스트레스 또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쏟아내곤 한다.

‘화내면 나쁜 엄마다’라는 생각에는 ‘화는 나쁜 감정이다’ ‘화내면 나쁜 사람이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과연 그럴까. 화는 오랜 시간 모든 인간이 가져온 보편적인 감정 중 하나다. 화는 주로 ‘자기보호’ 기능을 한다.

부당한 대우나 무리한 요구를 받았을 때 발생하는 경고음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칭 전문가이자 <엄마의 화 코칭> 저자인 지혜코칭센터 김지혜 대표는 화라는 감정 뒤에 숨은 내면의 고민과 갈등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자연스럽게 배고픔이라는 욕구불만이 사라집니다. 화도 마찬가지예요. 나한테 뭔가 필요한 것이 있는데 채워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주로 화를 내죠. 단지 아이의 어떤 행동 하나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등원 버스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아이가 늑장을 부리면 화가 납니다. 엄마는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데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니 당연히 화가 나죠.

그런데 화를 내기 전에 일단 ‘나한테 진짜 필요한 게 뭐지?’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시간이 필요하다면 전날 아이가 입을 옷이나 식사를 미리 챙겨두는 식이죠. 아이에게 “등원 준비하자”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고요.

평소에 어떤 상황에서 주로 화가 나는지 생각해보고 자기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해결책을 찾기 쉬워요.”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구분하라
엄마들은 피곤함, 초조함, 걱정과 불안 등을 주로 화로 표현한다. 심리학에서 화는 2차 감정으로 분류한다. 화라는 감정이 일어나기 전 1차로 발생한 다른 감정이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크게 넘어진 것을 보고 달려간 엄마가 아이에게 “그러니 조심하랬잖아!”라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1차 감정은 놀람과 걱정이다. 이처럼 화는 억눌린 감정이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종일 종종거리며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 피곤이 극에 달했을 때,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이가 놀기만 할 때, 정성껏 차려준 밥을 아이가 먹지 않을 때 등이 대표적이다.

그럴 때 화를 내기보다는 “엄마 지금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어”, “엄마 지금 마음이 급해. 얼른 준비해서 나가자”, “엄마는 네가 안 클까봐 걱정돼. 잘 먹어야 쑥쑥 크지”라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보자.


화는 ‘그 사람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이 나의 기대 및 열망과 불일치해서’ 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소망이나 이상이 충족되지 않을 때 화가 난다는 의미다. 아이의 똑같은 행동에도 어떤 날은 화가 나고, 어떤 날은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의 잘못을 무조건 지적하고 감정적으로 폭발시킬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욕구를 찾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화의 올바른 활용법이다.



화가 나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
화라는 감정과 화가 나서 하는 행동은 별개의 것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다. 꼬집기, 때리기, 물건 던지기 등 신체적 폭력은 물론 폭언이나 욕설을 퍼붓는 것은 절대 금물. 엄마가 화를 내면 아이는 자기 때문에 엄마가 화가 났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 스스로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수치심을 갖게 되고, 더 커서는 엄마가 화내는 모습에 지쳐 신뢰감을 잃는다. 또 화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돼 아이도 화를 잘 내는 성격이 되기 쉽다. 이를 ‘감정 전이’라고 한다.


“책에 쓴 사례 중에도 나오는데, 엄마가 아이에게 한참 화를 내니까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요. “엄마 나 미워?” 이런 질문은 관계의 근본을 흔드는 질문이에요.

이럴 때는 ‘네 행동을 꾸짖는 것일 뿐이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야’라고 말해줘야 해요. 그런데 많은 엄마들이 홧김에 “그럼 싫지!”라고 말하죠. 이런 대답은 진심이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합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회복탄력성이 좋아서 엄마가 진심어린 사과를 하면 상처받았던 일도 금세 잊어버린다.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아까 기분 어땠어? 많이 속상했어?” 하고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게 필요하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사실만으로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된다.


 


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화를 안 내는 엄마란 책에나 등장할 법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현실의 엄마는 누구나 화를 내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화는 문제가 되는 수준일까? 내 안의 분노 지수를 살펴보고 화를 줄이는 연습을 해보자.

1 내 안의 고정관념을 없애라
‘육아는 이렇게 해야 한다’, ‘내 아이는 이렇게 키운다’라는 확고한 생각이 때로는 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상에 가까워지려 노력할수록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고 엄마의 마음에도 부정적 감정이 차곡차곡 쌓인다.

육아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가족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놀이, 식사, 목욕, 잠자기까지 규칙이 정해져 있다 보니 다른 가족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 혼자 힘으로 키울 수 없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들의 육아 방식 또한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의 가치관은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대화를 통해 그 간격을 줄이는 게 꼭 필요하다.


2 마음의 밭을 넉넉하게 가꿔라
마음의 밭을 키우는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의 기본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말 그대로 먹고 자는 욕구를 해소해야 부정적 감정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육퇴’ 후 갖는 혼자만의 시간이 아무리 소중하더라도 하루에 최소 6~7시간 이상 잠을 잘 것.

또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간 사이 든든한 식사를 챙겨 먹는 것도 잊지 말자. 기분 좋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삶이 오로지 ‘해야만 하는 일’로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뜨개질, 요가, 산책, 네일케어 등 뭐든 좋다.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일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찾아서 짧은 시간이라도 몰두해보자.

 

 PLUS TIP  화를 다스리는 5가지 방법
① 주문 외우기 ‘괜찮아’, ‘별일 아니야’, ‘소리 지르지 않는다’ 등 감정을 다스리는 문구를 골라 주문을 외우듯 암송하면 감정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② 심호흡하기 활화산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 분노를 가라앉히는 방법 중에는 심호흡이 있다. 4초간 코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흡을 멈춘다. 그런 다음 6초에 걸쳐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다.

③ 자리 피하기 감정이 격해질 만한 상황에서는 잠시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라고 부재를 알린 뒤 떨어져 있는 동안 좋은 향기를 맡거나 스트레칭을 해 가볍게 몸을 풀 것. 혼자만의 시간이라도 물건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은 금물이다.

④ ‘분노 일기’ 기록하기 화를 다스리기에 앞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적어도 2주 동안 욱하고 짜증이 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스리며 ‘분노 일기’를 작성해보자. 분노 일기에는 화가 나는 상황과 대상, 자신의 분노 표현 성향 등 전체적인 경향을 기록한다. 또한 분노의 정도와 표현이 잘 부합했는지 되돌아보자.

⑤ ‘행복 일기장’ 쓰기 감사와 긍정적인 감정도 기록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어떤 일에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는지 사소한 일이라도 빠짐없이 적어두자.


 


화 내지 않고 훈육하기
분노를 다스릴 줄 알게 되면 아이 키우는 재미가 배가된다. 화를 내지 않고도 훈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1 아이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아라
아이를 혼내기 전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엄마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아이에게는 어렵고 힘든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거나, 주체하지 못할 화를 폭발하지 않아도 된다.

해결책 또한 아이의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무조건 “빨리 치워!”가 아니라 “네가 가지고 논 장난감을 안 치워서 엄마가 속상해.

그러니까 저녁밥 먹기 전까지 자동차는 이 상자에 담아 줄래?” 처럼 명확한 목표와 의사를 전달하는 게 현명하다. 아이에게 훈육할 때는 정리, 청소, 약속 등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단어와 목표를 전달할 것.


2 화낼 때와 내지 않을 때 구분하기
아이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는데도 어떨 때는 화를 내고, 어떨 때는 그냥 넘어가는 엄마들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 기분대로 화를 내면 아이는 엄마가 언제 화를 내고 안 내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

또한 어떤 행동을 할 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부모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그렇다면 언제 화내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일단 아이의 행동을 허용 가능한 수준(이상적인 범위), 경우에 따라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넘어갈 수 있는 범위), 허용 불가 수준으로 나눈다.

그런 다음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 화내지 않으면 후회할 일에 대해서만 화내는 게 바람직하다. 경계가 모호한 일은 기분이 좋은가와 나쁜가가 아니라 ‘화를 내고 후회할 것인가, 아닌가’로 판단하면 된다.


3 ‘도대체 왜?’ 대신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라
화를 효과적으로 내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엄마는 아이의 잘못을 찾아내는 명수다. 그런데 정작 원인은 잊은 채 혼내고 잔소리만 하다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에게 화를 낼 때는 ‘도대체 왜?’라는 질문은 접고, 아이와 함께 ‘어떻게 할까?’에 대해 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의 피아노 실력이 도통 늘지 않는다면 ‘간식 먹기 전 매일 30분씩 피아노 연습하기’ 규칙을 세우고, 엄마에게 알림장 주는 걸 자꾸 깜빡한다면 알림장 상자를 만들어 주고, 친구에게 장난감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면 ‘먼저 가지고 놀고 10분씩 돌아가면서 사이좋게 놀기’ 규칙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아이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화를 낼 때 지켜야 할 규칙
아이가 허용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단호하게 혼내야 한다. 이때는 엄마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점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정확히 알려주되 이때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 “꼴보기 싫으니까 저리 가!”, “널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식의 아이의 인격을 부정하거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엄마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양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도를 넘을 정도로 심하게 자책하지 말 것.

“나는 엄마 자격이 없다”, “다 내 책임이야” 등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리면 괴로운 육아가 반복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폭력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 물건을 던지거나 아이를 때리거나 발로 차는 행동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


5 마음의 허용 범위를 넓혀라
후회하지 않고 화내는 방법을 익히려면 화가 많은 체질에서 화내지 않는 체질로 엄마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예를 들어 등교 준비를 할 때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넘어가 줄 수 있는지 자신만의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이 때 허용 범위를 너무 작게 만들면 아이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짜증이 솟구칠 수 있다. 그러니 허용 범위를 가급적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각은 절대 안 돼”처럼 절대 허용할 수 없는 경계선을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도 좋다.분노를 다스릴 줄 알게 되면 아이 키우는 재미가 배가된다. 화를 내지 않고도 훈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수많은 엄마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화를 내고 뒤돌아서서 자책할 것이다. 끝나지 않는 ‘나쁜 엄마’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취재
김은향(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참고도서
<엄마의 화 코칭>(카시오페아, 김지혜 저), <엄마 화 잘 내는 법>(뜨인돌, 나가나와 후미코 외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