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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⑯ 유아 기하학

유아에게 '기하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여섯 번째 칼럼은 ‘유아 기하학’의 심화 편입니다.

PROFILE

PROFILE 
박영훈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하였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수학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수학’을 알려주고자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동녘), <기적의 유아수학>(길벗) 시리즈 등 다수의 수학서를 집필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기하학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한다고 지난 호에서 언급했습니다. 유아를 위한 기하학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른들이 알고 있는 기하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점·선·면의 관계를 토대로 평행과 수직 또는 삼각형을 포함하는 다각형과 원에 대한 성질 그리고 증명이라는 논리적 추론 과정을 다루는 학교 기하학을 유아에게 도입해서는 안 됩니다.

유아들에게는 그 이전 단계로서 우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방향감각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의 위치로부터 위, 아래, 왼쪽, 오른쪽 등 방향을 인지하면서 이를 자신의 언어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아 기하학의 주요 내용입니다. 이를 위한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지난 호에 이어서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가족사진을 보고 오른쪽과 왼쪽을 익히는 활동입니다. 동시에 이전에 배운 순서수의 개념도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위 문제에서 문장이 조금 길고 복잡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문제마다 ‘사진에서’라는 구절이 들어가는데, 굳이 이를 계속 반복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같은 사진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으니까요.


“내 오른쪽에는 할머니가 앉아 있어요.”

“내 왼쪽에는 엄마가 서 있어요.”

위 문제의 답과는 다르게 왼쪽과 오른쪽이 정반대가 됩니다.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앞에 놓고 제3자의 입장에서 위치를 말하는 것과 사진 속의 인물이 되어 위치를 말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 방향을 익히는 단계에서 이런 차이를 알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먼저 제3자의 위치에서 사진을 바라보는 위치를 확인하는 위와 같은 문제를 충분히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사진 속 인물의 위치에서 방향을 구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인 그 다음 단계로 미루어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문제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야 하므로 이를 위한 활동을 소개합니다.





문제에 나타나 있듯이 아이가 문제를 읽고 풀이하는 게 아닙니다. 그림에 제시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활동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문제 상황을 천천히 다시 읽어주면 아이는 준비된 여러 개의 스티커 중에서 알맞은 것을 선택해 올바른 위치에 놓는 활동을 합니다.

스티커 붙이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인데요. 주어진 상황에 알맞은 스티커를 붙이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제 속의 위치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을 여러 번 거듭하면서 아이는 앞, 뒤, 왼쪽, 오른쪽과 같은 방향 개념을 이해하고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활동에서 이를 보다 확실하게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주어진 상황에서 사물의 위치를 직접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방 안에 놓여 있는 침대, 스탠드, 옷장, 양탄자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앞·뒤’, ‘좌·우’라는 방향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문제입니다.

문제의 질문이 어느 쪽에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묻기보다는 방에 놓여 있는 사물들의 위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열린 질문의 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하세요. 이는 아이가 방향과 위치에 대해 스스로 표현할 기회를 갖도록 배려한 것이지만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위치와 방향에 대해 좀 더 복잡하지만 보다 실용적인 활동을 소개합니다. 지도를 보며 위치와 방향의 개념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문제입니다.



유아들이 이 지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활동이니까요.

하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유치원에서는 마을의 지도를 펴놓고 어떤 길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집에서 학교까지는 어떤 길을 따라오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탐구하는 활동을 통해 지도 보는 법을 가르칩니다.

자신이 사는 마을 곳곳의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공간감각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하는 것이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기하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일례라 할 수 있지요.


한 번에 정답을 요구하지 마세요. 먼저 지도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지도의 전체 구조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어도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동네를 떠올려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하학적 도형과 방향감각을 결합한 활동을 소개합니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가 직접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 인지 활동을 유도합니다. 듣기를 수행하면서 이야기 속의 대상을 떠올리고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그린 후 다시 실제로 자신이 직접 표현해야 하니까요.

한편 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세모’와 ‘네모’라는 기하학적 평면도형에 대한 용어를 이해하고 있으며, ‘오른쪽’과 ‘왼쪽’ 그리고 ‘위’와 ‘아래’같은 위치를 나타내는 일상적인 용어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커다란 별과 작은 별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같은 대상의 상대적 크기를 분별해 나타낼 수 있고, 하나와 두 개라는 수량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죠.

문제를 조금 변형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문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별 대신 하트 모양, 세모나 네모 대신 원 모양 등으로 대치하면 되니까요.

방향감각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그치고 다음에는 기하학적 특징의 대표적인 대칭과 관련된 활동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수학적 개념인 측정을 어떻게 알려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영훈의 수학탐험대 ⑯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여섯 번째 칼럼은 ‘유아 기하학’의 심화 편입니다.

Credit Info

기획
정미경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김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