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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교육의 ‘적기’, 정말 있을까?

교육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말에 그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각종 교구며 학습지를 갖추고 외국어학원에 등록하며 이때를 놓칠까 싶어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전문가의 조언.

 


 ->  교육에서 ‘적기’란 어떤 의미일까? 교육 이론에서 ‘적기교육’은 ‘조기교육’에 맞서는 개념이지만, 많은 부모들은 아이에게 특정 교육을 꼭 시켜야 하는 시기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국어의 경우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지배적이다. 영어유치원처럼 강도 높은 학습을 시키는 기관에 다니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나 보이는 건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원서를 어려움 없이 읽고 영작문도 자유롭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 외국어 교육의 ‘적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마다 ‘적기’는 따로 있다
아동 발달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를 위한 교육은 ‘연령적으로, 개인적으로, 문화적으로’ 적합해야 한다. 여기서 ‘연령적으로’는 나이에 따라 수준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영유아기 아이들의 교육은 청소년이나 성인의 교육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특정 시기에 꼭 시켜야 하는 교육이 있다고 믿으며, 아이의 습득 능력이 좋은 영유아기부터 가르치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갓 태어난 신생아 때부터 다양한 교구를 구입해 학습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적기란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시기를 따르는 게 아니라, 아이 개개인에 맞는 ‘적기’를 찾는 것이 옳다. 내 아이의 적기를 찾는 것은 아이의 말과 행동을 세심히 살펴 무엇이 우리 아이의 장점이고, 무엇이 보완해야 할 부분인지 알아내는 일이다.

이때 장점을 찾아 거기에 집중해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단점을 찾아내 극복하기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며 단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고, 다 잘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가 좋아하는 것, 즐거워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주는 게 진정한 ‘적기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육은 아이의 관심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개월 수, 연령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외국어 조기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찍 시작한 아이들의 능력을 보면 놀랍고 부러울 수 있다. 물론 언어를 습득할 때 조기 노출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언어학자뿐만 아니라 뇌 기반 교육학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환경이 조성됐을 때의 이야기다. 외국어가 일상어가 아닌 환경에서 유창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 무리한 암기나 억지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등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유아기에 필수적인 언어교육은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 ‘나’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는 모국어로 편안하게 이루어지는 활발한 언어 경험이 충분히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기 위해 모국어 경험을 놓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놀이’로 내 아이의 적기 찾기
똑같은 발달 양상을 보이는 아이는 없다. 아이마다 어떤 영역은 조금 빠르고 어떤 영역은 조금 더디다. 부모의 역할은 일상생활이나 놀이를 하면서 아이가 보이는 말과 행동적 특성을 성장 발달의 증거로 찾아내 응원해주는 것이다.

일례로 숫자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숫자를 활용한 다양한 놀이나 활동으로 아이의 관심사를 넓혀주는 게 이 아이를 위한 적기교육이다.

특정 시기에 꼭 해야 하는 것을 구별해 발달을 연령에 따른 단계로 구분하면 결과 중심의 교육이 되고 배움의 즐거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영유아기에는 세상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능동적인 배움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놀이를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다.

놀이가 곧 배움이라는 말은 아이들의 놀이를 학습지화하거나 프로그램화하라는 뜻은 아니며, 놀이 안에서 발휘되는 자발성의 힘을 믿고 지켜보고 지원해주는 걸 의미한다.

다만 엄마의 욕심이 반영된 엄마표 놀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유행하는 놀이, 유행하는 교구가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놀이는 아이들이 원해서 능동적으로 기획하고 통제하는 활동이라고 말한다.

어른의 지시나 간섭이 없어야 하고, 제품화된 아이템에 의존하거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규칙이 부여된다면 놀이는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놀이 행위 자체로 인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론은 아이마다 제각기 다른 적기를 찾아내려면 놀이를 통한 따뜻하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알지 못하면 적기교육도 불가능하다. 부모와 자녀의 좋은 관계는 영유아기부터 서서히 쌓여간다. 영유아기는 인생에서 부모가 아이와 제일 살가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적기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 타이밍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PLUS TIP 놀이를 통한 아이 관찰 전략
 +  첫 번째, 아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아이와 함께 놀거나 대화할 때 심리적·신체적 눈높이를 맞추어야 더 효과적이다. 서로 눈높이가 같을 때 동등한 놀이 활동이 가능하다.

 +  두 번째, 아이가 하는 행위를 파악한다
아이를 조용히 관찰하고 이해하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이가 지금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그 행동에서 어떤 교육적 경험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다.

 +  세 번째, 놀이를 파악한 후 대화를 시도한다
우선 아이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부모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려면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기보다 아이가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조용히 따라하거나, 그것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면서 소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네 번째, 놀이가 무르익으면 아이의 사고를 조금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등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자극할 만한 ‘열린 질문’을 던진다. 이와 반대로 “이게 무슨 색이지?”, “이게 몇 개지?” 식의 ‘시험형 질문’은 삼갈 것.

또한 놀이에 한창 빠져 있을 아이에게 “유치원 다녀와서 손은 씻었니?”, “학습지는 해놓고 노는 거야?”라는 질문을 하면 아이가 엄마와 놀고 싶지 않게 만들므로 금물이다.

교육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는 말에 그 시기가 언제인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각종 교구며 학습지를 갖추고 외국어학원에 등록하며 이때를 놓칠까 싶어 걱정하는 부모들에게 전하는 전문가의 조언.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이성우
모델
김선우(5세), 이앨리(5세)
도움말
차상진(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산하 영유아센터장,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