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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열다섯 살 소년의 응원가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하면서 퀸(Queen)이 새삼 화제에 올랐다. 심지어 퀸의 고향 영국보다 한국 내 흥행 수익이 더 높단다. 4050 세대 중에는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이도 적지 않다니, 이 영화가 고단한 중장년층의 봉인된 열정과 에너지를 해제한 모양이다.

아이 엄마가 된 30대 소녀들은 또 어떤가. 지난 10월, 17년 만에 열린 H.O.T. 콘서트는 왕년의 소녀 팬들에게 즐거운 후유증을 남겼다. 그러고 보면 음악에는 세대를 묶는 강렬한 힘이 있는 게 틀림없다.

비슷한 이유로 <싱 스트리트>를 더 즐겁게 봤다. 풋풋한 성장영화에 중독성 강한 1980년대풍 음악까지 곁들이니, 나른한 중년을 깨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싱 스트리트>는 음악영화 신드롬을 일으킨 존 카니 감독의 작품으로, <원스>와 <비긴 어게인>에 이은 음악영화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다.

배경은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열다섯 살 소년 ‘코너’는 학교 앞에서 모델처럼 아름다운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 뒤 있지도 않은 밴드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달라고 허세를 부린다.

엉겁결에 오합지졸 멤버들을 모아 밴드를 결성하는데, 뭔가를 해보겠다고 애쓰는 소년들이 귀엽고 기특하다. <싱 스트리트>는 무엇보다 귀가 즐거운 영화다.

1980년대 감성을 담은 영화 속 삽입곡과 더불어 듀란듀란, 더 잼, 더 큐어, 모터헤드 등 당대 전설적인 팝뮤직이 영화 전반에 흐르며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 스쿨 밴드의 음악은 달콤하고 신나지만, 사실 코너가 처한 상황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1980년대 아일랜드는 진창과 같았다. 극심한 불황 속에 실업률은 치솟았고, 가정은 파탄 났으며,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은 속속 런던으로 떠났다.

코너도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가톨릭 학교로 전학을 가는데, 교사는 독선적인데다 불량배들까지 우글거린다. 게다가 부모는 이혼 직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코너는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그렇게 완성된 음악에는 열다섯 살 소년의 행복과 슬픔, 첫사랑, 미래에 대한 고민, 저항정신 등이 담겨 있다. 그 과정에서 무기력한 왕따 소년 같았던 코너는 점점 새롭게 눈뜬다.


영화에서 어떤 음악을 하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코너는 ‘미래파’ 음악을 한다고 말한다. 미래파 음악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코너가 과거의 향수나 현재의 즐거움에만 만족하는 소년이 아니라는 건 알 수 있다.

어른의 시선에서 보자면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가난한 사춘기 소년은 음악을 통해 성취의 기쁨을 느꼈을 터다. 나는 이 소년이 애잔하고 안쓰러운 한편, 그 치기가 부러웠다.

나이가 들어서, 돈이 없어서, 불가능해 보여서 따위의 자기 검열이 코너에게는 없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싱 스트리트>는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영화이자 삶에 대한 강렬한 응원가다. 잠시 볼륨을 한껏 높여도 좋겠다.

◎ 신민경 씨는요…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신민경
자료제공
(주)이수 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