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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⑮ 유아 기하학

유아에게 '기하학'을 가르칠 수 있을까?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다섯 번째 칼럼은 ‘유아 기하학’의 기초 편입니다.

기획
한보미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2020.06.11

PROFILE

PROFILE 
박영훈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하였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수학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수학’을 알려주고자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동녘), <기적의 유아수학>(길벗) 시리즈 등 다수의 수학서를 집필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유아들도 기하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 매우 의아해하거나 생소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에게 부담감만 가중시킨다는 우려나 반발도 예상되고요.

아마도 유아들에게는 그저 10 또는 20 정도 숫자의 읽고 쓰기나 간단한 덧셈, 뺄셈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유아 기하학은 어른들이 흔히 떠올리는 기하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기하학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죠.

‘도대체 기하학은 우리 삶에 어떤 쓸모가 있으며 왜 배워야 하는 걸까?’

한 심리학 실험에서 이 답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31년 스탈린 치하의 공산국가 러시아의 심리학자 루리야는 우즈베키스탄의 오지를 방문합니다. 그는 문명 세계와 차단된 채 생활하는 그곳 주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도형을 보여주고 무엇인지를 물어봅니다.

학교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그가 제시한 기하학적 도형을 처음 볼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곳 주민들은 과연 어떻게 답했을까요?

 


그들은 ‘원’을 보고 나서 접시, 양동이, 손목시계 또는 달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각형’에 대해서는 문, 집, 살구 말리는 판이라는 반응을 보였고요.

그러니까 그들은 제시한 도형에 대해 각자 주변에서 접했던 사물을 떠올리며 그것으로 대신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루리아가 집필한 <비고츠키와 인지 발달의 비밀>이라는 책을 보시길 권합니다).


루리아의 연구를 접한 후 만일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기하학적 도형을 처음 접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에 갓 입학해 한 달쯤 지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을 진행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원’을 보고 쿠키, 공 또는 접시라 말하고, ‘사각형’은 박스, 집, 휴대폰이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동그라미나 원, 네모나 사각형이라고 답을 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이는 선행학습의 결과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프리즘 같은 삼각기둥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비행기, 편지, 세모, 네모, 길쭉, 자, 키다리 세모 등 다양했습니다. 선행학습에서도 이런 도형을 접한 적이 없다 보니 삼각기둥이라는 답은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매우 단순한 실험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반응도 러시아 심리학자 루리아의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도형과 관련된 학습 경험이 전혀 없다면 어떤 대상을 지각할 때 주변에서 접했던 사물들에 의해 단편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죠.



 >  세상을 바라보는 틀인 ‘기하학’
이 실험 결과에서 ‘기하학 교육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아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기하학을 가르치는 목적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기하학적 도형인 직선, 원, 삼각형, 사각형, 직육면체 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들 도형은 플라톤의 ‘이데아’에서와 같이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해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설정된 인공물입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추상화된 관념인 거죠.

하지만 이렇게 추상화된 관념에 의해 우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물을 분류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하학 학습이란 구체적인 사물로부터 추상화를 통해 얻은 관념을 다시 구체적 사물로 확대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아들을 위한 기하학은 우리 어른들이 알고 있는 기하학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하학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피타고라스 정리 같은 수학적 도형의 성질을 연상하는데, 이는 학교 수학에서 배우는 기하학의 내용이 유클리드 기하학, 즉 점·선·면의 관계를 토대로 평행과 수직 또는 삼각형을 포함하는 다각형과 원에 대한 성질, 증명이라는 논리적 추론 과정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아들에게는 그 이전 단계, 즉 추상화되는 과정의 학습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세상을 바라볼 때 기하학적 도형을 매개로 한다고 하여 아이들에게도 이를 처음부터 무작정 제시하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을 위한 기하학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감각을 형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방향감각’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의 위치로부터 위, 아래, 왼쪽, 오른쪽 등 방향을 인지하면서 이를 자신의 언어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왼쪽과 오른쪽의 구별은 매우 중요한데요. 가령 신발 두 짝의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유아에게 기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은 도형의 이름이나 성질 같은 기하학적 지식을 넣어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방향과 위치에 대한 감각, 즉 공간감각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 살펴봅시다.


[문제 1] 어느 쪽이 더 무거운가요?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면서 무거운 쪽이 내려가고 가벼운 쪽이 올라간다는 시소의 원리를 함께 익히는 문제입니다. 방향과 위치를 구별하는 능력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는 다음 문제에서도 확인됩니다.


[문제 2] 가운데는 노란색입니다. 위에 있는 신호등은 무슨 색일까요? 아래에 있는 신호등은 무슨 색인가요?


[문제 3] 가운데는 노란색입니다. 오른쪽 신호등은 무슨 색일까요? 왼쪽 신호등은 무슨 색인가요?

위 문제는 색깔 구분과 신호등을 익히는 교통안전교육 그리고 좌우의 방향감각을 동시에 익힐 수 있으니 일석삼조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아이들과 풀이해볼 만한 더 재미있는 기하학 문제를 만나보겠습니다.
-박영훈의 수학탐험대 ⑮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다섯 번째 칼럼은 ‘유아 기하학’의 기초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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