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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엄마와 딸의 로맨스

 


 ->  훗날 자녀로부터 “난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할 거야” 혹은 “난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는 소릴 듣는다면 대단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터.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며 부모와는 정반대 타입의 사람과 어울리려 애쓴다.

결국 부모의 싫은 모습까지 닮게 되는 것이 자식의 숙명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은 사랑할 수는 있되,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하긴 힘든 사이다. 사랑(Love)이 질기고 절대적이며 고통스럽기까지 한 무엇이라면, 호감(Like)은 보다 가볍고 경쾌하며 즐거운 것이다.

사랑이란 말이 도처에서 남발되고 있지만, 청소년기야말로 사랑보다는 좋아하는 감정에 지배되는 시기다. 코드가 맞는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내며 비밀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레이디 버드>는 바로 이런 격정의 시기를 다룬 영화다.


열일곱 살 소녀 크리스틴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 대신, 자신이 지은 이름 레이디 버드(Lady Bird)로 불리길 원한다. 타고난 정체성을 거부하고 보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다.

크리스틴이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 주 중심에 있는 새크라멘토로 소박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이곳에서 크리스틴은 엄격한 가톨릭 고등학교에 다니며 지루한 고향에서 탈출할 날만 꿈꾼다.

후진 동네와 가난한 집, 잔소리꾼 엄마, 매일 다투기만 하는 오빠와 고리타분한 학교 등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 매리언은 딸이 가까운 주립대학에 가길 원하지만, 크리스틴은 고향을 떠나 문화의 도시 뉴욕으로 가고 싶어 한다.

<레이디 버드>는 고등학교 마지막 해, 그러니까 인생의 새로운 챕터로 넘어가는 시기를 담는다. 진로, 우정, 연애까지 성장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고민이 빼곡히 들어 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사려 깊게 담았다는 점이다. <레이디 버드>는 청춘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남녀의 로맨스를 배제하고 엄마와 딸의 격렬하고 사실적인 로맨스를 그린다.

‘애증’이란 감정은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지. 현실적인 엄마는 딸이 최고가 되길 원하고, 크리스틴은 엄마가 좀 더 따뜻하고 너그럽길 원한다. 이런 바람과는 달리 두 사람은 매순간 어긋난다. 어쩌면 둘이 지독하게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나는 이들이 조금 부럽다. 엄마와 격렬하게 싸울 수 있는 것 또한 치기 어린 젊음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한때 ‘레이디 버드’였던 세상의 수많은 ‘크리스틴’들은 이제 나이가 들어 엄마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미워하고 반항하는 대신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러고는 언젠가 자신의 딸들과 다시 2라운드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인생은 돌고 돈다.

 

◎ 신민경 씨는요…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자료제공
유니버셜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