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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⑭ 등호

아이에게 '등호'의 개념을 알려주려면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네 번째 주제는 ‘등호’입니다.

PROFILE

PROFILE 
박영훈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하였다.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수학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생활 속의 수학’을 알려주고자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아이스크림 연수원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동녘), <기적의 유아수학>(길벗) 시리즈 등 다수의 수학서를 집필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차근차근 짚어주고 있다.


수학에서 등식을 나타내는 등호 ‘=’는 지난 호에 살펴본 +와 - 기호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수학적 기호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많이 접하는 기호이지요. 등호가 없는 수학식은 보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등호를 잘못 이해하고 적용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다음은 어느 초등학생의 덧셈식 ‘6+7= [ ]’ 풀이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로 실제 사례입니다.
 


물론 정답입니다. 하지만 풀이 과정은 오답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6+7과 6+4는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6+4도 10+3과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좌변과 우변이 같음을 표기하는 등호를 그대로 나열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가 이해하는 등호는 수학적 기호로서의 등호가 아니라 계산의 절차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입니다. 서로 같음을 나타내는 등호를 이와 같이 전혀 다른 의미로 인식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살펴보면 원인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계적으로 반복한 연산 훈련(교육이 아닌) 때문인 거죠. 그 과정에서 ‘3과 5를 더하면 8과 같다’라는 설명 대신 이를 축약한 ‘3 더하기 5는? 8!’ 같은 표현을 자주 반복하며 ‘등호란 계산의 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잘못 인식하게 된 겁니다.

실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80%가 등호는 ‘…는 얼마?’를 뜻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덧셈과 뺄셈 지도에서 정답을 빠르게 구하는 것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 - 같은 연산 기호와 등호 =라는 수학적 기호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별로 주목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기 때문입니다.

수학식에 쓰이는 수학적 기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먼저 확립되어야 비로소 연산 능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올바른 등호 개념을 잡아주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지난 호에 소개했던 화살표 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봅니다.



화살표 식으로 표현했던 문제를 등호가 사용된 덧셈식(또는 뺄셈식)으로 표현했습니다. 6에 2를 더해 8이 되는 상태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등호로 나타내도록 했죠. 그런데 등호의 도입은 연산 이전에 수를 배우는 과정에서 소개하는 게 좋습니다.

두 수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부등호와 함께 등호를 소개하는 것인데, 다음은 외국 교과서에 실린 정말 깜찍한 예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부등호와 등호를 직접 사용하는 활동을 합니다.


똑같은 등호지만 두 수의 비교에서 사용되는 등호는 정적인 의미를 가진 반면, 연산에서의 등호는 동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동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등호 개념을 형성하려면 앞에 제시한 수직선 모델만 한 것이 없습니다.


수직선 위에서 연산의 결과를 나타내는 등호가 수직선 위에서 한눈에 보이지 않나요? 이제 숫자를 사용해 연산식을 완성합니다.


좌변과 우변이 같은 등호 개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한 활동으로 양팔 저울 모델을 소개합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좌우가 같음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죠.


등호를 ‘…는 얼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다음 문제를 소개합니다.


덧셈 결과를 좌변에, 덧셈식을 우변에 나타내 등호에 대한 오개념을 수정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문제입니다. 앞의 가르기 활동 문제를 식으로 표현한 것이죠. 위의 문제에는 또 다른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5+1과 1+5가 같다는 수학적 패턴, 즉 덧셈에 관한 교환 법칙을 스스로 파악하라는 의도가 그것입니다. 이번 호에 살펴본 덧셈식과 뺄셈식을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입학하기 이전의 수학, 특히 수와 연산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덧셈과 뺄셈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다음 단계는 3+9=12 그리고 13-4=9와 같이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이 있는 덧셈과 뺄셈입니다.



어른들에게는 무척 간단한 연산이지만 이들 덧셈과 뺄셈에는 자릿값의 변화라는 또 다른 수학적 개념의 이해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3에 7을 더해 10을 만들거나 3에서 4를 뺄 수 없으니 10에서 4를 빼야 하는데, 이러한 연산은 바로 십진법 기수법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이해가 필요하니까요.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에 의한 덧셈과 뺄셈을 초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유아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계산은 이렇게 하고 그다음에 저렇게 하면 답을 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절차만을 알려주면서 말이죠.

앞에서 연산교육이 아닌 ‘연산 훈련’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게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다음 호에는 우리 유아교육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인 ‘기하학’을 다루겠습니다.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⑭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네 번째 주제는 ‘등호’입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