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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내 몸과 친해지자

 


 ->  요즘 아이들의 초경 시기가 빨라지면서 엄마의 고민도 깊어졌다. 성조숙증 치료를 통해 어떻게든 초경을 늦춰보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 문제는 몸의 성장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때다. 마냥 뛰어놀고 싶은 아이에게 생리는 분명 두렵고 마뜩찮은 손님일 것이다.

생리는 여자들만 하는 것이고 가임과 출산을 상징하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유독 생리가 성적인 이미지로 연결된다. 특히 남자들이 생리에 무지하다 못해 배려까지 없는 경우 끔찍한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생리충’이란 단어가 떠돈다. 갑자기 생리가 터진 여성에게 “그걸 못 참느냐?”고 말하는 ‘성인’ 남성도 있었다. 이래서 성교육을 인성교육이라고 하나 보다. 나도 앞으로 두 아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점에서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는 꽤 시의 적절하게 등장한 영화다. 이 영화는 여성의 몸과 생리를 탐구하는 보고서로 ‘생리를 생리라 말하자’고 일깨운다.

인류의 절반이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데 더 이상 달거리, 홍양, 마법, 그날 등 모호한 단어로 감추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들이 어떻게 흐르는 피를 처리했는지 기나긴 역사를 돌아보는 한편, 여성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며 연대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피의 연대기>에는 10대부터 80대까지, 지구촌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목화솜을 넣어 생리대를 만들었다는 할머니, 초경 이후 한 번도 생리대를 쓰지 않았다는 네덜란드 여성, 탐폰 쇼크를 겪었다는 여성, 초경 때부터 다양한 생리컵 리뷰를 유튜브에 올린 영국 소녀 등 다양한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내밀한 이야기를 꺼낸다.

또한 <피의 연대기>는 생리를 개인의 사연에 그치지 않고 보다 공적인 화두로 확장시킨다. 생리용품은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인 만큼 화장실의 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피의 연대기>는 생리에 관련된 세계적인 변화를 담아낸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젊고 발랄한 감각,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영상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생리의 주체인 여성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봐도 좋을 것 같다. 생리는 결국 몸에 관한 이야기이며, 내 몸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면 나와는 다른 몸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초경이나 몽정을 시작한 아이에게 “축하해, 넌 이제 여자(남자)가 된 거야”라는 말을 하곤 한다. 솔직히 나는 이 말이 조금 오글거린다. 2차 성징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저 커가는 과정의 일부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내 몸에 대한 탐구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될 테니 말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작 나도 성교육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엄마일 뿐이다.

 

◎ 신민경 씨는요…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자료제공
KT&G 상상마당 시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