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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용산댁의 SECRET DIARY ①

‘미.우.남’을 소개합니다!

주부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크릿 다이어리. 이달의 주제는 ‘미운 우리 남편을 소개합니다’! 지금은 원수 같지만 미우나 고우나 내 님인 ‘남편’. 그와의 첫 만남은 어떠했는지, 언제 가장 사랑스럽고, 또 언제 가장 미운지 주부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올해가 남편과 만난 지 10년째 되는 해입니다. 10주년 기념으로 두근거리던 우리의 ‘시작’을 조심스레 떠올려봅니다. 저는 대학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하루는 버스에서 넘어져 크게 다치고 말았어요.

너무 아파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엉엉 울며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룸메이트도 없고 약도 없고 어찌나 서럽던지…. 그때 번뜩 생각난 게 기숙사 바로 옆 동에 살고 있던 선배, 바로 지금의 남편이었습니다.

제 전화를 받자마자 뛰쳐나와 약국을 찾아 동네를 몇 군데나 돌아서 약을 사와 발라주었고, 그 순간 선배가 아닌 남자로 느껴지더라고요. 한참을 티도 못 내고 지켜만 보다가 중간고사 마지막 날, 장문의 편지를 써서 우편함에 고이 넣어두었지요.

그리고 그다음 주 학교에서 가장 오래된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서 우리는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이제 6년 차 부부가 되어 가끔은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저와 남편을 구석구석 쏙 빼닮은 딸아이와 복닥거리며 사는 지금이 참 행복하네요. ID brightye



그는 첫인상이 너무 선하고 착해 보였습니다. 교제부터 결혼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루어졌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연애 때 자상하고 부지런했던 그는 온데간데없고, 쉬는 날이면 잠만 자는 잠만보가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이 잠만보는 심부름을 시키면 군소리 없이 합니다. 다만 잘못(!) 사올 뿐이죠. 얼마 전 일이었어요. 아이가 배변훈련을 시작하니 쓰레기봉투가 잘 안 차더라고요. 날씨도 더운데 벌레가 꼬일까 걱정되어 집에 있던 10L 용량의 쓰레기봉투를 5L로 바꿔다 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집에 온 남편으로부터 제가 건네받은 건 무려 50L짜리였죠. “미쳤어?”라는 저의 잔소리를 한바탕 듣고 다시 나간 남편. 그다음 들고 들어온 것은 5L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입니다.

마트에서 다시는 못 바꿔준다고 신신당부를 받고 바꿔오는 거라며 큰소리를 치더군요. 5L짜리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도대체 어디다 쓴답니까. 화가 난 저는 다른 곳에 가서라도 바꿔오라 했고 한참 후 편의점 할아버지께 사정사정해서 20L짜리로 바꿔오더군요.

그러고선 한다는 말이 “앞으로 나 시키지 말고 당신이 그냥 해”랍니다. 말이나 못하면…. 그래요, 이 더운 여름날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느라 고생하셨네요. 미운 우리 남편! ID 휘리니



남편과 저는 친구 소개로 만나 연애 4년 차에 결혼에 골인했어요. 지금은 예쁜 딸아이를 둔 어엿한 부모가 됐죠. 동갑내기인지라 친구처럼 잘 지내기도 하고, 때로는 오빠처럼 든든하게 우리 가족을 지켜주기도 합니다.

근데 사소한 문제라면 남편보다 제가 생일이 조금 빠르다는 거예요. 남편은 8월에 태어났고, 저는 1월에 태어났어요. 다 좋은데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자꾸 “누나야, 누나~”라며 저를 늙은이(!) 취급합니다. 적당히 하면 웃고 넘길 텐데 항상 저를 도발해서 매를 벌곤 해요.

안 그래도 여자는 나이에 민감한데 왜 자꾸 누나라고 하냐고요. 그렇게 밉다가도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걸 보면 정말 천생연분인가 봐요. ID shce08



잔소리쟁이 남편을 신고합니다. 시댁은 멀수록 최고라고 했던가요. 시댁이 자그마치 일본에 있어 좋아야 마땅한데 저는 마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듯한 기분입니다. 남편이 예전에 청소업체를 운영해서인지 지나치게 깔끔(!)을 떨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그냥 방이나 화장실 문제로 잔소리하는 건 참겠어요. 그런데 냉장고며, 싱크대며, 부엌살림에 장보고 온 것까지 사사건건 잔소리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아주 그냥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요.

남편도 절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남편이 혹여 스트레스라도 받을까 싶어 내버려 두는 편이거든요. 그저 암말 안 하니 본인이 엄청 잘하는 줄 아나 봐요. 말 그대로 미.우.남이네요. 하! ID shuamomjj



저와 제 남편은 동네에서 유명한 장수 커플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다른 지역에서 온 아이가 ‘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저를 무서운 언니들에게 끌고 갔습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부터 시작해 온갖 욕을 듣던 중 지나가던 남편이 절 보더니 무섭게 돌진하더군요. 말 그대로 ‘만찢남’이 따로 없었어요.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사실 전 무서운 것보다 일진(?) 언니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한 마음에 자진해서 뒤따라간 거였거든요.

어쨌든 저를 데리고 길거리로 나온 남편은 택시를 잡더니 만원을 쥐어주며 타고 가라더군요. 후에 남은 돈을 되돌려주려고 연락했는데 “안 만나줘도 되니까 문자라도 하자”며 깜찍한(!) 소릴 합디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서로를 반반 닮은 예쁜 딸아이의 부모가 되었고요.

지금은 그때의 초심(!)을 잃은 건지 밥 차리고 있으면 냉큼 앉아 혼자 허겁지겁 먹는 등 사소한 밉상 짓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제가 아프다고 하면 밤늦게라도 약국으로 뛰어가고, 제가 먹고 싶다는 음식은 빚을 져서라도 사줘요.
이 남자랑 함께라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네요. ID elf.yel



지금 생각해보면 첫 만남은 무미건조했어요. 옆에 있던 제 친구가 촌스럽게 생겼다고 하길래 그 길로 연락 끊고 1년을 보냈죠. 그러다 애니* 게임이 유행하며 대국민 하트 대란이 일어났던 무렵, 하트를 날릴 사람이 없어 눈 딱 감고 지금의 남편에게 하트를 보냈어요.

아무 생각 없이 날린 제 하트에 남편이 ‘잘 지내?’라며 아련 돋는(!) 답변을 보냈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답니다. 뭐가 그리 좋았는지 3개월 만에 딸아이를 혼수로 결혼식을 올렸어요. 덕분에 가장 좋을 시기라는 신혼 시절이 지옥과도 같았죠.

저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무척 예민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속 썩이고. 하지만 세월이 흐르니 3개월 만에 결혼했던 우리의 섣부름도, 서투름도 조금씩 융화되더라고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인 것을 결혼 3년 차부터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결혼은 전쟁이라고 비유하던데 우리 부부에게 지금은 서로 놓아야 할 부분을 조금씩 내려놓은 ‘휴전’ 상태인 것 같아요. 비록 처음 같은 설렘은 없지만 미치도록 힘들었을 때처럼 격한 분노 또한 없네요.

육아에 참여 안 하고 이기적으로 굴 때는 밉고, 반대로 아이 잘 봐주고 가정적일 때는 또 사랑스럽고 그래요. 모든 부부가 다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요. ID 뚜뜨

 

주부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크릿 다이어리. 이달의 주제는 ‘미운 우리 남편을 소개합니다’! 지금은 원수 같지만 미우나 고우나 내 님인 ‘남편’. 그와의 첫 만남은 어떠했는지, 언제 가장 사랑스럽고, 또 언제 가장 미운지 주부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사진
안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