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EDUCATION

엄마, 영화를 읽다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

 


 ->  몇 해 전 아는 선배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 누구도 젊은 아들과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가족을 위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당시 네 살이던 선배 아들이 제 아빠의 영정 사진 앞에서 뛰어다니며 해맑게 아빠를 불렀다. 아이의 엄마는 죽음을 어떻게 이해시켰을까.

요즘 들어 일곱 살 큰아이가 부쩍 사후 세계에 관심이 많아진 듯해 나 역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는 원래 아이와 함께 보려던 영화였다. 그러나 생과 사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아이가 아직 어린 듯해 지금껏 나만 그 감동을 간직하고 있다. 주인공 미구엘은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으로 멕시코에서 대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미구엘의 가족은 음악이라면 질색을 한다. 과거 미구엘의 고조할아버지가 음악에 미쳐 가족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이다. 고조할머니 이멜다는 홀로 딸 코코를 키우기 위해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로 미구엘의 가문은 대대로 구두를 만들어오고 있다.

사건은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에 일어난다. 미구엘이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의 납골당에 들어가 그의 기타에 손을 댄 순간 저승으로 넘어가버린 것.

그곳에서 미구엘은 사기꾼처럼 보이는 남자 헥터와 자신의 우상 델라 크루즈를 만나면서 가족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코코>가 그리는 이승과 저승의 관념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우리에게 제사가 있듯 멕시코에서도 해마다 ‘죽은 자들의 날’을 맞아 조상의 사진을 제단에 올리고 꽃과 음식을 준비한다. 금잔화로 깔아놓은 황금빛 꽃길은 망자들이 두 세계를 오가는 수단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저승이 뭔가 무채색의 엄숙하고 무서운 것이라면 <코코>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한데 어울리는 축제처럼 묘사된다.

비록 해골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죽은 자들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도 인상적이다. 망자들은 나름의 제도권 안에서 질서를 지키며 또 다른 일상을 이어간다. 죽음이 삶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사십 해 넘게 살아오는 동안 죽음은 나에게 삶과 완전히 단절된 것, 영원한 이별을 의미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죽음이 두렵다. 그럼에도 영화 한 편으로 마음이 한결 따뜻해지는 걸 느낀다. <코코>의 여운에 한참 잠겨 있을 때 아이가 옆에서 묻는다.

“엄마, 내가 스무 살이 되면 엄마는 돌아가(죽어)?” 누구한테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엄마가 영원히 살 거라고 거짓말을 할 순 없었다.

“글쎄, 엄마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너랑 같이 있고 싶어”라고 답했다. 손발이 좀 오그라들긴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대답이었다고 자부한다.

 

◎ 신민경 씨는요…
일곱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자료협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