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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런 여행 어때?> 펴낸 김동옥 작가의 메시지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여행, 시작해보세요"

‘내 아이와 여행하는 22가지 방법’이라는 부제를 보고 이 책이 아빠가 아이 데리고 가기 좋은 여행 장소나 코스를 제안할 거라 기대하지 말 것. <아빠, 이런 여행 어때?>는 철저히 아이가, 어쩌면 아이만 좋아하는 아주 느린 여행 방법이 담겨 있다. 어디로 떠나라는 말은 없고 ‘그동안 누구를 위해 떠났는지’를 돌아보게 하니 실용서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깝다.

 


여름휴가 시즌이다. ‘올해는 대체 어디로 가나’ 하는 장소 고민은 몇 개월 전 끝났을 테고 이젠 짐 싸서 아이랑 떠날 일만 앞둔 가족이 대부분일 게다.

그럼에도 <아빠, 이런 여행 어때?>는 아이와의 다음 번 여행을 위해 한번쯤 읽어둘 법하다. 책을 쓴 이는 오랫동안 신문과 잡지, 사보 등에 여행 칼럼을 기고해 온 김동옥(45세) 작가. 10세와 22개월 된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 여행은 사실 다 비슷비슷해요. 이름 들으면 알만한 곳에 가고, 검증된 맛집에서 밥 먹고, 시설 좋은 수영장이나 바다, 계곡에서 수영하고, 호텔이나 펜션에서 자고…. 그런데 그게 과연 ‘누구에게’ 의미 있는 건가요?

한 2개월쯤 지나 아이에게 그 여행에 대해 한번 물어보세요. 아마 기억도 잘 못할 거예요. 엄마 아빠가 짠 스케줄대로만 움직였지 그곳에서 스스로 한 게 없으니까요.”


김동옥 작가는 ‘어떤 여행을 할지 먼저 정한 뒤 장소는 나중에 정하라’고 조언한다. 여행 장소가 아니라 여정의 내용이 여행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려울 것도 없다.

그저 아이가 관심 갖는 것들을 여행의 주제로 삼으면 된다. 김 작가는 ‘구름을 타고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는 아이에게 진짜 구름바다를 보여주고자 함께 덕유산에 올랐고, 아빠에게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엄마 휴대폰을 빌려 전화한 딸이 너무 기특해 갈대밭으로 소리 사냥을 떠났다.

또 ‘이 냄새는 왜 슬퍼요?’, ‘밤은 왜 무서워요?’, ‘별은 왜 떨어지지 않나요?’ 같은 너무 엉뚱하고, 어떤 것은 책을 보면 간단히 해결될 질문까지 고스란히 여행의 주제로 삼았다.


“아이가 결정한 대로 무조건 따라주는 ‘아이가 왕이 되는 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일상에서는 엄마 아빠에게 ‘안 돼’, ‘하지 마’라는 통제나 제약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여행을 떠난 1박2일 동안 상황이 바뀐 거죠.

왕이 결정한 대로 엄마 아빠가 따르되 결정에 따른 책임은 왕이 지는 규칙인데 아이는 아이대로, 또 저희 부부는 부부대로 느낀 점이 많았어요.”


<아빠, 이런 여행 어때?>에는 상상을 이루는 것, 본다는 것, 듣고 말한다는 것, 냄새를 맡는다는 것, 피부로 느낀다는 것, 공감하고 깨닫는다는 것 등 여섯 갈래로 나누어 딸과 아빠가 함께 만든 22가지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도 않고 멀리 비행기 타고 간 여행도 아니지만 큰딸 서정이는 ‘자신이 주인공’이었던, 그리고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특별한 재미를 주었던 각각의 여행을 또렷이 기억한다. 벌써 2~3년이 흘렀지만 말이다.


이 부녀의 여행에는 특별한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녹음’이다. 수년전 취재용으로 구입한 김 작가의 낡은 휴대용 녹음기를 아이랑 여행 갈 때마다 꼭 챙겼다.


“여행지에서 신기한 소리를 들었을 때, 기뻤을 때, 무서웠을 때 등 변화하는 아이의 감정을 고스란히 녹음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온 며칠 뒤 탁자에 둘러앉아 녹음기 재생 버튼을 누르죠. 그 생생한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여행 이야기를 나눠요.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여행이 마무리되는 셈이죠.”


이제 그 녹음기는 열 살 된 딸 서정이의 차지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여행 갈 때마다 제 가방에 꼭 챙겨 넣는데 얼마 전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는 시키지 않았는데도 민박집 할머니가 부엌에서 탁탁탁탁 파 써는 소리, 보글보글 국 끓이는 소리를 녹음하고 있더란다. 그런 딸아이를 보며 어느새 자신만의 여행법을 만들어가는구나 싶어 무척 뿌듯했다.


김 작가는 자신과 딸의 경험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내가 좋아하는 바람 실컷 맞으라고, 궁금해 하던 구름 맘껏 보라고 아빠가 데려가준 여행의 기억이 아이의 가슴을 더욱 오래 적셔줄 거라는 사실이다.

 

‘내 아이와 여행하는 22가지 방법’이라는 부제를 보고 이 책이 아빠가 아이 데리고 가기 좋은 여행 장소나 코스를 제안할 거라 기대하지 말 것. <아빠, 이런 여행 어때?>는 철저히 아이가, 어쩌면 아이만 좋아하는 아주 느린 여행 방법이 담겨 있다. 어디로 떠나라는 말은 없고 ‘그동안 누구를 위해 떠났는지’를 돌아보게 하니 실용서라기보다는 철학서에 가깝다.

Credit Info

취재
한보미 기자
사진
이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