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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교육, 어떻게 시작할까?

일명 도촬(도둑 촬영)이나 성추행 뿐 아니라 ‘메갈’, ‘한남’ 등의 아슬아슬한 이성 혐오발언까지 보통 명사가 돼 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균형잡힌 성평등 의식이 절실하다. 내 아이에게 성평등 교육을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평등은 남자와 여자가 같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양성이 서로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존중받아야 한다. 성별 차이로 인해 개성이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을 바로잡고, 성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나 한계를 줄이는 게 성평등 운동의 목적.

아이가 자신을 둘러싼 불합리한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성평등 의식을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성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다가 자라면서 점차 성편견을 갖게 되고 성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한다. 문제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습득하게 되는 성 고정관념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쉽다는 것이다.

창의력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잘못된 우월감 또는 열등한 자아상을 갖게 하거나, 타인을 차별하고 반대로 차별받는 경험을 하게 될 소지가 높다. 아이가 가능한 한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PART 1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성평등 교육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모델이다. 성평등은 이론이 아니라 실천이고 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해야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보여주는 모습, 즉 모든 말과 행동이 성평등 교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이미 성역할고정관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부모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미디어를 비롯해 다른 가족, 이웃, 교사, 또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차별, 성별고정관념에 노출되기 쉽다.

가령, 교육기관에서 교사들이 은연중에 여자 아이에게는 좀 더 얌전하기를 기대하거나, 남자 아이들이 주먹다짐을 하더라도 ‘남자애들은 원래 좀 거칠다’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것 등이다.

주변 어른들의 태도나 행동을 보고 배운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여자와 남자에게 주어진 성 역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생각, 나아가 성 역할은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고 굳게 믿게 되기 쉽다.


얼마 전 KBS2TV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들 시하와 출연한 배우 봉태규의 교육관이 주목받은 것도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단발머리를 고수하고, 치마저고리 한복을 입고, 분홍색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도 그는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나아가 자신의 SNS에 “시하는 핑크색을 좋아하고 공주가 되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응원하고 지지해 주려고요.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어떤 기준이 아니라 시하의 행복이니까요. 참고로 저도 핑크색 좋아합니다. 그래도 애가 둘이네요.” 라며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교육관을 밝혔다.


1 ‘남자라서’, ‘여자라서’라는 말 쓰지 않기
자신은 성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성인도 무의식적으로 ‘여자라서 몸 조심해야지’, ‘남자니까 넘어져도 씩씩하게 일어나야지’ 식으로 말할 때가 있다.

또 으레 딸에게는 분홍색 치마를, 아들에게는 파란색 바지를 입히거나 딸에게는 인형, 아들에게는 자동차를 사주기도 한다. 그만큼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의 뿌리는 깊다. 하지만 아이들만큼은 이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 시작은 부모부터 ‘여자라서’, ‘남자라서’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남자색’, ‘여자색’을 구분하는 습관도 의식적으로 벗어나자. 장난감은 성별 구분을 하지 않는 제품을 찾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도 변한다. 다양한 색깔의 제품을 많이 찾고 요구한다면 시중에서 훨씬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가족 팀워크 만들기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자는 가사노동과 육아, 남자는 바깥일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남성은 돈을 벌어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남성이 돈을 잘 벌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성별로 역할과 공간을 분담한 것으로 얼핏 공평해 보이나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남성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바깥일을, 여성은 사소하고 가치 없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

부부가 모두 바깥일을 해도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맞벌이’를 하지만 남성들은 ‘맞살림’을 하지 않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가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일을 나누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가사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동등하게 집안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 나아가 부부와 아이, 가족 구성원 각각이 팀원처럼 가정 안의 일을 분담할 수 있도록 팀워크를 만들어낸다면 금상첨화다.

 PLUS TIP  아이 스스로 집안일을 하도록 지도하면 자립심, 독립심, 책임감을 키울 수 있다. 집안일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인 만큼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면 세탁기나 청소기 사용 방법을 가르쳐주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므로 그 대가로 용돈이나 혜택을 주는 건 금물. 그 대신 충분히 칭찬해줘 아이를 한 사람의 가족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3 타인의 외모 평가 하지 않기
TV를 보면서 연예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주변 인물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소한 언행이 아이에게 외모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심어주고, 타인의 외모를 함부로 평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면?

이러한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은 외모가 개인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할 수 있다.

자라면서 성별에 따른 아름다움의 기준에 고정관념이 생기기 시작하면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는 건 물론 타인의 외모도 쉽게 비하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부터 평소 언행을 조심하고, 아름다움이란 다양하며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걸 알려주자. 또한 아이가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외모도 존중하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PLUS TIP  가족이나 단짝 친구가 나보다 더 친하다는 이유로 더 무례하고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솔직하게, 또는 따끔하게 이야기해서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외모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없다.




 PART 2  일상에서 시작하는 성평등 교육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를까? 가령 여자아이들은 국어를, 남자아이들은 수학을 잘 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런 고정관념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남녀의 성차가 있는 부분은 공을 더 빠르고 멀리 던지거나 더 빨리 달리는 것 같은 신체 능력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남녀는 다르다’고 생각하게 만든 걸까? 학자들은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 차이보다는 사회적으로 어떤 기대와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두 성을 다르게 만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성별에 따라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역할이 다르고 이 때문에 결국 차이가 만들어진다는 것. 아이들이 성 고정관념 없이 자라게 하려면 성평등 교육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1 성별화된 놀이 역할 바꿔 해보기
남자아이에게는 인형놀이나 주방놀이를, 여자아이에게는 운동이나 블록놀이를 시켜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영화 속 히어로를 남녀 구분 없이 따라해보기, 엄마 아빠 역할을 바꾸어 소꿉놀이하기, 경찰관·소방관·간호사·유치원 선생님·정비사 등 성별이 고정된 듯이 여기기 쉬운 직업으로 성별을 바꾸어 역할놀이 해보기 등을 추천한다.

아이가 다양한 역할놀이를 해보며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이러한 놀이를 통해 직업이나 역할에는 성별 구분이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2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남자아이에게는 ‘씩씩함’을, 여자아이에게는 ‘단정함’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아이가 이러한 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자.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적 평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옆에서 도와주며 경청해 주면 된다. 감정을 자꾸 억누르다 보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반면에 자기 감정에 충실한 아이는 타인의 감정이나 기분을 존중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능력을 갖게 된다.


3 동화책 선별해 읽어주기
최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인 ‘공주 이야기’ 동화책은 잘 읽어주지 않는 게 트렌드.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의 캐릭터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같은 의존적인 캐릭터에서 <겨울왕국>의 엘사나 모아나처럼 저항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영유아 대상 동화 중 아직도 성 고정관념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내용이 많다.

특히 집안일을 하는 자상한 엄마, 회사에 출근하는 씩씩한 아빠는 많은 동화책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니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부모가 미리 보고 성차별적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만약 성 고정관념이 두드러진 동화책을 읽었다면 아이에게 그 문제점을 짚어주고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보는 놀이를 해볼 것.


 PLUS TIP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15년에 우리나라 교과서들을 성평등 관점에서 분석해봤다. 2009년에 개정된 초중고 교과서 90종에 나타난 성역할을 살펴보았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는 가족이 자주 등장하는데 엄마는 대체로 장보기, 요리하기, 간식 챙겨 주기, 밥상 차리기, 설거지하기, 집 청소하기, 자녀 재우고 돌보기, 가족 간호하기 등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반면에 아빠는 일하고 퇴근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중학교 교과서도 마찬가지. 경찰관, 소방관, 군인, 외교관, 의사는 주로 남자로 묘사된 반면, 간호사나 사무원은 여성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았다.


4 성역할을 탈피한 모델 자주 보여주기
남성의 분야에 진출한 여성, 여성의 분야에 진출한 남성을 자주 보여주는 것도 좋은 성평등 교육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사회 진출 자체에 억압을 많이 받았다면, 남성들은 성별에 어울리는 일이 따로 있다는 편견 때문에 제약을 받아왔다.

이제는 금남의 벽, 금녀의 벽은 많이 허물어졌지만 축구는 남자, 발레는 여자라는 공식처럼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성별을 구분하고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더더욱 남녀 구별 없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와 위인전을 읽을 때 ‘최초의 여성’ 혹은 ‘최초의 남성’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들을 이야기를 보여주며 그들의 인생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PLUS TIP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남녀 구분 없는 직업 세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앞으로는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 대체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사람 간의 연결성이 강화되어 왔다면, 앞으로는 사람과 사물 간,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성이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껏 실제 공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면, 앞으로는 실제 공간과 가상공간이 결합될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는 기업이 위계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앞으로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며 일하게 될 것이라 예견한다.

이런 시대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여자의 일, 남자의 일을 나누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창의성이나 감성, 협업이 중요해진다. 이런 점에서 미래에는 남녀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  PLUS TIP 성평등 교육에 도움 되는 동화책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이해하고 모두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알려주는 책
 +  <떠들썩한 성> 성에 호기심이 생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개념을 알려주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도록 설명해준다. 글허은미, 그림 이진아, 9000원, 아이세움
 +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 여자와 남자의 신체적인 차이를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글·그림 정지영·정혜영, 9000원, 비룡소

전통적인 공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개척해나가는 색다른 공주 이야기
 +  <종이 봉지 공주> 왕자 없이도 충분히 행복한, 남성 위주의 시선에서 탈피한 새로운 공주 이야기를 그렸다. 글 로버트 문치, 그림 마이클 마첸코, 9500원, 비룡소
 +  <빨간 늑대> 어린 공주가 빨간 늑대로 변신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 이야기. 글·그림 마가렛 섀넌, 정해왕 옮김, 8000원, 배틀북

가정 및 사회에서 남녀의 역할이 따로 없음을 보여주는 책
 +  <돼지책> 어린이 책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성이 혼자서 짊어진 가사노동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허은미 옮김, 9500원, 웅진주니어
 +  <아빠의 앞치마> 가사를 맡은 아빠의 모습을 솔직히 그려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보여준다. 글 이규희, 그림 강을순, 9000원, 교학사

성에 대한 편견과 성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도전해나가는 이야기
 +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아이 안젤리카> 남과 다른 외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소녀 안젤리카가 만들어가는 세상을 보여준다. 글 앤 이삭스, 그림 폴 젤린스키, 서애경 옮김, 1만2000원, 비룡소
 +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사회 활동을 제약하는 드레스를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를 찾고자 힘썼던 19세기 미국의 실존 인물인 아멜리아 블루머의 실화를 담은 그림책. 글 섀너 코리, 그림 체슬리 맥라렌, 김서정 옮김, 8000원, 아이세움

 

 

일명 도촬(도둑 촬영)이나 성추행 뿐 아니라 ‘메갈’, ‘한남’ 등의 아슬아슬한 이성 혐오발언까지 보통 명사가 돼 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균형잡힌 성평등 의식이 절실하다. 내 아이에게 성평등 교육을 시작할 때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Credit Info

기획
심효진 기자
사진
안현지
도움말
김고연주(여성학자, 서울시 젠더자문관)
참고도서
<나의 첫 젠더 수업>(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