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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체형을 리셋하라

“임신하면 원래 다 그래.”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과연 사실일까? 많은 임부들이 임신 중 갖가지 통증에 시달리지만 대부분 ‘출산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으로 무작정 참는다. 하지만 질병은 질병일 뿐 출산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임신을 하면 한 번쯤 겪게 되는 허리와 골반 통증,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자.


 

INTERVIEW
“아픈 곳이 허리인지 골반인지 정확히 아는 것부터 치료의 시작입니다”
이고은(재활의학과 전문의, <골반 리셋 클리닉> 저자)

 ->  허리 통증과 골반 통증부터 구분하라
임신 10개월과 출산 후 몇 개월 동안 여성의 몸은 일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도 척추와 골반의 변화는 출산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두 아이를 출산하며 골반 건강의 중요성을 몸소 느낀 재활의학과 전문의 이고은 씨는 본격적으로 ‘임신 요통’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여겼던 임신·출산에 관한 많은 정보가 왜곡되거나 잘못되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올바른 골반 관리법 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직접 책을 썼다.


“골반은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중요한 신체 부위예요. 뼈대만 보면 몸통과 다리를 연결하고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니까요. 우리 몸에서 척추로 가는 근육 가운데 골반 부위에서 시작하는 게 많아요.

신체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여성의 경우 자궁, 방광 등 중요한 장기가 다 그 안에 있어요. 여성은 첫 생리부터 임신, 출산, 폐경까지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호르몬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모든 일이 골반에서 일어나는 셈입니다.”


여성의 골반은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골반 통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임산부들은 뱃속에 태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검사 하나, 약 하나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 무조건 참아요. 대표적인 게 바로 허리와 골반 통증입니다. 임신하면 허리 아픈 걸 당연하게 생각해 치료를 마냥 미루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출산 후에는 치료가 가능할까요? 그때는 육아에 치여서 내 몸을 더 못 돌보죠. 임신하면 원래 아프다는 건 틀린 말이에요.

통증이 있다면 원인을 찾아 적절히 치료해야 합니다. 오히려 잘못된 운동법과 생활 방식 때문에 골반 통증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면 꼭 전문의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아요.”


내가 느끼는 통증이 허리 통증인지, 골반 통증인지 정확히 진단을 받고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증 부위에 따라 치료 및 관리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은 허리 주변이 뻐근하거나 찌릿하고, 골반 통증은 팬티 라인 아래 엉덩이가 주로 아프다. 또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허리 통증처럼 종아리나 발까지 통증이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  임신부 스트레칭,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임신부의 70% 정도가 요통과 골반 통증을 호소하며, 이 중 30%는 출산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 만성 요통을 겪는 여성 중 상당수가 임신으로 인해 시작된 통증이다.

다행히 요통을 완화하는 관리법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골반 통증에 대해 제대로 아는 임신부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임신부터 육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대로 골반 관리를 하는 이도 드물다. 심지어 잘못된 운동 방법으로 인해 골반 건강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임신부에게 좋다고 알려진 일부 스트레칭 동작은 오히려 골반 건강에 좋지 않아요. 대개 스트레칭의 목적을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확히는 몸을 융통성 있게 만드는 거예요.

늘일 때는 늘여주되 힘을 줄 때는 강하게 수축해야 하죠. 근육과 ‘밀당’ 하는 것이라고 보면 돼요. 골반 통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특히 안 좋은 건 고관절을 늘리는 동작이에요.

발바닥을 마주 대고 골반 쪽으로 최대한 당겨서 고관절을 늘이는 일명 ‘나비 자세’는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또한 똑바로 누우면 고관절이 과도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골반통이 심한 사람은 옆으로 눕는 게 좋아요.

제가 임신했을 때 골반 통증이 있었는데 임신부 요가 교실에서 요가를 하고 마무리로 반듯이 누워 명상을 하더라고요. 부끄럽지만 그때는 그게 좋은 줄 알고 따라했어요.(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골반에 아주 안 좋은 자세더라고요.”



 ->  골반에 나쁜 자세는 피할 것
몸에 좋은 자세를 항상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온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라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다. 이럴 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자세’를 피하는 것으로 생활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골반에 가장 안 좋은 건 좌식 생활입니다. 바닥에 앉으면 고관절이 많이 벌어져 골반 통증을 유발하기 쉽거든요. 외국 여성들이 한국 여성에 비해 골반 통증을 덜 느끼는 이유도 주로 의자 생활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또 의자나 침대에 깊숙이 기대서 눕듯이 앉는 자세도 정말 좋지 않아요. 바닥에 앉아서 수유할 때 한쪽 무릎만 굽혀서 아이를 받치는 자세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질병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치료하는 사후 관리 위주이지만, 최근 건강검진 등 예방의학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이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체형이나 자세, 큰 골격을 다루는 재활의학도 마찬가지인데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게 바로 골반 관리다.

임신 전부터 올바른 자세와 코어 근육을 만들어놔야 건강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쳐 노년의 삶까지 통증 없는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통증에 익숙해진 많은 여성들이 더 늦기 전에 몸의 균형과 안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임신하면 원래 다 그래.”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과연 사실일까? 많은 임부들이 임신 중 갖가지 통증에 시달리지만 대부분 ‘출산하면 좋아지겠지’라는 위험한 생각으로 무작정 참는다. 하지만 질병은 질병일 뿐 출산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임신을 하면 한 번쯤 겪게 되는 허리와 골반 통증, 그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자.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취재
김은향(프리랜서)
사진
이성우
도움말
이고은(재활의학과 전문의)
참고도서
<골반 리셋 클리닉>(이고은 저,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