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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⑪ 비교하기 편

왜 뺄셈이 덧셈보다 어려울까?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한 번째 칼럼은 ‘비교하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입니다.

기획
한보미 기자
박영훈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sbank.com)
2020.07.23

PROFILE

PROFILE 
박영훈 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 현재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와 나온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숫자와 기호의 조합이어서는 안 되며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수학, ‘생활 속의 수학’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저서로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새로 쓰는 초등수학 교과서> 시리즈가 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연산을 처음 공부하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뺄셈을 덧셈보다 더 어려워합니다. 그 이유를 알아볼까요? 우선 덧셈보다는 뺄셈이 적용되는 상황 자체가 더 복잡합니다. 지난 호에 살펴보았던 몇 가지 사례를 떠올려봅시다.

 




이 세 문제의 정답은 모두가 8-3=5라는 하나의 똑같은 뺄셈식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문제 상황의 구조까지 같은 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 가운데에 특히 (3)번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수량을 ‘비교’하여 그 차이를 묻는다는 점에서 앞의 두 문제와는 확연하게 구별됩니다. 앞의 두 문제가 덧셈에서의 상황과 짝을 이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뺄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구조인 셈이죠. 비교하여 차이를 묻는 문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형식을 보입니다.



이런 형식의 질문은 아이들이 뺄셈을 어렵게 느끼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닙니다.


 ->  ‘차이’라는 또 다른 세 번째 양
비교하는 상황은 ‘두 수의 차이’라는 또 다른 세 번째 양을 파악할 것을 요구합니다. 위의 문제를 예로 들어봅시다.

형(나)의 사과 8개와 동생의 사과 3개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형의 사과 중에서 남는 ‘여분의 양’이거나 동생의 사과 개수가 형의 것과 같아지기 위해 모자라는 ‘결핍된 양’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죠.

그런데 이것이 문제에는 직접 드러나 있지 않으니 아이 스스로 발견해야만 합니다. 연산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뺄셈을 어려워하는 두 번째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덧셈을 뺄셈으로 착각하는 비교 상황
덧셈과 뺄셈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비교 상황의 문제를 어렵게 여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간혹 뺄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 (3)번과 문제 구조가 같지만 다른 형식으로 기술된 문제의 예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연산 응용문제로 문제 풀이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5 - 3 = 2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요? 5+3=8이라는 덧셈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왜 뺄셈으로 접근할까요? 문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잘못 풀이하게 된 겁니다.

어떤 상황인지를 파악하기도 전에 문제에 쓰인 ‘적게 가지고 있다’는 구절에 주목하면서 눈에 띄는 두 개의 숫자 5와 3에 집중했던 거죠.

그다음에 이 두 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5-3이라는 뺄셈 문제로 지레짐작하고 기계적으로 뺄셈을 적용한 겁니다. 만일 위 문제를 다음과 같이 바꾸어 기술하면 어떨까요?



이와 같이 문제를 제시하면 아이들의 오류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앞의 문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임에도 뺄셈이 아닌 5+3=8이라는 덧셈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죠. 즉, 문제를 어떻게 기술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전혀 다른 문제로 인식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  기계적인 연산 훈련의 폐단
아이들이 보이는 오류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수학 문제를 풀이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즉, ‘적게’라는 단어가 나오면 뺄셈이고, ‘많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덧셈이라는 식의 소위 ‘유형별 학습’의 강요가 낳은 폐단인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너무 많은 문제를 반복해 풀이하도록 강요당한 아이들은 결국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인 풀이에 길들여지고 맙니다.

매우 극단적이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를 다음 문제의 풀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3+2=5라는 덧셈식이죠. 그런데 드물지만 3-2라는 뺄셈으로 풀이하는 아이를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 상황 전체를 파악하기도 전에 문제에 기술된 ‘먹는다’라는 단어만 보고 없어지는 상황으로 간주해 성급하게 뺄셈 문제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복합 문장에 대한 독해 능력을 키우려면…
문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를 기술한 문장에 대한 이해가 완벽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의 사례는 문제를 기술한 문장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독해력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형은 동생보다 3개의 사과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라는 문장은 ‘형은 동생보다 사과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와 ‘3개가 더 많다’는 두 문장이 결합된 겁니다. 어른들에게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이제 막 언어 학습을 시작하는 아이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 많다’ 또는 ‘더 적다’라는 사실과 ‘3개’라는 수량적인 조건을 동시에 파악해야만 하는데, 이는 아이의 집중력에 혼란을 초래하니까요. 이와 같이 문제의 문장이 길어지고 파악해야 할 조건이 많아지면 아이들에게 비교 상황 문제는 어렵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장제에 들어 있는 문장은 매우 간결합니다. 따라서 문장제에 제시된 문장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몇 개의 단어만 바꾸어 언어 습득, 즉 독해력 향상 기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문제의 답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문제를 진술하도록 기회를 주면 되니까요. 이때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체물을 예시로 덧셈과 뺄셈 상황을 설정해주면 됩니다. 문장제는 덧셈과 뺄셈 상황에 포함된 특별한 수학적 언어를 습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연산은 물론 동그라미나 세모 등 그림으로 나타내는 미술, 상황을 몸짓과 언어로 구사하는 국어 등의 통합 학습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문장제에 어려움을 갖는 것은 단순히 독해력이나 어휘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 상황 전체를 파악해야 하는 주의력이 관건입니다.

그러므로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를 하면 오류가 발생하는 문장제를 이따금 제시하여 아이들이 문제 상황을 파악하는 데 더 집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토대로 연산 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봅시다. 첫째, 연산은 계산과 같은 기능이 아닙니다. 두 번째, 연산 학습을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한 상황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어진 상황을 파악하고 개수에 초점을 맞추어 ‘모종의 조작’을 행하는 연산이야말로 계산기의 기능이 아닌 인간의 수학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연산은 단번에 배울 수 있는 단순하고 수월한 기능이 결코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종의 조작이란 주어진 대상의 개수를 더하거나 빼는 것 또는 두 그룹의 수량을 비교하는 것과 동시에 주어진 상황을 수학적 언어로 변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연산 절차를 지시하고 따라하도록 하는 것이 수학이 아니라는 사실, 또 문제를 푼다고 해서 아무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시겠죠? 그렇다면 연산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다음 호에 그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봅시다.
 - 박영훈의 수학탐험대 ⑪편 끝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오나요?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되며,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열한 번째 칼럼은 ‘비교하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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