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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스타트업 ‘그로잉맘’ 이혜린 부대표를 만나다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있을 터. ‘내가 과연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럼 아이는 어떻게 키우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해도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답을 말해주는 이가 없다. 여기 일과 독박육아를 동시에 해내는 ‘놀라운’ 엄마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누구 엄마라는 호칭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불리는 게 훨씬 반갑다.

2020-07-21

 


‘나도 한때는 저랬는데….’ 한 손에는 커피, 다른 손엔 휴대폰을 들고 회사 패용증을 목에 건 채 화사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아가씨들을 보며 아기띠 메고 기저귀며 젖병으로 터질 것 같은 짐 가방을 든 내 모습이 왠지 비교되고, 나만 사회에서 뒤처졌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해 눈물 날 뻔한 적이 육아맘이라면 한 번쯤, 아니 열 번쯤은 있을 거다.

다시 일을 해보려고 마음먹어도 현실은 철벽이다. ‘경단녀’(경력이 단절된 여성)는 대한민국 취업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떨어지는 집단이 아니던가.

하지만 <엄마의 속도로 일하고 있습니다>(아르테)를 읽는다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쓴 이혜린(33세) 씨는 5세, 7개월 된 남매를 독박육아로 키우며 스마트업 회사에서 제안과 기획, 강의 업무를 맡고 있다.


“동업자와 부모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3년 됐어요. 육아도 힘들고 스타트업도 힘든데 이 둘을 다 하는 게 정말 대단하죠?(웃음).

남들은 왜 사서 고생이냐며 너 하나만 포기하면 아이도, 남편도, 양가 어른도 다 편해진다고 말들 하지만 저는 아이와 제 일이 똑같이 소중해요.”



그녀의 하루 일과는 5분 단위로 쪼개어 돌아간다. 아침 7시 50분에 일어나 첫아이 챙겨 유치원에 보내고 9시부터는 노트북으로 회사 업무를 본다. 물론 둘째 아이가 옆에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때 되면 이유식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놀아줘야 한다.

정신없이 분주하지만 그 와중에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산더미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 오후 4시에 첫째가 돌아오면 완전 육아 모드로 전환되고, 두 아이가 꿈나라로 가는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또다시 업무 모드다.

외부 미팅이나 회의 일정은 친정엄마에게 둘째를 맡기고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할 때 소화한다. 어찌 보면 조금의 여유 없이 하루 종일 일하고 하루 종일 육아하는 셈이지만 혜린 씨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 중인 당신에게
책에는 육아인들이 깊이 공감할 법만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아이가 고열이 나면 아이의 입안과 손부터 확인하며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수족구병만은 안 돼’라고 되뇌는 부분이나 역시 아이 엄마인 공동 창업자와 키즈카페에서 노트북을 편 채 맹렬히 회의하는 부분은 어쩐지 웃프(!)다. 하지만 그녀는 ‘육아 중’이라 유리한 게 더 많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부모교육’이란 사업 아이템의 근처조차 못 갔을 거예요.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엄마를 세밀하게 이해하거나 연민을 가지고 보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거절’에 크게 상처 안 받게 돼요. 내 속으로 낳은 아이가 내가 만든 이유식도 거절하고 입으라는 옷도 거절하잖아요. 생전 처음 본 사람들에게 제안서를 거절당하는 것쯤은 쿨하게 넘길 수 있어요.”


책의 서문에 그녀는 이렇게 썼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수많은 그녀들에게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렇게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 길이 쉽지 않고 힘들지만 온전히 내 모습 그대로 살아내는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도 창업자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남들보다 빨리 못 가거나 돈을 좀 적게 벌면 어떤가.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키우며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인생의 행운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엄마의 속도로 일해도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과 육아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있을 터. ‘내가 과연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럼 아이는 어떻게 키우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해도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답을 말해주는 이가 없다. 여기 일과 독박육아를 동시에 해내는 ‘놀라운’ 엄마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누구 엄마라는 호칭보다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불리는 게 훨씬 반갑다.

Credit Info

취재
한보미 기자
사진
이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