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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⑥ S.A.I.L. 학습법 - 종합 편

아이의 '영어두뇌' 키우는 법

On June 07, 2018 0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입소문난 영어교육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6편은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인 S.A.I.L. 학습법의 종합 정리 편입니다.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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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영어교육자.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학습하는데 있어 뇌과학이 제공한 중요한 단서를 바탕으로, 신경학적 관점에서 ‘영어두뇌’에 대해 연구 중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신경언어학과 영어교육’을 강의했다.

<아이의 영어두뇌>,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의 저자이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학사이버영문법>과 EBSLang 등의 교재를 개발했다. KBS <스페셜다큐>, EBS <다큐프라임>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아빠, 그게 아니지. ‘그리고’를 빼먹었잖아!” 팔베개를 해준 채 침대에서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데 첫째 아이가 제게 던진 말입니다. 당시 생후 42개월이던 녀석은 아직 한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그것 참 신기하네’ 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리고’를 붙여서 다시 읽어준 다음 책장을 넘겼죠.

“흠, 흠. 대장 악어의 눈곱이~ 슈슈는 아빠에게….” 이 대목에서 일부러 잠시 멈춰보았더니 아이는 몇 초의 침묵 후 “들킬까 봐 식은땀이 나요” 하고 다음 부분을 냉큼 말하더군요.

“그럼 여기에서는 무슨 말이 나올지 아빠한테 말해줄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문장 몇 줄이 아니라 아예 그 페이지 전체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웠습니다. 이거 예사롭지 않구나 싶었던 저는 책장에서 같은 시리즈 책 몇 권을 더 꺼내 왔습니다.

‘설마 이 책도 다 외우는 건 아니겠지?’ 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이는 그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다음 책도, 아니 수십 권의 동화 전집을 몽땅 암기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모국어를 습득하는 2~9세 시기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마치 사진을 찍거나 녹음하듯 정보를 뇌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별한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녀석이 준 감동은 컸습니다.

‘한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동화를 처음 들을 때, 바로 그 순간부터 독서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생후 5년 동안 이런 일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가, 못 하는가가 후일 그 아이의 독서 능력을 예견하는 가장 좋은 척도가 된다’는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첫아이는 제가 석사 과정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태어났습니다. 주중에는 서울에 머물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비록 이틀뿐이긴 했지만 대전 집에 내려오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영어 원서든 논문이든 소리 내어 읽어주었고, 제가 없는 동안에는 할머니와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줘 일찍부터 책과 친해진 아이였죠.

하지만 예전 칼럼에서 이야기했듯 아이가 의사 표현을 할 정도가 되자 외국어인 영어 소리에 거부감을 분명히 표시했던 터라 우리말과 글을 우선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첫째 아이가 한글 소리를 듣고 정보를 담는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안 후 점차 영어를 많이 들려주고 영어책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외국어에 대해 거부 반응보다는 호기심을 차차 드러내기 시작했죠.


‘소리가 먼저(Sound First)’ 단계를 충실히 거치다가 이때다 싶었던 7세경부터 영어 읽는 법을 명시적 훈련을 통해 가르쳐주었더니 차츰 스스로 영어 단어를 읽으며 즐거워하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지금은 분당 140단어 정도의 속도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고, 중고교 수준 이상의 영어 글을 빠른 속도로 읽고 이해합니다.


S.A.I.L. 학습법에 대해 지금까지 총 5회에 걸쳐 설명했으므로 읽기와 관련된 두뇌 모델을 중심으로 이러한 아이의 영어 읽기 발달 과정을 신경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  S.A.I.L. 학습법과 두뇌 읽기 모델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기본 원칙은 ‘소리가 먼저(Sound First), 소리 내어 읽기(Read Aloud), 청각적 모방(Auditory Imitation), 많이 읽기(Read a Lot)’, 즉 S.A.I.L.입니다.

프랑스의 신경과학자인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언어 처리 모델을 살펴보면 사람의 머리에서 언어가 발달하는 순서에 대한 원리에 부합하는 방법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신 두뇌 언어 처리 모델, 출처: Dehaene, 2008, p. 63]


‘발음 및 조음에 대한 접근’이라고 표시된 보라색 부위는 귀 바로 안쪽에 위치하며 소리 처리를 담당합니다. 아이에게 꾸준히 영어 소리를 들려주면 해당 소리가 여기에 자리 잡게 되죠.

아이가 정서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꾸준히 영어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흥미를 끄는 CD나 DVD를 들려주거나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라면 소리를 소리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우리말로 해석을 해주거나 문법적인 설명을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어린아이의 뇌는 아직 어떠한 과학자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언어를 빨아들여 자연스레 법칙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만일 의식적인 규칙을 가르치려고 하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소리가 먼저입니다(Sound First).


꾸준히 영어 소리를 익힌 후에는 서서히 아이가 소리 내어 영어를 따라하는 단계가 이어질 겁니다(청각적 모방: Auditory Imitation). 읽어주는 소리에 익숙해지면서 아이가 스스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는 횟수가 점차 늘어날 수 있습니다(소리 내어 읽기: Read Aloud).

고리처럼 생긴 보라색 부분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푸른색 부위인 ‘의미에 대한 접근’ 영역이 발달합니다. 아이가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보신 분은 잘 알겠지만 대개 아이는 의미에 해당하는 단어를 알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들려온 단어의 소리를 흉내 내면서 그 뜻을 물어봅니다.

보라색 소리 부위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만 마치 등산용 밧줄이 바위에 단단히 걸리듯 소리가 의미와 확고히 연결됩니다. 소리 내어 발음하기 쉽지 않은 ‘*$@#’는 잘 외워지지 않지만 ‘apple juice’는 금방 암기하는 것처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어야 기억 속에 오래 저장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리 회로가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단어의 뜻만 외우는 방식은 머릿속에서 언어가 처리되는 기본적인 패턴에 어긋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리와 의미가 연결되고 의미와 시각이 연결되면서 아이는 스스로 영어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처음 ‘Good morning’을 접했을 때는 글자 단위로 떠듬떠듬 읽었겠지만 오랜 기간 같은 표현을 많이 접하면서 단숨에 알아보게 됩니다.

이런 단어를 ‘사이트워드(sight words)’라고 하며 위 모델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시각적 단어 형태 영역(두뇌 단어 상자)’에 저장되고 처리됩니다.



 ->  두뇌의 읽기 특별전담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대상은 얼굴입니다. 정상적인 조건이라면 약 0.2초 이내에 상대방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죠. 원시시대에는 상대의 얼굴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 못하느냐는 사느냐 죽느냐가 걸린 문제였습니다.

최대한 빨리 알아봐야 적이면 싸우든지 도망가든지 신속히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니까요. 인간의 뇌는 얼굴만을 알아보는 부위를 특별히 마련해놓았고 초고속을 내는 대신에 일부 희생을 감수하게 되었죠. 일종의 ‘선택과 집중’입니다. 아래 사진을 볼까요?


[두뇌의 ‘선택과 집중’, 출처 : Baars and Gage, 2010, p. 181]


위 사진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보았을 텐데요. 이번에는 사진을 거꾸로 놓아보세요. 위아래가 뒤집혔을 때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특징이 단숨에 눈에 띕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상대방의 얼굴이 거꾸로 다가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두뇌가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여 상하가 뒤바뀐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 희생 덕분에 얼굴을 알아보는 부위는 놀라운 집중력과 속도를 발휘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약 8mm 떨어진 지점에 문자를 알아보는 ‘특별전담팀(=단어상자)’이 자리 잡으면서 글을 읽는 속도도 얼굴을 알아보는 것 이상으로 빨라지게 되었습니다.


‘많이 읽기(Read a Lot)’ 활동을 거쳐 빠르게 인식하는 단어의 숫자가 늘어나 두뇌의 단어 상자가 발달하면 아이는 힘들이지 않고도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읽는 속도와 효율이 올라가고 풍부한 배경 지식을 갖춘 아이의 두뇌에는 읽은 내용에 대해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전에 배운 지식과 비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깁니다.

마치 이륙할 때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지만 제 궤도에 올라가면 부드럽게 순항하는 항공기처럼 아이의 영어두뇌가 계발되면 그 이후의 영어 습득은 관성에 따르게 될 겁니다.



 ->  S.A.I.L. 학습법을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총 여섯 칼럼을 통해 내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때의 기본적인 원칙을 알아보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영어라는 외국어를 아이가 도구처럼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절대 왕도(王道)가 없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모든 아이는 각자의 재능과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개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으며 이 섬세한 과정을 관장할 최고 적임자는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과 애정을 공유해온 부모입니다.

그렇더라도 영어두뇌를 길러줄 단순 명확한 나침반이라 할 수 있는 네 가지 원칙을 마음에 늘 담아두고 영어의 정도(正道)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주시길 당부합니다.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입소문난 영어교육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6편은 ‘영어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인 S.A.I.L. 학습법의 종합 정리 편입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사진
게티이미지(www.gettyimageskorea.com)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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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미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사진
게티이미지(www.gettyimage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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