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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일기

고독이 몸부림칠 때

On May 30, 2018 0

 


아침부터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요즘이다. 회사만 안 가면 여유 있게 식사 준비도 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밥 먹고 세수하고 옷 입을 때까지 너그러이 기다려주겠노라 마음먹었건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고작해야 애 둘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게 전부인데 시간은 왜 그리 바삐 흘러가는지. 한 달 동안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지각하지 않은 날이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킬 때면 꼭 같은 반 친구 한두 명은 마주치는데, 부모들은 대개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반면 아이들은 반가운 마음을 꼭 몸으로 표현한다. 서로 부둥켜안기도 하고 사소한 장난도 치며 등원을 한다.

나는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일뿐더러 부럽기도 하여 그냥 두는 편인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 부모들의 경우 초조함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에 오후 하원 시간 풍경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어린이집 앞은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서로 같은 동네에 살면서 얼굴을 익힌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흡사 여고생들처럼 이야기꽃을 피운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는 그들의 수다(?) 내용은 아이들에 관한 게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요즘 동네에서 가장 핫한 미용실부터 싱싱한 채소가게, 품질 좋은 고기를 파는 정육점까지 온 동네 정보가 빼곡하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단톡방을 만들어 날씨 좋은 날에는 하원 후 어느 놀이터에 모여 한두 시간 아이들을 뛰어놀게도 하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양질의 동네 정보도 얻고 단톡방에도 합류해 “우리 애들도 같이 놀이터에 갑시다” 하고 싶지만 워낙 소심하게 40년을 살아온 터라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간혹 엄마들 사이에는 나 같은 아빠가 한둘 끼어 있다.

‘우리’도 그들처럼 반갑게 인사도 나누고 아이 키우며 힘든 점이나 도움 될 만한 정보도 나누면 좋으련만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인사하는 일이 없다.

즐겁게 까르르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과 달리 아빠들은 행여 실수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치 못 볼꼴이라도 본 양 곧바로 시선을 피해버린다.

마치 ‘이 낯선 공간에서 연이라도 맺었다간 큰일 난다’는 모양새로 필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바라보다가 아이가 밖으로 나오면 재빨리 어린이집을 빠져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요즘 난 어른 사람과 대화할 일이 별로 없다. 고작해야 아내, 양가 부모님 정도가 전부다. 그간 지인을 만날 일이 있을 때는 아이들이 등원해서 집을 비우는 점심시간을 활용해왔는데 적어도 하원하기 전까지 집으로 돌아와야 하니 되도록 약속을 잘 잡지 않게 된다.

이마저도 셋째가 태어난 뒤로는 감히 엄두조차 못 내는 사치가 됐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 그동안 나를 즐겁게 하던 것들에 점차 흥미가 없어지고 의욕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어느 헬스 전문 잡지를 보니 여기에 식욕부진과 불면증이 동반되면 우울증이란다.

다행히 식욕은 나날이 늘어가고 잠도 아주 잘 잔다만 순간순간 예전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회사 다닐 때 동료들과 틈틈이 뒷담화 했던 순간까지도 말이다.

이제라도 내 정신 건강과 우리 애들의 사회생활을 위해 용기를 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우선 어린이집에서 만날 때마다 친손주처럼 살뜰히 챙겨주시는 서희 할머니에게라도 살갑게 먼저 말을 건네 까톡 친구로 만들어야겠다.

 

김성욱 씨는요…

김성욱 씨는요…

5세, 3세, 신생아 세 아이의 아빠로 육아휴직 중. 라테파파를 꿈꾸었으나 육아휴직 일주일 만에 주부 습진 예방용 핸드크림 바를 여유조차 없다는 걸 깨달은 이 시대의 참육아인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2018년 5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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