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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영화를 읽다

가족이란 이름의 낡은 버스

On May 29, 2018 0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은 결국 쉬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5월 8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나흘간 황금연휴가 생길 뻔했다.

하루라도 휴일이 고픈 직장인은 아쉬울 테고, 직장인이되 임시공휴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했을 테다. 또 기나긴 연휴가 그다지 반갑지 않을(아마도 대다수 기혼 남녀)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제일 후자 쪽에 속하는데, 왠지 국가가 나서서 ‘5월은 어버이께 효도하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라’고 권하는 분위기가 영 부담스럽다. 5월에 반짝 휴일이 많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평상시 저녁이 있는 삶이 보장되었으면 좋겠다.

노는 것도 해본 사람들만이 안다. 아이가 생기니 연휴에는 억지로 이벤트를 만들어 뭐라도 해보려 하는데 그것도 숙제처럼 하다 보면 피로만 쌓인다.


<미스 리틀 선샤인>의 후버 가족도 마지못해 여행길에 오른다. 이 여행을 진심으로 즐기는 이는 일곱 살짜리 막내딸 올리브 정도다. 올리브가 전국 어린이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 출전권을 획득하자 가족들은 올리브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어쩔 수 없이 낡은 미니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이들이 좁은 버스 안에서 부대끼는 동안 심리적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대학 강사인 아빠는 성공의 9단계 이론을 주장하지만 정작 본인의 삶은 신통찮다.

엄마는 그런 남편을 경멸한다. 사춘기 아들 드웨인은 전투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묵언수행을 하겠다며 9개월째 가족과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객식구 둘이 붙었는데 양로원에서 쫓겨난 마약중독자 할아버지와 게이 애인에게 차인 뒤 자살을 기도한 외삼촌 프랭크다. 이쯤 되면 개성이 풍부하다 못해 콩가루 가족이라 부를 만하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후버 가족이 1박 2일 동안 캘리포니아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짧은 여행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 폐차 직전의 고물 버스는 클러치에 이어 클랙슨이 고장 나더니 심지어 문짝까지 떨어지고 만다.

문제가 생긴 건 버스만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고, 파산 직전의 부부는 크게 싸운다. 외삼촌은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전 애인에게 조롱을 당하고, 드웨인은 오랜 꿈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말에 분노한다.

그리고 또래보다 조금 통통한 올리브는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게 점점 자신 없어진다. 그럼에도 후버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굳이 무리해서 미인대회에 나갈 이유는 없지만 또 나가지 않을 이유도 없다. 비록 목적지에서 어떤 허상이나 절망을 맞닥뜨린다 해도 그것 또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2006년에 개봉한 <미스 리틀 선샤인>은 미국 독립영화계에 보석처럼 떠오른 영화다. 유쾌한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족들이 갈등을 딛고 온전히 서로를 이해한다거나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는 식의 완전한 해피엔딩은 없다. 이들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예전과 같은 삶을 살 것 같은데,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다만 가족들이 한 사람씩 차에 올라타는 장면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클러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합심해서 차를 밀다가 차에 타려고 달려가는 장면이다. 비록 낡고 초라할망정 가족이란 위기의 순간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태우는 버스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러고 보면 가정은 엄청난 원심력과 구심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멀어지고 벗어나고자 무던히 애쓰다가도 어느 순간 강력한 구심력에 이끌리고 마는 곳.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면 5월 가정의 달이 조금은 즐거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신민경 씨는요…
여섯 살, 네 살배기 두 아들을 키우는 만년 초보 엄마이자 생계형 프리랜서 라이터. <스크린>, <무비위크> 등 영화잡지 기자로 일했고 지금도 틈틈이 보고 읽고 쓴다. 엄마가 행복해져야 아이도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2018년 5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한보미 기자
신민경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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