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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책 쇼핑을 도와드립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나는 어디 있지?’ 하고 나를 막 찾아 헤매는 순간 말이다. 그럴 때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필요하다. 한 권의 책만큼 ‘가심비’ 높은 선물도 없다. 사는 방식, 성향, 하는 일도 각기 다른 다독가 5인이 엄마들을 위해 책을 추천했다.

 

1 언덕 중간의 집
아이 양육에는 아름다움만큼이나 섬뜩함과 무서움이 존재한다. 사회의 모성 압박과 남편의 양육 책임 유기 아래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영아 살해’라는 끔찍한 사건의 일반인 배심원으로 선정된 아기 엄마 리사코는 소위 ‘독박육아’를 하며 서서히 미쳐갔던 미즈호와 그 일련의 상황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며 사건에 빠져든다.

‘아기와 나’라는 밀실 상태를 어찌나 생생하게 묘사해내는지 하루 반나절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소설을 붙잡고 있었다. 강력 추천! 가쿠타 미쓰요 저, 1만4000원, 한스미디어



2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포스트잇 플래그가 너무 많이 붙어 ‘면’을 이룬 책. 일상적인 대화에서 성차별을 감지하고 용기 내어 지적했지만 번번이 ‘예민하고 분위기 깨는’ 사람이 되거나, ‘요즘엔 별게 다 혐오야’라는 태클에 마음이 상할 때가 많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A부터 Z까지 살피다 타이밍을 놓치고 며칠 동안 ‘그때 그 말을 했어야 됐어’라며 가슴 끓이는 (나를 포함한) 여성들에게 ‘당신에게 설명할 의무는 없다’는 자유를 준 책이다. 정말로 나는 자유를 얻었다. 이민경 저, 1만2000원, 봄알람




3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남의 독서 목록이나 남의 집 책장을 구경할 때의 짜릿함을 아는 이라면 살짝 흥분된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질주할 책이다. 책에 얽힌 작가 개인의 에피소드와 감상만으로도 즐거운데, 좋은 책을 엄청나게 소개받게 되어 실용성 또한 높다.

요즘 나의 책 선택 기준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디자이너 이기준 씨의 아름다운 표지 역시 책을 들고 만지는 기쁨을 더한다. 한마디로 완벽한 책. 요조 저, 1만500원, 난다




4 딸에게 주는 레시피
옛 엄마들이 딸에게 전해주던 ‘남편과 자식을 위한 살림법과 요리법’이 아니다. 혼자인 자신을 단단히 세우고 돌보는 법을 작가 공지영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경험을 사랑하는 딸에게 차근차근 일러주고 있다.

나 역시 연륜 있는 여성에게 좋은 충고와 조언을 듣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었다. 요리는 한 번도 따라 해보지 못했지만. 공지영 저, 1만3500원, 한겨레출판

 

-> She iS … 난다(작가, 만화가)

 ->  SHE IS … 난다(작가, 만화가)

2010년부터 연재한 일상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난다 작가는 일곱 살배기 딸을 키우며 일을 하는 워킹맘이자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여성이다. 최근 아이를 낳고 그녀가 느낀 행복과 육아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 육아 에세이 <거의 정반대의 행복>을 펴냈다. 그녀의 성향처럼 그녀가 추천한 책을 보면 호들갑 떨지 않고 담담하게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이 느껴진다.




 


1 바깥은 여름
내 아이가 미울 때 읽는 소설집이다. 첫 이야기 ‘입동’은 이 시대의 평범한 부모가 부모였다가 부모의 이름표를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소설 속 인물들이 겪은 비운의 사건을 통해 독자들이 처한 현재의 안녕을 감사하란 뜻이 아니다.

소설 속 서사를 통해 우리가 아이의 계절에 어울리는 부모 옷을 잘 입고 벗었는지 성찰하게 하는 글이다. 아이가 우리에게 선물한 시간과 감동에 무한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김애란 저,
1만 3000원, 문학동네



2 혼자 있는 시간의 힘
혼자라고 느껴질 때, 외로울 때 읽은 책이다. 우리는 가족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존감을 회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론 가족에게 더 상처받고 위로받지 못할 때가 있다.

독박육아에 지친 여성들, 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 같고 억울한 마음마저 올라올 때, 먼저 잠든 남편의 등짝을 시원하게 때려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내 자존감의 뿌리를 점검하는 일이다. 사이토 다카시 저, 1만2800원, 위즈덤하우스




3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애 키우고 밥하고 살림하느라 바쁜데 책을 언제 읽나요?’라는 생각이 들 때 읽는 책. 세상의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을 알려준다. 왕년에 책 좀 읽었다는 언니들도 삶의 우선순위를 잠시 아이에게 내어주고 보니 제대로 책을 읽어본 지 2~3년은 훌쩍 지났을 것이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다. 바로 아이가 잠든 후 우리의 책 계절은 시작된다. 훨씬 더 맑아진 기분으로 잠들 수 있다. 정혜윤 저, 1만3000원, 민음사





4 포옹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고 싶을 때, 옆에 누워 자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도 연애 시절의 두근거림이 떠오르지 않을 때 추천한다. 시는 감정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절제하며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감성이 충만한 맑은 시가 바로 정호승 시인의 시다.

맑은 시 한 편이 봄의 여자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포옹>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는 ‘좋을토록 봄비가 오다가 그치지 않으면, 사람 밑에 서서 비를 맞지 않고 나무 밑에 서서 비를 맞겠어요’라는 구절이 있는 ‘나무에 쓴 시’다. 정호승 저, 8000원, 창비

 

-> She iS … 전지민(작가, 전 매거진 <그린 마인드> 편집장)

 ->  SHE IS … 전지민(작가, 전 매거진 <그린 마인드> 편집장)

강원도 화천에서 딸과 함께 봄을 세 번 보냈다. 그 전에는 독립잡지 <그린 마인드>의 편집장으로 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지면에 담아냈다. 딸이 태어난 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육아의 행복과 민낯 또한 그대로 느끼고 있다.


 



1 심리 조작의 비밀
어떻게 세뇌하는지 알려주는 아주 재미있는 심리 서적이다. 한 번 집어 들면 마지막 장까지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도통 아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어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이 있다. 이는 모든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수시로 맞닥뜨리는 순간이다.

그럴 때 뻔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육아책에 지쳤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라. 아이의 심리를 내가 조작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래도 잠시 새로운 해결책을 생각할 실마리를 준다. 오카다 다카시 저, 1만4000원, 어크로스




2 음식의 언어
음식 간에 서로 궁합이 있다는 가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재미있게 읽기 시작해서 언어, 인류, 심리 등 다각적 시선의 깨달음도 얻게 되는 음식 인문학 책이다. 음식의 이름, 식사 방법, 레시피 등 음식과 문화에 대한 저자의 다양한 고찰이 돋보인다.

아이가 커갈수록 함께 하는 것이 많아진다. 특히 아이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건 아빠로서 참 즐거운 일이다. 그럴 때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좋지 않을까. 댄 주레프스키 저, 1만7000원, 어크로스




3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힘든 고비를 만났을 때 어르신들의 가르침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들이 지나온 삶이 아직 경험이 부족한 이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과 경험이 바른 판단과 만나면 지혜가 된다. 이 책에는 인생을 오래 살아온 분들의 지혜가 밀도 있게 담겼다.

분명 엄마, 아내, 또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줄 것이다. 꽤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 한숨에 완독하기엔 호흡이 가쁘니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보길 권한다. 칼 필레머 저, 1만4000원, 토네이도




4 빵 굽는 타자기
아내는 이 책을 읽고 엄마라는 이름표를 떼고 여성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무언가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이 책은 하루를 돌아볼 짬도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무언가를 던져준다.

그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치열하게 매진할 목표가 우리 인생에서 중요했던 적이 분명 있었다. 그때를 생각해보고 지금의 나를 돌이켜본다. 폴 오스터 저, 1만2800원, 열린책들

 

-> he iS … 구병철 (CJ E&M 인사지원실)

 ->  HE IS … 구병철 (CJ E&M 인사지원실)

구병철은 기업 컨설팅 전문가다. 현재는 인사지원실에서 인사기획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권의 책은 꼭 읽고 인상 깊은 글귀, 자신의 생각, 아이디어 등을 수년간 빼곡히 적어 놓은 그의 메모장은 그대로 책을 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말그대로 ‘다독가’인 그가 수백 권의 책 속에서 엄마들을 위한 책을 엄선했다.



 



1 자식이 뭐라고
제목만으로 추천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사노 요코가 아들과의 추억담을 유쾌하게 전한다. 짤막한 대화와 사소한 일화일 뿐인데도 읽으면서 무언가 배워가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사노 요코의 글은 정말 재밌다. 무릎을 탁 치게 하고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사노 요코 저, 1만2000원, 마음산책



2 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낯설고 버거운 육아 생활 중에 짬짬이 펼쳐 보면 지친 마음에 작은 숨을 틔워줄 그림 에세이. 저자가 갓 엄마가 됐을 당시 힘들 때마다 떠올리거나 찾아본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이 그리운 엄마로서의 외로운 마음도 그림과 함께 조곤조곤 펼쳐진다. 정하윤 저, 1만5800원, 이봄



3 엄마, 나 그리고 엄마
마야 안젤루는 버락 오바마, 엠마 왓슨 등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미국에서 가난한 흑인 여성으로 태어나 험난한 성장 과정을 거쳤지만 페미니스트이자 시인, 인권운동가로서 굵직한 흔적을 남기고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는 특별한 엄마가 있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딸의 스트립댄서 데뷔를 조언하고 응원해준 남다르게 훌륭한 엄마와의 우정과 사랑이 담긴 뭉클한 책이다. 마야 안젤루 저, 1만4000원, 문학동네




4 딸에 대하여
동성애자인 딸이 어느 날 여자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 산다면? 성소수자 딸을 둔 대학 강사인 중년 여성이 화자인 소설이다. 딸과 엄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남편이 떠난 뒤 홀로 노년을 바라보는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매끄럽게 잘 읽혀 즐거운 독서에 빠질 수 있는 소설이다. 김혜진 저, 1만3000원, 민음사

 

-> she iS … 차경희 (서점 고요서사 대표)

 ->  SHE IS … 차경희 (서점 고요서사 대표)

해방촌에 자리한 고요서사는 문학 중심의 작은 서점이다. 고르고 고른 책으로만 메운 정갈한 공간에서 책에 대한 주인의 안목이 엿보인다. 소설·시 낭독회, 작품과 어울리는 와인을 마시며 자기만의 시선으로 책을 보는 독서모임, 읽고 쓰기에 대한 워크숍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도 종종 펼쳐진다.





-> 육아책 같지 않은 육아책
‘당인리책발전소’의 주인이자 북 큐레이터로 활동중인 아나운서 김소영이 엄마들을 위한 책을 골랐다. 각기 다른 직업(음악인, 아나운서, 만화가)을 가진 남성과 여성, 엄마와 아빠가 쓴 책을 통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을 미리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책들이다. 뻔한 육아책이 아닌 피부에 와닿는 책 속 한 문장을 소개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책 속의 한 문장 -> “엄마의 길과 나 자신이 사는 길은 원래 이렇게 정반대로 놓인 걸까? 아니면 인생의 긴 여정 위를 달려가다가 ‘엄마’라는 터널을 통과하는 중인가? 운전하면서 산을 지나고 바다를 등지는 것처럼 그저 풍경이 바뀌는 것뿐인 걸까?” 장보영 저, 1만3800원, 새움

라테파파
책 속의 한 문장 ->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아이와도 조금씩 호흡이 맞아갔다. 척하면 척, 딱하면 딱. 짜릿했다. 이게 뭐라고 아이의 패턴에 내 몸이 적응할수록 기뻤다. 몸도 마음도 변해간다. 아직 많이 미숙하지만, 조금씩 육아가 늘어가는 내 모습이 싫지 않았다.” 김한별 저, 1만3000원, 이야기나무

거의 정반대의 행복
책 속의 한 문장 -> “시호는 점점 자라며 수백 개의 단어와 수십 개의 문장들, 수만 개의 생각들로 자기 세계를 쌓아갔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아무리 자신만만하게 후우-하고 불어도 간단히 무너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집을 지었다. 아이에게도 자신만의 바운더리가 생긴 것이다.” 난다 저, 1만5000원, 위즈덤하우스

 

육아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나는 어디 있지?’ 하고 나를 막 찾아 헤매는 순간 말이다. 그럴 때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 필요하다. 한 권의 책만큼 ‘가심비’ 높은 선물도 없다. 사는 방식, 성향, 하는 일도 각기 다른 다독가 5인이 엄마들을 위해 책을 추천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취재
문은영(프리랜서)